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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떤 TV가 좋아? LG야 삼성이야?"…도청된 러군 병사들 통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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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NYT, 러시아군 병사들 가족 등과 도청내용 상세 보도
살인·약탈 일삼은 모습 가족·친지에 거리낌없이 밝혀
뉴시스

[부차=AP/뉴시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부차(Bucha)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 잔해 사이를 살피며 지나고 있다.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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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푸틴은 멍청이"


(이반) "안녕 엄마."

(예프케니) "지금 부차에 있어."

(세르게이) "공격이 막혔어. 우리가 지고 있어."

(안드레이) "우리 연대 절반이 날라갔어."

(세르게이) "보이는 족족 전부 죽이라고 명령 받았어."

(블라드) "돌아가면 당장 그만둘래. 엿같은 군대."

(알렉산드르) "푸틴은 멍청이야. 키이우를 점령하라는데 절대 불가능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러시아 군인들이 가족, 친지들에게 건 전화내용에서 그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돼 있음이 드러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키이우 점령을 시도한 러시아 군인 병사들의 통화내용 도청 녹음 수천건을 입수해 일부를 웹사이트에 원음 그대로 싣고 번역을 붙였다. 지난 3월 내내 우크라이나 사법기관들이 도청한 내용들이다. NYT는 메시지 앱의 전화번호와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통해 직접 통화 군인과 가족들의 신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용부호 안의 내용이 통화내용 번역이다.

(니키타가 아내에게) "제기랄. 도로에 시신들이 있어. 민간인들이 쓰러져 있어. 정말 엉망이야. (아내) 지금 보고 있어? 응."

(니키타가 친구에게) "약탈 안당한 곳이 하나도 없어. 술은 있는 대로 마셨고 현금도 모두 빼앗았어...너도나도 약탈하고 있어."

NYT는 러시아 군인들은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고 보급이 부족하며 자신들이 속아서 투입됐다고 밝혀 최근 러시아군이 동부에서 크게 패배한 이유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가 어머니에게) "우리가 전쟁을 벌일 거라고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떠나기 전날 말했어."

(니키타가 친구에게) "우리가 훈련받은 건 고작 2,3일 뿐이야. (친구) 알 만하네 친구. 우린 애들 취급을 받고 있어 제기랄."

(알렉세이가 아내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 꿈에도 몰랐어. 훈련하러 간다고만 했어. 이 나쁜 놈들이 아무 말도 안해줬어."

러시아군 공수부대와 국방경비대 소속 군인들의 통화 내용은 일상적 내용부터 푸틴 대통령과 군 지휘관들을 향한 강한 비판들이 포함돼 있다. 이런 발언들을 러시아에서 할 경우 처벌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세르게이가 어머니에게) "엄마. 전쟁을 벌인 정부가 정말 바보같애."

(일랴가 아내에게) "푸틴이 전쟁 끝난 뒤 변명이나 할 수 있을까? 나쁜 놈. 모든 게 계획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군인들은 전략적 실수와 심각한 보급 부족을 토로했다. 그들은 비전투원들을 붙잡아 살해하고 우크라이나 주민 가정과 상점 등을 약탈한 것을 대놓고 털어놨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떠나고 싶다면서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호도한 러시아 언론의 선전 보도를 비난했다.

(알렉산드르) "키이우는 점령 못해...마을 몇 군데만 점령한 게 끝이야."

(세르게이가 아내에게) "제기랄 단번에 휩쓸어버리라는데 말도 안되는 일이야."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TV가 사람들을 속이고 있어. '모든 게 잘되고 있다. 전쟁은 없다. 특별군사작전일 뿐이다'라고 말이야. 여긴 실제로는 망할 전쟁을 하고 있어."

침공 2주만에 러시아 군인들은 키이우 점령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공격을 가하고 수도 접근로를 차단한 뒤 러시아 군인들은 가족들에게 군사전략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뛰어나" 놀랐다고 말했고 예프게니라는 병사는 대놓고 "지고 있다"고 했다.

