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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테니스 열풍에 코리아오픈 역대급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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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30일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권순우의 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복식 8강전 경기 장면.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테니스 열풍이 불면서 이번 대회에 수많은 팬이 몰려와 가을 테니스 축제를 만끽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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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에 이렇게 관중이 많은 것이 얼마 만인가."(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

"평일 낮에도 관중이 많아 경기할 때 아드레날린이 솟았다."(남지성 세종시청 선수)

테니스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테니스를 막 시작한 '테린이(테니스+어린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장으로도 열기가 옮겨붙는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에 이어 2일 니시오카 요시히토(56위·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까지 관중 몰이에 연이어 성공하며 주최 측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여자 대회에서는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스타 선수들이 맞붙은 준결승 옐레나 오스타펜코(19위·라트비아)와 에마 라두카누(77위·영국)의 경기에 관중 약 7000명이 입장했고, 오스타펜코와 예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24위·러시아)가 겨룬 결승전은 1만석이 아예 매진됐다.

코리아오픈에서 매진 사례가 나온 것은 마리야 샤라포바(은퇴·러시아)가 출전했던 2004년 1회 대회와 오스타펜코가 우승한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테니스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준 높은 경기를 직접 눈으로 보겠다는 테린이들이 그만큼 많아진 셈이다.

1996년 KAL컵 이후 26년 만에 ATP 투어가 열리는 남자 대회로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US오픈 준우승자 카스페르 루드(2위·노르웨이)와 캐머런 노리(8위·영국) 등 상위 랭커가 대거 참여하는 데다 2018년 호주오픈 단식 4강까지 오른 정현이 부상에서 회복해 지난달 28일 권순우(74위·당진시청)와 한 조로 출전한 복식 경기를 통해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준결승전과 결승전 지정석 입장권은 10만~20만원인데도 이미 매진됐다.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센터코트 관중석에서 만난 직장인 조태욱 씨는 "코로나19 사태 초반 즈음부터 테니스를 시작해 즐기고 있다"며 "마침 휴무일인데 정현 복귀전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진(본명 김석진)이 루드와 니콜라스 자리(111위·칠레)의 16강 경기를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를 승리로 마친 루드는 "진이 테니스를 좋아한다니 테니스 선수로서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휠라와 던롭, 르꼬끄 등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이고 롯데칠성음료, 굽네치킨, 파파존스, 써브웨이 등 다양한 브랜드도 대회 후원사로 대거 참여했다.

직접 테니스를 즐기는 인구 역시 크게 늘어났다. 유통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테니스 인구는 약 50만명,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2500억원이었지만 조만간 60만명을 돌파해 3000억원대 시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신규 유입 동호인 중에는 20·30대 비중이 높아 앞으로 시장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스포츠 전문관인 무신사 플레이어를 지난 4월 개시한 뒤 9월까지 테니스 의류와 용품의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량 기준으로도 테니스 의류·용품 거래는 평균 549% 증가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즐겁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MZ세대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골프와 비슷하나 저렴한 초기 입문 비용이 장점"이라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까지 겹쳐 더욱 큰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도심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실내 테니스장이 1년 전 300여 개에서 현재 500여 개로 늘어났고, 아예 시간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인 테니스장까지 생기는 추세인 점도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테니스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괜찮은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거나 경기를 치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체육시설 통합 예약 시스템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아 현장에서 추첨으로 대관을 진행하거나 특정 동호회 등에 월 대관을 주는 방식이 많다. 간혹 판교수질보건센터 테니스 코트 등 현장·당일 예약이 가능한 실외 코트가 있지만 오전 7시에 예약하려면 6시 이전부터 기다려야 할 정도다.

최근에는 동호회에 들어가지 않고도 매치 상대와 코트 예약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했다. 테니스 매칭 앱 '스매시'의 이승재 사업이사는 "올해 2월 출시해 2월 말까지 누적 회원 수가 2800명이었는데 현재는 3만명으로 늘어났다"며 "20·30대 이용자가 전체 중 75%이고 남녀 비율이 6대4로 전 연령 테니스 성비에 비해 여성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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