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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더스페셜리스트] "이건 사랑이 아닌 병"…스토커의 뇌, 직접 들여다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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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을 범죄가 아니라 과도한 사랑 정도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명백하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2003년 미국의 한 법의학 연구결과 보면요, 헤어진 연인이나 부인을 살해한 사건의 85%에서 스토킹이 선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살인 사건의 강력한 신호인 셈입니다.

스토킹은 법의학적으로 봤을 때 심각한 마약 중독과도 같아 더 위험한데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따져보겠습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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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한 번 보겠습니다.

뇌 기능을 구조적으로 알 수 있는 PET CT인데 왼쪽이 일반인, 오른쪽이 마약중독자입니다.

평소에는 차이가 없죠? 그런데 마약을 투여하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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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여기 도파민을 분비하는 부위가 억제되지만 마약중독자는 더 빨갛게 활성화됩니다.

도파민은 자극을 더 원할 때 분비되는 물질인데, 일반인은 마약을 투여해도 더 원하지 않지만 마약 중독자는 마약을 더 강하게 원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중독자는 마약을 스스로 끊기 어려운 겁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결과가 스토커의 뇌에서도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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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이 공개한 뇌 기능 MRI 사진인데요, 여기 하얗게 표시한 부분 보이시죠.

스토커가 일반인보다 눈에 띄게 활성화돼 있는 부위인데, 바로 이곳이 도파민을 분비하는 영역입니다.

마약중독자처럼 스토커도 스토킹이라는 행위 자체에 중독돼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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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스토커들은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 부위는 퇴행해 침울한 피해망상에 빠져 있고요, 자율 신경계 균형이 깨져 충동적인 데다 흉악범들처럼 옥시토신 등이 과도해 강박성과 폭력성도 높아집니다.

한두 번 시작한 스토킹에 중독되고 그러면서 뇌는 점점 파괴되고 수법은 더욱 악랄해지는 거죠.

스토커는 가까운 또는 가까웠던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조사 결과 스토커는 연인이나 배우자인 경우가 52.5%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스토커,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먼저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망상적으로 질투합니다.

연인을 믿지 못하고 늘 의심하는 거죠.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데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사람은 잠재적인 스토커 후보라 봐야겠죠.

또 스토커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사랑에 빠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아닙니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데도 접근하는 잘못된 행동이 2번 이상, 2주를 넘으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될 스토킹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그러면, 스토킹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스토커와 피해자를 완전히 분리하면 추가 범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집니다.

문제는 접근금지 기간인데요, 스토킹의 중독성은 보통 2년인데 길면 10년을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스토커 접근 금지 기간을 기본 2년으로 하고, 10년까지 연장하는데 이때 스토커 신상 다 공개하고 소셜미디어도 관리합니다. 어기면 바로 5년에서 10년 징역에 처하죠.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형사적 접근금지는 6개월 이하, 징역은 3년 이하입니다.

스토커는 그 자체로도 병이지만 강박증, 우울증, 망상증 등을 함께 앓기도 해서 치료가 필요한데 강제로 하지 않으면 쉽지 않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원배·박현철,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임찬혁)
조동찬 의학전문기자(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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