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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범죄 피해자 ‘2차 피해’ 막아라...‘존댓말’ ‘눈높이 질문’ ‘감사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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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상황 묘사·다그치기·반복 질문 등 금지

조선일보

대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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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증인을 귀여워해서 쓰다듬은 것을 증인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아닌가요?” (X)

“엄마가 쓰다듬어 줄 땐 어땠어요? 피고인이 쓰다듬는 거랑 피고인이 하는 거랑 달라요, 같아요?” (○)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9월 23~27일 ‘성범죄 사건 심리 개선 방안 연구반 최종 보고서’ ‘성범죄 사건 심리 참고 사항 책받침’을 발간해 각급 법원에 배포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증인 신문을 받을 때 자신이 당한 사건 관련 질문을 받다가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법관들에게 참고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다. 특히 ‘성범죄 사건 심리 참고 사항 책받침’엔 법관이 아동·청소년 피해자를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할 때 해서는 안 될 질문 유형, 어떻게 질문해야 올바른 지에 대한 예시 등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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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심리 개선 방안 연구반'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 배포한 '성범죄 사건 심리 참고 사항 책받침' 자료 중 일부/법원행정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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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피해자를 배려한 질문

해당 자료는 법관이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또 실명을 부르지 말고 ‘증인’으로 부르고, 다니는 학교 등을 밝히지 않도록 유의하도록 한다. 질문을 하며 피해자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는 이 재판을 맡고 있는 ○○○ 판사입니다” “앞으로 증인이라고 부를 거에요” “자리는 편안한가요?” “오늘 이야기하는 중에 말하고 싶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하면 돼요” 등이다. 증인 신문이 끝나면 “무척 힘든 상황에도 성실하게 이야기 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가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눈높이’에 맞게 질문하는 것을 권고한다. 자료는 “제가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일까요? (모른다고 대답하면) 잘했어요. 방금처럼 질문을 받고 모를 경우엔 ‘몰라요’ 기억이 나지 않으면 ‘기억이 안나요’라고 말하면 돼요” “이 마이크는 파란색이지요? (아니라고 답하면) 그럼 무슨 색이지요? (검정색이라고 답하면) 잘했어요. 방금 말한 것처럼 저나 검사, 변호인처럼 어른이 말하더라도 틀린 말을 하면 꼭 알려주세요” 같은 예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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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심리 개선 방안 연구반'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 배포한 '성범죄 사건 심리 참고 사항 책받침' 자료 중 일부/법원행정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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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치거나 빈정거리기, 성범죄 상황 구체적 묘사 질문 안돼

법관은 검사나 피고인 변호인에게 반복·중복되는 신문,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신문, 피해자의 과거 성 경험, 성적 성향 등 사생활 신문이나 성적 수치심·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신문 등을 못하게 주의를 주고 양측 질문을 시작하게 고지하도록 했다. 또 아동의 경우 “아빠가 때리거나 욕하거나 만진 적이 있나요” 같은 복합적인 내용을 한꺼번에 질문하지 않도록 했고, 반복된 질문은 질책으로 인식해 답변을 바꿀 수 있어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법관은 통상 증인 신문 과정에서 “증인의 진술이 허위이면 위증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에겐 이런 질문은 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증인은 당시에 충분히 (어떻게) 할 수 있었는데 왜 안 했죠?” “증인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네요” 등의 말 대신 “증인은 당시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같은 식으로 질문해야 한다. 특히 “피고인이 증인 옷을 벗기는 과정을 자세히 말해보겠어요?” 등 성범죄 상황, 성관계 행위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하라고 질문해선 안된다.

16세 미만은 형사소송법상 선서 무능력자이기 때문에 증인 신문 전 법정에서 하는 선서를 하지 않고 신문해야 한다. 피해 아동·청소년이나 보호자가 실제 출석이 가능한 시간(방학, 방과 후 등)에 증인 신문을 해야 한다.

◇헌재 결정에 사법부·행정부 대비책 강구

행정처가 이 같은 자료를 배포한 것은 작년 1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이다. 헌재는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말한 영상 녹화물을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게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을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피고인 측의 반대 신문권이 제한됐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가 크다는 이유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대법원과 정부는 대응책을 모색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법관 11명, 증인지원관 1명으로 된 ‘성범죄 사건 심리 개선방안 연구반’을 만들어 재판에서의 미성년 피해자 증인 신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해 ‘성범죄 사건 심리 참고사항 책받침’ 등 자료를 각 법원에 배포했다. 미성년 피해자 증인 신문 장소는 법원·해바라기센터 등 피해자가 출석하기 원하는 장소나 법원 직원이 피해자가 원하는 사적 공간에 찾아가 중계 시설을 설치해 증인 신문을 하도록 권고했다.

법무부의 경우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수사 단계에서 미성년 피해자를 영상 녹화 할 때 피의자 측의 반대 신문권을 보장하되,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당 영상 녹화물을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게 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 개정안은 지난 6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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