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돈스파이크가 고백한 다중인격·의처증은 마약 부작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
"필로폰 투약시 집착·의심 증세 발현"
"투약 한 번에 오르가슴 100배 쾌감"
"코로나 이후 2030대 마약 급증, SNS가 창구"
한국일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 작곡가이자 사업가인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2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약(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최근 방송에서 고백한 다중인격과 의처증이 대표적 마약 부작용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23년 동안 마약을 투약하다 마약중독 상담가로 새 삶을 살고 있는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돈스파이크가) 방송에 나와서 의처증이 있다, 예를 들면 너무 집착한다, 이런 인터뷰를 했더라"며 "그게 필로폰 (투약 시) 아주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물마다 상태가 다른데 필로폰을 하면 와이프를 의심하고, 그다음에 집착하게 되고, 그다음엔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들어가 있는 것을 경험한 것 같다"며 "그러니까 이성적인 나, 이성이 다 빠진 본능만 남아 있는 나, 여러 명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앞서 돈스파이크는 지난달 26일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나는 다중인격자"라고 고백했다. 그는 "내 안에는 4명이 살고 있다"며 "머릿속에서 4명이 회담을 하면서 산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내가 아니라 뇌에서 도파민을 계속 원한다"며 마약 중독은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학적으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도파민을 가장 많이 쏟을 때가 죽을 때, 그다음 평소에는 남녀가 사랑해서 관계할 때, 오르가슴을 느낄 때라고 얘기한다"며 "(마약 한 번 투약으로) 오르가슴의 많게는 100배를, 짧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72시간 계속 느낄 수 없는 쾌락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의지로 참아봐야지 하면 '자기기만', 즉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내가 나를 속인다"며 "예를 들어 결혼한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와이프에게 시비나 싸움을 걸어 화를 내고, 그 싸움의 스트레스를 끝까지 만들어낸 다음 '너 때문에 약을 하는 거야' 이렇게 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끝까지 몰고 가 약을 해버리고 남 탓을 한다"며 "이게 채워지지가 않으니까 양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지옥행 티켓을 끊었다'(고 표현한다)"고 했다.

즉 "자살 시도도 굉장이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 역시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약을 하다 보면 누구나 다 '그만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분명히 돈 스파이크도 했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돼 자기가 패배한다"며 "그러니까 계속 자존감이 떨어지고 (마약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리니까 결국 자살 시도를 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이르지 않더라도 "(마약을 계속해) 전두엽이 망가져 기억력도 없어지고, 감정 기복이 생기고, 남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변해 폐인이 된다"고 했다.

"돈스파이크, 측근이 알려줘 호기심에 시작했을 듯"

한국일보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 CBS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호기심에 한 번조차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약물이 굉장히 터부시되고 불법이기 때문에 나와 가장 가까운 측근이 약물을 알려준다"며 "인터넷을 찾아서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친구들도 있기는 한데 (돈스파이크는) 여러 호텔을 다니면서 여러 사람들과 했다는 거 보니까 벌써 그룹핑이 형성돼 있는 상태이고, 그런 분들은 가장 측근이 알려주고 호기심에 시작한다"고 추측했다.

최 실장은 "30여 년 전 제가 마약을 할 때는 아주 특수계층 아니면 정말 노는 사람들에 의해 개인 간 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별로 많지 않았는데 지금 현장에서 교육하거나 상담하다 보면 90% 이상이 20·30대"라며 청년층 사이 마약 확산을 우려했다. 그는 "제가 지금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처음 걸린 친구들을 교육한다"며 "그 교육을 (하러) 가면 한 80%가 20대인데, 코로나 이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마약을 살 수 있는 창구는 딱 한 군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30대는 SNS를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마켓처럼 열려 있다"며 "그 안에서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이 '대마초는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했다. 또 "선진국에서 합법화가 진행되다 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대마초를 사러 그 안에 들어가면 다른 약물들도 있어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마약은 질병, 재범률 35%... 대책 필요"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 실장은 "마약 끊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가장 큰 문제가 교육이 없어, 그 방법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교도소도 들어가 그 안에서 집단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절실한데 재건할 방법들이 없다"며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해야 되는데 현재 약물 사용자들의 99.9%가 질병인지 모르고, 더 이상한 일은 정책하시는 분들은 더 모른다. 처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대한민국에서는 재범률이 35% 정도 된다"며 "약을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안 하는 사람들의 정책들은 다 세워진 것 같은데 35%에 대한 정책이 하나도 없어 좀 준비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본인은 어떻게 빠져나왔냐'는 질문에 최 실장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 (관계인)이 신문에 이런(마약 중독과 치료 관련) 칼럼을 쓰신 적이 있어 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병원을 찾아가게 됐다"며 "완전히 무너졌던 제 삶을 하나씩 재건했고, 그걸 이뤄냈을 때 다시 약으로 돌아가지 않고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