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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계 금리 흐름

"미국 금리인상 속내는 러시아 굴복... 환율도 에너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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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 콘퍼런스'서 금융전문가 진단
한국일보

한국 투자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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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인상은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는 것이다. 외환시장(환율)도 에너지 문제다."(김일구 한화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은 경제 규모가 중국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향후 8년 동안 동맹과 결합해 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을 패권에 도전 못 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대만에 일촉측발의 상황이 발생하면, 자본이탈도 있을 수 있다."(신환종 한국투자증권 운용그룹 상무)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진정돼야 금리를 올려 총 수요를 억제하려는 연준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

국제재무분석사(CFA) 한국협회 주최로 지난 28일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한국 투자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대표되는 최근의 혼란한 금융시장과 경제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김일구 한화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말처럼 물가상승률이 2%까지 떨어지려면 러시아가 항복해야 한다"며 "러시아를 굴복시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있는 러시아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해 잘 지내려면 연준이 줄곧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제시한 2%보다 높여 3% 정도까지는 올려줘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리며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3%로 올리면 현재 8% 넘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내년 말 아니면 내후년 초에 그 정도 도달한다"며 "지금 금리를 크게 올릴 이유가 없는데 굳이 2% 물가 목표를 재강조해 금리를 올렸다"고 했다.

금리인상으로 나타난 '킹달러'와 '원화 약세' 현상도 에너지와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봤다. 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20개국(G20)의 실효환율을 보면 통화가 강세인 나라가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미국 이런 나라들인데 모두 에너지와 자원을 갖고 있다"며 "통화가치가 크게 약세도 강세도 아닌 인도와 중국은 자원 보유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나라"라고 했다. 반면 "통화가 약세인 한국,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일본, 유럽은 에너지도 없고 자원 보유국과 친밀하지도 않아 미국밖에 의존할 곳이 없는 나라"라며 "외환시장은 미국 금리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이 보는 지표 중 하나가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고에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인데, 10월까지 80% 채우려던 걸 8월 말에 달성했고, 바로 파월 의장이 다시 강력한 긴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75bp 올리고, G7 재무장관들이 모여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합의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도 가스관을 잠그고, 러시아가 포함된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도 원유 감산을 발표했다"며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이 러시아의 소행이라면 러시아도 배수진을 친 것이라 에너지 문제는 전면전의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를 의도적으로 용인해 에너지 수요를 줄여 러시아를 비롯한 OPEC+ 등 산유국의 카르텔을 깨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레이건 시대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20%대로 확 올려 산유국의 카르텔을 무너뜨린 것처럼 파월도 OPEC+의 카르텔이 무너질 때까지 수요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산유국은 독점기업이고, 이들과 싸우는 연준 입장에선 수요를 줄이는 것이 무기"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 나폴레옹의 군대를, 또 독일 나치 군대를 러시아의 군대가 아닌 겨울이 물리쳤다"며 "이번 겨울 기온이 온화해 에너지 수요가 많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내려가고, 반대의 경우 1,500원대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신환종, "미국, 중국이 패권 넘보지 못하게 안보 명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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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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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환종 한국투자증권 운용그룹 상무도 "달러 초강세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당시와 유사하다"고 김 수석 이코노미스와 비슷한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볼커가 금리를 20%포인트 올리고,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게 만들어 미국이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승리, 달러의 지위를 지키며 달러 초강세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때도 지금처럼 돈이 많이 풀렸고, 베트남전쟁이나 중동전쟁처럼 지정학적 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국가들의 통화 정책이 미국을 따라오지 못해 달러 초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이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자원 등 수입 물가와 지정학적 위기 등에 취약한 점 등에 따라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간에 미국과 중국의 편가르기로 점점 더 사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장 취약하다"며 "최소 내년까지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1년이나 3년 안에 대만에서 실제 충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촉측발의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자본이탈도 있을 수 있어 더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특히 2049년 중국이 미국을 넘어 새로운 역학관계의 중국 중심 시대를 열겠다는 '중국몽'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이 이대로 가면 2030년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서고, 군사력은 2045년에 추월할 것으로 생각해 2049년에 최강국이 되는 시기를 제시했다"며 "2030년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서고, 미국이 군사력 우위인 상황이 되면 어떤 나라도 군사적 충돌 아니고서는 (미중갈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동맹과 결합해 안보라는 이름으로 중국이 다시는 패권에 도전 못 하도록 압박할 가능성 높다"고 했다. 이어 "향후 8년이 제도적으로 배제하거나 경제적으로 눌러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처럼 여러 법안을 만들 것(에 대비해야 한다)"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2009년 시작된 탈세계화가 달러 결점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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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 위치한 미국-멕시코 국경에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한 장벽이 높게 세워져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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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미국의 움직임을 큰 그림으로 봐야 한다"며 탈세계화로 풀어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두된 탈세계화의 시초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내린 결정이 바로 금융을 규제하고 국가 밖으로 나간 제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이라고 했다. 이는 "2009년 이전에는 세계가 분업화해서 미국은 자신의 강점인 기술과 금융 쪽을 하고, 나머지 제조 물품은 수입해서 쓰겠다는 것이어서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다른 나라 경기도 좋아지는 경제구조였지만, 리쇼어링이 시작돼 그 연결고리가 끊어져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미국만 좋은 현상이 2009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2차 탈세계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시작한 반이민정책과 중국에 대한 관세 보복"이라며 "이때 지금의 인플레 씨앗이 뿌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 인력이 (미국 내로) 못 들어오고, 공산품 인플레이션을 조장할 수 있는 관세를 부과한 것이 코로나 때 대거 유동성이 풀리며 그 씨앗에 물을 줘 폭발한 게 현 상황"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공산품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식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3차 탈세계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벤트들이 결국 불안해보이던 달러가 계속 약점을 보강하는 쪽으로 흘렀다"며 1차 탈세계화 미국 중국 한국의 종합주가지수 중 미국만 꾸준히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보여줬다.

조 대표는 "탈세계화의 가장 큰 특징이 공급 부족이고, 그래서 차를 사려면 1년씩 기다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할 때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아 총 수요를 억제 시키려 한다"고 했다. 즉 "미 연준 입장에서는 총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자국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진정돼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원하는 수준만큼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주 미국 출장 때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팁을 포함해 한화로 2만8,000원 정도를 내고, 4명이 순댓국과 순대 한 접시를 먹었을 때는 20만 원 정도가 나와 인플레이션 수준이 어떤지 체감했다"며 "인플레이션 추세가 떨어지긴 하겠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유지되며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봐 연준의 목표치인 2.0~2.5% 수준을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이 긴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가 경착륙할 조짐이 보이면 양적 긴축 조절 등 다른 시그널을 통해 시장 안정화 노력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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