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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잭슨 축하하러 간 바이든, 보수 대법관들과 '어색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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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흑인 여성 대법관' 잭슨 공식 서임식 열려

대법원 방문한 바이든, 전체 대법관들과 회동

낙태권 부정 판결 등 바이든과 사사건건 충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불편한 관계인 연방대법원을 방문했다. 보수 대법관이 6명으로 압도적 우세인 대법원은 지난 6월 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집권 민주당과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대법원장, 대법관들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함께 기념촬영을 했으나 속내는 편치 않았을 것이란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대법원에선 지난 6월 취임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의 공식 서임식이 열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임명된 잭슨 대법관은 미 사법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으로 뚜렷한 진보 성향이다. 서임식은 새로 취임한 대법관의 재판부 합류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선배들이 신참 대법관한테 덕담을 건네는 일종의 기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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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가운데)의 공식 서임식이 열린 30일(현지시간) 이를 축하하러 대법원에 간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나란히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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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대법관을 축하하기 위해 백악관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총출동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서임식에 정작 트럼프 본인은 참석하지 않은 점과 대조적이다. 보수 절대 우위의 현 대법원에서 잭슨 대법관한테 거는 진보 진영의 기대가 그만큼 크고 절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잭슨 대법관의 취임은 타협하지 않는 진실성, 강한 도덕적 나침반, 그리고 용기를 대법원에 불어넣은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은 미국인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날”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흑인 여성 법률가로는 사상 처음 최고법원 구성원이 된 점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대변인은 “대통령 부부, 부통령 부부, 그리고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이 서임식에 앞서 비공개로 한 자리에 모여 몇 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이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만 언론에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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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왼쪽)이 30일(현지시간) 공식 서임식을 마친 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대법원 청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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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법원은 트럼프 때 임명된 3명을 주축으로 보수 대법관이 6명이나 된다. 진보 대법관은 그 절반인 3명뿐으로 보수 대 진보가 첨예하게 맞서는 정치적 사안에서 보수가 늘 이기고 진보는 소수의견을 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대법원은 지난 6월 “여성의 낙태권은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므로 미국의 50개주(州)는 저마다 낙태를 규제할 법률을 만들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여성의 낙태할 권리는 헌법적 보호를 받는 기본권이라는 기존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가 거의 50년 만에 무너져 내렸다. 이밖에도 대법원은 총기를 보유할 개인의 권리를 확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보호청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판결로 보수 본색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관련 판결 직후 대법원을 거침없이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가 임명한 몇몇 대법관이 공화당과 ‘작당’해 미국을 망치고 있다”며 트럼프와 야당인 공화당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향해 “대법원을 바로잡으려면 11월 연방의회 중간선거 때 민주당에 몰표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보수 대법관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으로도 소수민족 유권자 투표권 제한 등 민감한 사안이 쟁점인 사건들이 줄줄이 대법원 심리를 거치게 된다”며 “잭슨 대법관이 새로 재판부에 합류했으나 6 대 3의 보수 우위 구도는 그대로인 만큼 대법원 판결 경향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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