(세르게이가 어머니에게) "지금 부대가 엉망됐어. 지금 방어하는 중이야. 공격이 차단됐어."

(세르게이가 친구에게) "우리 앞 공수부대가 잔득 있는데...크게 당했어."

(세르게이가 아버지에게) "탱크와 장갑차가 불타고 있어. 다리와 댐을 폭파했어. 도로가 물에 잠겨서 꼼짝못해."

(니키타) "콜콜(우크라이나인을 가리키는 속어)이 공격하는데 우린 여기서 꼼짝도 못해...이런 꼴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병사들은 전술이 실패했다며 무기도 야시경과 제대로된 방탄복 등 기본 장비도 없다고 불평했다.

(니키타가 여자친구에게) "우리 부대가 우릴 포격했어 제기랄, 우리가 콜콜인줄 알았대나...여기서 죽는구나 싶었어."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우크라이나군 시신의 방탄복을 벗겨서 입는 놈들도 있어...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탄복이 우리 것보다 좋아."

(로만이 한 병사에게) "버려진 장비가 많아?" "죄다 낡은 것들 뿐이야. 즈베즈다(국영 TV)에 나오는 새 것들이 아니야."

3월 중순이 되자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통화가 많아졌다. 국방경비대 656연대소속 병사인 니키타는 아내에게 부대가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기습을 당해 부대원 90명이 전사했다고 했다. 331공정연대 부대원들이 주고 받은 통화내용에서 세미온이라는 병사가 연대의 3분의 1이 전사했다고 했다. 다른 병사는 공항에 젊은 공수부대원 관 400개가 있다고 했다.

(예고르가 가족에게) "(가족이) 많이 당했어? 우리 연대만 3분의 1이야. (가족이) 정말 많네."

(니키타가 어머니에게) "벌써 연대원 60%가 날아갔어."

(예프게니가 아내에게) "우리 코스트로마 연대는 한 명도 안 남았어."

(세르게이가 어머니에게) "공수부대가 400명 있었는데 38명만 살았어...지휘관들이 죽으라고 내몰아서 그래."

331공정연대 군인들은 제2대대전술단 소속 600명이 모두 전사했다고 보고했다. 안드레이라는 군인은 아버지에게 자기 연대원 절반 이상이 "죽었다"고 했다. 연대장 세르게이 수하레프가 전투도중 전사한 사실이 당시 보도됐었다.

러시아의 군사 도시들에 사상자가 많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전사자 시신과 관이 줄을 잊는다고 하자 병사들은 더 많은 시신이 갈 것이라고 했다. 한 여성은 남편에게 군 장례식이 이번주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충격을 받은 일부 가족들이 정신과 의사를 찾기도 했다.

(아내가 이반에게) "바냐, 시신들이 계속 오네. 매일같이 사람들을 묻고 있어. 정말 지옥같아."

(세미온이 아내에게) "그건 약과야. 100명. 200명씩 갈거야...놀라지마."

(아내가 막심에게) "마누라들이 미쳐가고 있어. 푸틴에게 편지 보내는 사람도 있어."

"민간인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다"


부차의 길거리와 숲에 민간인 시신이 쌓여가고 있었다. 지난 4월초 시신 모습 영상이 전세계 비난을 받자 푸틴 등 고위층들이 거듭 부인하면서 학살이 "도발이며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월 부차에 주둔했던 푸틴의 군인들이 직접 목격한 현장을 전했다.

(알렉산드르가 가족에게) "차를 타고 부대로 귀환하는데 도로에 시신들이 있는데도 수습하는 사람이 없어. (가족이) 정말? 진짜야. 팔다리가 널브러져 있어. 제기랄 벌써 부패한 거지. 우리 편은 아니고 민간인들이야. (가족이) 말도 안돼."

