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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러시아 ‘에너지 사보타주’ 이어질까…긴장 커진 유럽, 보안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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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7일(현지시간) 북유럽 발트해의 노르트스트림 2 해저 가스관에서 가스가 유출되는 모습을 덴마크의 보른홀름섬에서 발진한 F-16 전투기가 촬영한 사진. 뒤오데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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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인 노르트스트림에서 의문의 훼손 사건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파괴공작(사보타주)이 이어질지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독일 등은 기반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노르트스트림의 연쇄 훼손 사건과 관련된 유럽 각국 인사들의 우려를 소개했다. 당사국인 덴마크와 스웨덴을 비록해 독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서방은 이번 사건이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자극하고, 가스값 인상으로 반사 이익을 노리려는 러시아의 사보타주로 의심하고 있다. 독일 기독민주연합(CDU)의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추구해 온 하이브리드 전쟁의 특징”이라며 “러시아는 우리에게 (전쟁과 관련된) 시그널을 보내는 데 관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교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가 하이브리드 전쟁의 새 국면에 진입한 것 같다”고 적었다.

서방은 특히 역내 에너지 관련 기반시설에 러시아의 사보타주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가 그간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해 에너지 위기를 지속적으로 유도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알제리나 아제르바이잔, 노르웨이 등에서 가스를 수입하려 할 경우 러시아는 이들 수송관을 공격해 공급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려가 커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회원국들의 핵심 기반시설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보타주의 주요 공격 대상으로 꼽히는 노르웨이는 이날 석유·가스시설에 군과 경찰을 배치해 보안을 강화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에선 최근 에너지 시설 근처에 의문의 드론이 잇따라 목격돼 긴장이 커진 바 있다.

앞서 노르웨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유럽의 에너지원으로 인식돼 왔다. 국내에만 약 90개의 석유, 가스 시설이 있고 이들은 9000㎞에 달하는 가스관으로 연결돼있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우리는 유럽의 최대 가스 공급자로서 특별한 책임을 알고 있다”며 “(향후 있을지 모를) 공격에는 동맹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도 기반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의 전력선이나 수중 통신케이블에 대한 사보타주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전 러시아는 전 세계 바다에 걸쳐 있는 주요 통신케이블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독일 연방경찰은 기반시설 인근 항로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으며, 현재 건설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수중 통신케이블의 보안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유럽에선 이번 노르트스트림 훼손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수주 전에 바다에 떨어뜨린 폭파 장치가 이번 훼손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정확한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모르텐 모르스코프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스관 내 압력과 가스 누출량을 고려하면 1∼2주가 지나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저에는 가스관 파손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있고 이는 기후에 재앙적인 것이라고 A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미 스탠퍼드대 기후학자 롭 잭슨 등은 덴마크 정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상 가스관에서 유출된 가스는 7억7800만㎥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기와 바다에 배출된 메탄가스는 5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잭슨 박사는 메탄 누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이런 일을 저지른 자는 전쟁범죄로 기소돼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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