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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박진 해임안’ 거야(巨野) 독주에 … 與 “국민 심판 받고도 정신 못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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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해임안 단독 처리… 정국 급랭

박홍근 “외교참사 책임 묻는 건 당연”

표결강행 비판 의식 “국회법 준수해”

與 “민주 대선패배 이유 아직 모르나”

입법독재 규정… 국감 파행 가능성도

박진 “흔들림없이 맡은 소임에 최선”

김대기 실장 “전쟁 중 장수 목 못쳐”

정치권 민생 뒷전… 강대강 극한 대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여야 대치 속 정국이 한 층 더 얼어붙게 됐다. 해임건의안이 비록 강제력은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국회는 다음주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이용해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관철시키며 ‘선전포고’를 한 만큼, 국정감사장 곳곳에서 총성이 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일보

與, 해임안 반대 ‘피켓 시위’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네번째) 등 여당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유엔총회 순방을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주무 장관 책임론을 거론하며 이날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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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여야는 모두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박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가 정권 발목 잡기가 아닌 ‘외교 참사’를 바로잡기 위한 입법부 본연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이번 순방외교가 실패했다, 부족했다고 지적하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넘어가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여기에 대한 명백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회 민주주의를 정면 부정할 것이 아니라면 설령 건의의 형식일지라도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의 결정 사항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웅변했다.



다수 의석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국회법을 따랐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절차 측면에서 국회법을 준수했고 이와 관련한 문제는 없었다”며 “압도적 국민 다수가 이번 순방이 부족하다 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이던 2003년,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것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해임안을 수용, 상생의 정치를 해달라’고 논평한 것을 거론하며 “본인이 한 말을 스스로 되새겨 볼 때”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박 장관 해임 건의안 단독 처리 규탄대회를 열고 맞불을 놓았다. 본회의장 안팎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협치를 파괴한 거대야당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아직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대선에서 졌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169석이 있다고 함부로 의회 권력을 휘두르다가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도 겨냥했다. 주 원내대표는 “30일 김 의장 사퇴 권고안을 낼 작정”이라고 반발했다.

세계일보

텅 빈 국민의힘 의원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투표 대기중인 민주당 의원들 앞 국민의힘 의원석은 비어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임건의안 상정을 반발하며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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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반발을 넘어 대야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죽창가와 토착왜구라고 몰아 붙이며 나라를 망친 세력들이 일본 총리를을 만나서 미래관계를 발전시키자고 한 윤 대통령에게 ‘외교 참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역공을 퍼부었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여파는 정기국회 내내 협치 대신 전쟁으로 번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박 장관뿐 아니라 외교안보라인 경질을 요구한 만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윤석열정부와 대통령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수석을 점한 민주당의 행위를 ‘입법독재’로 규정한 만큼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감사 대상은 윤석열정부인데 여당의 비협조로 파행되면 야당 입장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분위기다.

세계일보

가결 선포 김진표 국회의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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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미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해임 건의가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보고, 애초 수용 여부를 고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금 상황이 상당히 엄중하다”며 “총칼 없는 외교 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여러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는 대통령에게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법률상 거부권 행사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도 않다. 하지만 가뜩이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국회에서 넘어온 해임건의안을 숙고 없이 바로 거부권 행사로 받아치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김현우·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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