세르게이라는 병사는 여자 친구에게 자기 상관이 "창고 앞을 지나가는" 남자 3명을 죽이라고 명령해 자신이 "살인자"가 됐다고 했다. 전범행위다.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놈들을 붙잡아서 옷을 벗기고 전부 뒤졌어. 그들을 보내줘야 하는데 보내주면 우리가 어딨는지를 알릴 수 있다는 거야...그래서 숲으로 끌고 가 사살하기로 했어. (여자친구가) 직접 쐈어? 물론 우리가 쐈지. (여자친구가) 포로로 잡은게 아니구? 놈들을 먹여야 하는데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해서 말이야."

몇 주 뒤 세르게이는 어머니에게 숲 속에 시신이 산처럼 쌓였다고 했다.

(세르게이가 어머니에게) "숲속에 사단 본부가 있는데 그곳에 갔더니 민간인 차림 시신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거야. 엄청 많았어. 그렇게 많은 시신은 처음 봤어. 정말 엉망진창이야. 어디서 죽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안드레이라는 331공정연대 소속 병사는 부인에게 술취한 우크라이나 남자에게 죽여서 숲에 던져 버리면 아무도 찾지 못할 거라고 겁을 줬다고 했다. 세르게이는 뒤에 지휘관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다고 했다.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지금 우리가 가는 곳에 민간인들이 많이 걸어다닐 거라고 했어. 보이는 족족 쏴 죽이라고 명령했어. (여자친구가) 왜 그런거야? "우리 위치가 노출된다는 거지...나도 그럴 것같아. 지나가는 민간인들을 전부 죽여서 숲 속으로 끌고 가는거야... 나도 벌써 했어. 그만 죽이고 싶어. 눈이 마주치면 특히."

3월말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부차의 길거리와 정원, 우쿨, 지하실, 집단 매장지에서 1100여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일부는 불에 탔고 손이 묶인 사람도 있었다. 안드리 네비토우 현지 경찰서장이 약 617명이 총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상황이 안 좋다"


3월말 러시아군이 드디어 전진하지 못하는 동안에 이뤄진 통화 내용들은 사기가 크게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병사들이 초조감, 공포, 피로 때문에 부대가 지리멸렬이라고 했다. 세르게이는 여자친구에게 "솔직히 말해 왜 우리가 여기서 싸워야 하는 지 아무도 몰라"고 했다.

(한 병사) "집에 가고 싶다. 너무 피곤하고 정말 무서워. 놈들이 우릴 구렁텅이에 처박았어. 제기랄 여기 있으면 죽기만 기다리는 꼴이야."

(안드레이가 아내에게) "정말 상황이 안 좋아. 질질 짜는 놈도 있고 자살하는 놈도 있어. 그런 놈들 때문에 정말 짜증나."

다른 병사들은 날씨가 추워서 동상에 걸렸다면서 잠도 못자고 보급이 엉망이라고 불평했다. 정육점과 상점들를 덮쳐서 닭과 돼지와 타조를 잡아먹었다고 했다.

(예프게니가 친구에게) "10일치 건량만 받았는데 벌써 다 먹었어. 두번째로 3일치 배급을 받았는데 내일이면 끝이야...더 쥐야 하는거 아니야."

(알렉산드르가 어머니에게) "손가락 발가락이 동상에 걸렸어. (어머니) 위생병은 없니? 있지만 아무 것도 안줘. 가게 가서 가져와야 할 판이야."

많은 병사들이 지휘관들을 욕했다. 지휘를 잘못해 많이 죽었다는 것이다. 일부는 "저 위에 있는" 푸틴 대통령까지 심하게 욕했다.

(로만이 아내에게) "높은 놈들은 도대체 뭐하는 거야.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잖아. 으스대면서 큰 소리리만 치고 말이야."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새로 온 장군이 지휘하면서 사상자가 너무 많아서 날라갔어."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지금까지 살아남은게 정말 운이 좋은 거야. 멍청이한데 명령을 받으면서 말이야. 이동 중에 두번 기습 당해서 거의 죽을 뻔했어."

