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고금리 위세'에 주요국 집값 내리막…한국도 하락 압력 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물가 잡으려는 공격적 금리 인상에 부동산시장 '찬바람'

"집값 가파른 하락 땐 가계 부실·내수 위축…연착륙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물가를 잡으려는 미국 등 주요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부동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이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고 저금리 정책을 편 덕에 지난 몇 년 사이에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집값 거품론 붕괴와 단기 조정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금리 인상 추세에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리나라도 같은 처지다. 문제는 하락 속도로, 집값이 가파르게 내려가면 가계 재무 건전성 악화와 내수 위축 등 경제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3분기 수도권 집값 하락 폭 가장 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분기 수도권의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된 28일 서울의 한 부동산 앞에 매물이 붙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도권의 월평균 주택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지난 6월 말 대비 각각 0.27%, 0.26% 하락했다. 2022.9.28 mjkang@yna.co.kr



◇ 금리 인상 등 강한 긴축에 주요국 집값 하락 전환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으로 주택시장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OECD는 많은 국가에서 주택 매매와 주택담보대출, 주택 착공이 급감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전월 대비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드레아 데기 등 국제통화기금(IMF)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금융 긴축으로 산업·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의 조사 결과 7월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0.77% 떨어졌다. 거의 3년 만의 첫 하락이자 201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을 보여주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7월에 전달 대비 0.2% 하락했다. 10대 도시는 0.5%, 20대 도시는 0.4% 떨어졌다. 20대 도시는 10년 만의 첫 하락이다.

미 부동산중개협회(NAR)에 따르면 기존주택 판매 건수는 8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고, 전달 대비 주택 중간가격은 두 달째 하락했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경제분석가는 "주택 부문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바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30년 고정금리형 모기지 금리는 9월 둘째 주에 6.02%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를 돌파한 데 이어 셋째 주에는 6.29%로 뛰었다.

호주의 경우 집값이 3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코어로직이 조사한 8월 호주 주택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6% 하락했다. 1983년 이후 최대 낙폭으로, 넉 달 연속 내리막이다.

코어로직의 리서치 책임자 팀 롤리스는 "대출 능력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의한 가계 지출 증가로 떨어졌다"며 "소비 심리가 더 약화하고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와 투자은행 스위스크레디트는 금융시장 예상대로 금리가 6%대로 오르면 주택가격이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앤드루 위셔트 캐피털이코노믹스 경제분석가는 "영국 기준금리가 현재 2.25%에서 내년 6월 6.1%로 오르면 지난달 3.6%인 모기지 금리가 약 6.6%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보다 모기지 부채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기존 주택 소유자의 재정 압박이 커지고 신규 대출에 대한 상환 비용은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연합뉴스

1∼7월 주택매매량 작년보다 46% 감소, 수도권 미분양은 3배 늘어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전망 확산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분양 주택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총 34만9천7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만8천260건)과 비교해 46.0%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2022.8.31 ryousanta@yna.co.kr



◇ 한국 집값도 내리막…"충격 줄이는 연착륙 방안 필요"

우리나라 집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작년 12월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6월 하락 전환해 7~8월에 낙폭이 커졌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지역별로는 일부 광역·특별시의 하락 폭이 컸다. 수도권의 월평균 주택매매 가격은 지난 6월 말보다 0.27% 떨어졌다. 고점 대비 하락 폭은 8월 기준으로 세종(-7.93%), 대구(-3.37%), 대전(-1.29%) 등의 순이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서는 전월 대비 전국 집값이 지난달 하락(-0.14%) 전환했다. 약 3년 만에 집값이 내려간 것으로, 이달 5일 조사 기준으로는 낙폭(-0.16%)이 확대됐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최근 들어 주택가격 하락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23% 올랐고 수도권 주택가격의 35% 이상은 거품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경연은 올해 들어 시세 이하로 거래된 급매물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리 상승 영향으로 거래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향 추세로 전환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집값 하락 전망은 우세해지고 있다.

한은이 조사한 9월 소비자 동향 가운데 주택가격전망지수(기준치 100)는 67로 전달보다 9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는 뛰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담보 가치 하락, 임대소득 감소 등으로 대출자의 연체율이 높아져 가계대출 건전성이 나빠지고 건설 투자 위축 등 관련 업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 지난 6월 말과 비교해 20% 하락할 경우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부채 대비 순자산 배율이 3.5배에서 2.7배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보유 자산으로 부채에 대응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그 속도가 빠른 게 문제가 된다"며 "현재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 채무 불이행과 내수 위축 등 경제 전반에 연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리나라의 물가 급등 때문에 국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 관련 세금 부담 일부 완화 등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ms123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