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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6>와인, 등급이 뭐길래…佛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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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佛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클라쎄

메트로신문사

어디 보자. 샤토도 없이 개성적인 이름 하단에 그냥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라면 살짝 불안해진다. 프랑스에서 만들긴 했는데 여러 지역의 포도를 사들여 대량으로 생산했다. 수확량이나 품종, 재배법에도 별로 제한이 없고, 숙성한 맛을 내기 위해 오크 칩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일 수도 있지만 때론 프랑스 와인이라고 시킨 것 치곤 실망스러운 맛일 수 있다.

이번엔 AOC(아펠라시옹 도리진 콘트롤레) 또는 AOP(아펠라시옹 도리진 프로테제)가 보이면서 와인 생산지로 알려진 지역들 가운데 한 곳이 기재되어 있다. 그럼 일단 품질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됐다. 소위 '원산지 통제명칭'을 받은 곳들이다. 지역에 따라 와인에 허용되는 포도와 포도의 품질, 수확량, 양조와 숙성 과정 등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이 있고, 이를 지켰다는 얘기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실망할 일이 없다.

와인 등급이란게 프랑스 와인을 한 층 어렵게 느끼게 하는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기본 내용만 알아두면 사실 도움될 때가 많다. 와인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와인 판매대든 레스토랑이든 아는 와인보다 모르는 와인 가운데 선택해야 할 일이 더 많으니 말이다.

올해는 프랑스 보르도의 생테밀리옹 지역이 10년 만에 등급을 다시 분류하는 해였다. 생테밀리옹은 기본적으로 프랑스의 원산지 통제명칭으로 따르지만 최고의 샤토에 대해서는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등급을 두고 따로 나누고 있다. 일단 생테밀리옹 와인인데 그랑크뤼가 기재됐다면 최고급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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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등급 재분류에서 최종 그랑크뤼 클라쎄 등급으로 매겨진 샤토는 총 85곳이다.

먼저 가장 좋은 와인부터 보자. 최상급인 '프리미에르 그랑크뤼 클라쎄 A'는 단 두 곳이다. 샤토 파비와 샤토 피작이다. 샤토 파비는 기존 등급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지만 샤토 피작은 이번에 승급되는 경사를 맞았다.

사실 샤토 피작은 생테밀리옹에서도 최고의 테루아로 알려졌지만 일관성 없는 품질이 문제였다. 소유주들은 2012년 재분류에서도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쎄 A에 들지 못하자 경영진을 전격 교체하고, 세계적인 양조가인 미셸롤랑을 컨설턴트로 고용해 등급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이번 승급은 10년 간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다음 등급인 '프리미에르 그랑크뤼 클라쎄'는 12곳, 그랑크뤼 분류에서 가장 하단인 '그랑크뤼 클라쎄'에는 71곳이 이름을 올렸다.

등급 분류는 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과 일관성, 포도를 재배하는 테루아, 포도 재배법 및 양조 방식, 명성 등을 평가해 이뤄진다.

특히 와인 테이스팅의 비중의 50%에 달한다. 4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343개의 와인을 맛봤다. 여기에 명성 20%, 테루아 20%, 재배법 및 양조법 10% 등이 더해진다.

빈티지마다 최소 10번의 시음을 거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만 언제나 불만은 있는 법. 기존 프리미에르 그랑크뤼 클라쎄 A였던 샤토 오존, 샤토 슈발 블랑, 샤토 앙젤뤼스 등은 등급 평가에 불만을 피력하며 아예 등급 참여를 거부했다. 다섯 번째 등급 재분류가 있던 2006년에는 등급에 포함되지 못한 샤토들의 반발로 법정 공방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등급은 여전히 힘이 있다. 등급에 새롭게 선정되거나 승급한 경우 와인 가격이 급등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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