"당장 그만두고 싶다"


패배가 거듭되면서 죽을 걱정을 해야하는 데 화가 난 병사들이 군대에 질렸다고 했다. 계약을 빨리 끝내거나 탈영하려 했다.

(한 병사) "당장 그만 둘래. 돌아가면 전부 말해줄게. 정말 엉망진창이야....다시는 이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아."

(바딤이 아내에게) "진짜 그만둘거야...민간인이 될 거야. 내 자식은 절대 군에 안보낼 거야... 의사가 되라고 해줘."

지휘관들이 처형되거나 처벌될 수 있다고 해 걱정하는 병사들도 있다. 러시아 인권 변호사 세르게이 크리벤코는 법적으로 처벌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최근 수십만명을 징집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러시아 의회가 탈영, 명령 불복종, 징집회피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전투가 안끝나면 절대 집에 안보내줄 거야. (여자친구) 왜 그러는데? 절대 안보내줄 걸? 나가면 감방에서 5년은 썩을 거라는데."

(알렉산드르가 아내에게) "(아내가) 여보, 안싸우겠다면 어떻게 돼? 몰라. 감옥에 보낼 걸. 안싸우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돈 때문에 남겠다는 병사들도 많았다. 그들은 매달 봉급에 더해 하루 53달러(약 7만6000원)의 전투수당을 받는데 이는 공정부대원 대부분의 고향인 프스코프에 있을 때 봉급의 3배에 달한다.

가족들은 생각이 달랐다. 빨리 빠져나오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힘내라는 사람도 있다. 한 부인은 "돈은 진짜 필요없어. 살아서 오기만 해"라고 했다.

(알렉산드르가 아내에게) "군대가 너무 싫지만 이렇게 많은 돈을 어디서 벌어?"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여기 오래 있으면 최소한 돈을 많이 벌겠지하면서 버티고 있어."

(한 병사) "군대는 신물이 나지만...시리아에 한번 더 가면 아파트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 말도 안돼. 그럼 아파트를 살 수 있잖아."

"어떤 TV가 좋아? LG야 삼성이야"


전쟁 내내 병사들은 약탈했다고 자랑했다. 민간인 집을 차지하고 침대에서 자면서 옷을 빼아았다. 현금도 보이는 족족 훔쳤다. 모두 전범행위다.

(알렉산드르가 아내에게) "오렌부르크에 아파트를 찾아봐. (아내) 왜? 이사가려고. 미샤와 내가 금고를 열었느데 5200(520만 루블)이 있었어. (아내) 돌려 줘. 바보냐? 지금 주머니에 아파트 값이 있어."

237공정연대 소속 위생병인 알렉산드르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 "돈을 물쓰듯한다"며 놀랐다. 병사 여럿이 "전리품"을 가져가겠다고 하자 가족들은 좋아하거나 약탈에 화를 냈다.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어떤 TV가 좋아? LG야 삼성이야? (여자친구) 세료자 어떻게 가져오려고? 글쎄 방법을 찾아봐야지. (여자친구) 말도 안돼 모두 TV를 가져올 만큼 많아? TV 뿐이 아니야...우리 침대만큼 큰 TV를 가진 놈도 둘이나 있어. (여자친구) 그럼 처벌되진 않아? 훔치는 거잖아?"

전기 콘센트, 크리스마스 장식등, 믹서기, 건축도구, 낚싯대, 칫솔까지 닥치는 대로 집어갔다.

(예프게니) "정말 나쁜 놈들이야... 죄다 도둑질이야. (상대방) 우리가? 물론 우리지 TV 말이야, (상대방) 그걸 왜 가져가는데? TV, 고기 분쇄기, 드라이버, 옷가방까지 몽땅."

