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시간을 멈춰 보자. ‘안 되’는 안 되는 걸까. ‘되다’ 대신 다른 말로 바꿔 보자. ‘(비가) 안 내려.’ 여기서 ‘내려’는 ‘내리다’의 어간(語幹) ‘내리’에 종결어미(語尾) ‘어’가 붙어 줄어든 말이다. ‘어’를 빼고 ‘내리’라고만 쓰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말 동사 형용사는 반드시 어미가 있어야 하니까. 해서 ‘되’는 ‘내리’라고 한 꼴이요 ‘돼(←되+어)’라 해야 ‘내려’처럼 옳게 쓴 것이다.
받침 있는 어간에 비춰보면 이치가 더 또렷해진다. ‘(너를) 믿어’ 또한 어간 ‘믿’에 ‘어’가 합친 형태. 이걸 ‘너를 믿’ 하면 말이 안 됨이 분명하다. 그러니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가 아니라 ‘~ 돼’가 옳은 표기다.
‘되도’ ‘되서’ ‘되야’도 틀린다. ‘내리도/내리서/내리야’가 아니라 ‘내려도/내려서/내려야’가 옳듯이 ‘돼도/돼서/돼야’가 맞는다. ‘뵈다, 쇠다, 죄다’도 ‘내일 봬요’ ‘명절 잘 쇄’ ‘나사를 좨도’처럼 써야 한다.
그럼 ‘되고’ ‘되나’ ‘되지’는? 다 맞는 표기다. 어간 ‘되’에 어미 ‘고/나/지’가 붙은 말이기 때문에 ‘돼고/돼나/돼지’가 아니다. ‘믿고, 믿나, 믿지’로 써보면 알 수 있다. ‘어’가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이다. 단 ‘되라’ ‘돼라’는 둘 다 쓸 수 있다. ‘되라’는 ‘조용히 하라’ 하듯이 문어체 명령형인 ‘하라체(體)’요, ‘돼라’는 ‘조용히 해라’처럼 구어체 명령형인 ‘해라체’에 해당한다.
직장(直腸) 폭발 아슬아슬 피한 그날 ‘해우소(解憂所)’ 뜻을 야무지게 깨쳤다. 세상 근심 걱정 잠시나마 다 털었으니…. 평화도 때로는 거창한 게 아니더라.
[양해원 글지기 대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