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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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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푸틴 대통령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11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만 해도 전쟁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력이나 군사력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전쟁 초기 빠른 속도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했던 러시아군이 언제부터인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전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급기야 예비군 동원령을 선포했습니다. 병력을 보강해 열세를 극복하려는 것이겠죠. 그는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하며 확전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징집 대상 남성들의 러시아 탈출 행렬이 줄을 잇고 반전 운동이 거세지는 등 대혼란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과연 푸틴의 전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중국 전국시대 연왕 희가 조나라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왕 희는 처음에는 조나라와 우호관계를 맺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나라 실권자인 평원군 조승이 세상을 떠났을 때 지금의 국무총리 격인 상국 율복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을 파견합니다. 율복은 연왕이 하사한 많은 재물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 만큼 조왕이 후한 접대를 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조왕은 다른 나라 조문단과 차별 없이 그를 대했습니다. 율복은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래서 귀국 후 그는 이런 보고를 했습니다. "지금 조나라는 장평대전에서 장정들이 모두 죽었고 그의 자식들은 아직 어립니다. 평원군이 죽자 나이가 많은 염파가 상국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틈을 타 조나라를 정벌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왕은 율복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다른 대신들도 연나라가 많은 병력을 동원하면 조나라를 어렵지 않게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대부 장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조나라 정벌에 반대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조나라 정벌은 군사의 많고 적음을 거론할 일이 아닙니다. 먼저 군사 행동의 옳음과 그름을 생각해야 합니다. 대왕마마는 조나라와 친교를 두텁게 하려고 많은 재물을 주어 조왕의 장수를 축원했습니다. 그런데 사신의 귀국 보고만 듣고 바로 조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은 신의도 없고 의롭지도 못한 일입니다. 이렇게 군사를 일으키면 틀림없이 아무 공적도 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장거의 충언도 이미 마음이 전쟁 쪽으로 기울어진 연왕을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연왕은 장거의 간언에 불같이 화를 내며 그를 옥에 가두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와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연왕은 모든 병력을 총동원해 조나라를 공격했습니다. 조나라에서는 백전노장 염파가 방어에 나섰습니다. 그는 늙고 병든 병사를 앞에 내세우는 속임수로 연나라 군대를 방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예군을 매복시킨 뒤 연나라 군대를 유인해 무찔렀습니다. 염파의 용병술에 연나라 군대는 사분오열하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전쟁에 반대했던 연나라 장수 악승과 악한은 전쟁 중 조나라에 항복했습니다. 연나라는 병력이 훨씬 많았지만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연왕의 군대는 염파가 이끄는 조나라 정예군에 무너졌습니다.

대패한 연왕은 도주하다가 염파 군대에 포위됐습니다. 그러자 사신을 보내 강화를 요청했습니다. 이때 악한이 염파에게 제안합니다. "조나라 정벌을 주장한 사람은 율복입니다. 그는 전투 중에 죽었습니다. 대부 장거는 조나라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간언을 올인 사람입니다. 연왕은 그의 충언을 듣지 않고 그를 옥에 가두었습니다. 만약 강화를 허락하시려면 장거를 상국에 임명한 후 그를 강화 사절로 보내라고 하십시오." 염파는 그의 말을 따랐고 연왕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장거를 상국에 임명했습니다. 전후 처리는 장거가 주도했습니다. 투항한 장수 악승과 악한의 가족을 조나라로 보내주었고 조나라는 율복 등 연나라 장수들의 시신을 보내주었습니다. 장거는 상국에 오른 지 반년 만에 병을 핑계로 물러났습니다. 연왕이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푸틴의 전쟁은 의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연왕 희의 전쟁과 닮았습니다. 군사력에서 우위를 점했으면서도 쉽게 승리하지 못한 것도 그렀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전쟁 도발의 명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푸틴은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고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심을 불태웠지만 그것은 옳지 못한 판단이었습니다. 국제사회는 푸틴의 불의한 전쟁에 반발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저항할 명분이 명확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나라를 지켜야 했습니다. 러시아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가지 않으려고 탈출한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적극 참전했습니다. 외국에 거주하던 남성들까지 자발적으로 귀국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애국심이 발동해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러시아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막강한 병력과 무기를 가지고 7개월 넘게 전쟁을 끝내지 못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푸틴과 연왕 희의 사례는 불의한 전쟁 도발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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