(세르게이가 여자친구에게) "진공청소기도 있냐고? 집에 있잖아. 물론 챙겼지."

(한 병사) "여기서 가와사키를 타고 다녀. (상대방) 진짜?"

약탈품 일부가 러시아로 발송됐다. 벨라루스의 한 운송회사 보안카메라 영상과 운송장에서 위의 도청내용에 등장한 국방경비대 656연대 소속 병사들이 철수 며칠 뒤 집으로 소포를 보낸 것이 확인됐다. 문서에서 엘렉산드르라는 병사가 4월4일 아내에게 옷을 보낸 것이 확인됐다.

"뉴스에선 뭐라는데?"


외부와 단절되고 지휘관들이 아무 소식도 알려주지 않는데 짜증이 난 병사들이 자신들의 전투 상황을 집에 물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로부터 듣는 국영 매체의 장미빛 선전은 현실과는 동떨어지기 일쑤였다.

(비탈리가 아버지에게) "뉴스에선 뭐래요? 여기선 아무 것도 못들어요." (아버지) 온갖데서 다 이긴단다. 그게 전부다."

(에두아르트가 어머니에게) "(어머니) TV에 너희들이 사우나도 하고 빵도 구워먹는다고 나온다. 정말?...아니예요. 여기가 어떤지 봐야하는데."

(파벨이 아버지에게) "(아버지) TV에 우크라이나군이 하나도 남지 않았단다. 나치만 남았다고. 무기를 버렸대요? (아버지) 그래, 무기를 버리고 더이상 저항하지 않는단다."

세르게이는 어머니와 헛선전이라며 말싸움을 했다.

(세르게이가 어머니에게) "엄마, 여긴 파시스트는 한 명도 없어요...거짓말로 전쟁을 일으킨 거라구요. 전쟁하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와서 보니까 사람들이 모두 정상이예요. 러시아처럼요. 그런데 지금은 지하실에 살아요. 우리 옆집 살던 할머니가 지금 창고에서 살고 있어요. 믿기 힘들죠? (어머니) 세료자, 그렇게 잘못 생각하면 안돼 겁나서 그런 줄 잘 안다. 이게 겁나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예요? 우리 모두 전쟁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구요."

가족들은 제재 때문에 힘들다면서 모든 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H&M, 이케아 같은 브랜드가 철수해고 미디어 회사들이 모두 폐쇄됐다고 했다.

(아내가 예프게니에게) "그런데 아마존이 문을 닫았어. 와일드베리도. 아무 것도 없어 제냐. 90년대로 돌아간 것같아."

(여자친구가 세르게이에게) "유명 옷 브랜들이 죄다 떠났어. 그래픽 카드, 소프트웨어, 아이폰도 못사. 완전 엉망이야. 코카콜라도 없다니까."

(아내가 알렉산드르에게) "인스타그램이 없어진대...러시아를 공격해서 극단적이라나."

"이젠 걱정 안해도 된다"


3월30일 오후 병사들이 15분 사이 7번이나 잇달아 전화했다. 이들 모두 한마디씩만 했다.

(예프게니가 아내에게) "여보세요? (아내) 네? 끝났어 지금 벨라루스야. 막 돌아왔어. (아내) 벨라루스야? 정말 다행이다. 진짜."

(알렉산드르가 어머니에게) "이제 막 돌아왔어요. (어머니) 그래. 잘됐다. 도무지 언제나 끝날런지. 이젠 걱정 안해도 돼요."

푸틴은 키이우 공략이 당초 목표가 아니었으며 우크라이나군을 약화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포장했다. 키이우에서 철수한 병사들은 곧 재편성돼 동부로 파견됐다. 4월1일 우크라이나 사법 당국과 언론이 키이우 지역 탈환지에 처음 진입했다. 러시아군 병사들끼리 그리고 가족들에게 조용히 전파하던 추악한 현실이 전세계에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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