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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남양유업, 드디어 주인 바뀌나...한앤코 1심 이겼지만 인수까진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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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주인이 드디어 바뀌는 것일까. 남양유업 지분 매각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아닌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1년을 넘게 끌어온 소송전에서 ‘완패’한 홍 회장 측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전량을 한앤코에 넘겨야 할 입장에 처했다.

매경이코노미

남양유업 지분 매각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아닌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지난해 4월 홍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장면.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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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한앤코 소송전, 왜?

▷홍원식 매각 계약 후 일방적 철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지난 9월 22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그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홍 회장 측이 지난해 한앤코와 맺었던 지분 매각 계약대로 주식을 넘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 한앤코에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해 4월 불거졌던 ‘불가리스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부 연구소 결과물을 홍보 행사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었고,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혐의로 고발당했다.

남양유업은 엄청난 비난 여론과 불매 운동에 맞닥뜨렸고, 결국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경영권을 내려놓고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는 데 이르렀다. 바로 한 달 뒤인 2021년 5월, 남양유업은 한앤코에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약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새 주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반전이 일어났다. 홍 회장이 한앤코에 돌연 ‘매각 철회’를 통보한 것. 홍 회장 측이 주장하는 철회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한앤코가 홍 회장 측과 맺었던 별도 합의 계약을 불이행했다는 것이다. 인수 대상에서 ‘백미당’ 제외, 그리고 오너 일가에 대한 임원 처우 보장 등의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둘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쌍방 대리’ 이슈다. 홍 회장은 김앤장이 한앤코와 본인 대리를 동시에 맡아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해당 계약이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앤장이 홍 회장에게 불리한 계약을 맺도록 유도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홍 회장이 변심한 것은 개인의 욕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측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당시 남양유업 주가보다 2배가량 비싼 주당 82만원에 지분을 사들이기는 했지만 저렴하게 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남양유업이 보유한 자산, 백미당을 포함한 ‘외식 사업부’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분 매각 결정 이후 남양유업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하니 홍 회장 입장에서는 속이 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매각 철회 결정에 당연히 즉각 반발했다. 홍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의무를 촉구하는 거래 종결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 나온 법원 1심 판결이 그 결과다. 재판부는 “계약서 어디에도 백미당 분사나 오너 일가 처우에 대한 문제를 확약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또 김앤장은 홍 회장 측을 ‘대리’한 것이 아니라 ‘자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매경이코노미

▶남양유업, 언제쯤 주인 바뀔까

▷홍 회장 항소…대리점·직원만 피해

사실 이번 한앤코 승소는 예상된 결과였다. 앞서 한앤코가 신청했던 세 차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모두 한앤코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홍 회장 일가를 대상으로 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2021년 8월),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2021년 9월),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 사이 협약이행금지 가처분 소송(2022년 1월)에서 법원은 모두 한앤코 신청을 받아들였다. 홍 회장 측은 계약 해제 통보 약 2달 후 한앤코 대신 대유위니아와 경영권 조건부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1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품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 측이 즉각 항소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한앤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2심을 거쳐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갈 경우, 판결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흐를 가능성이 크다.

한앤코만 답답한 것이 아니다. 남양유업 투자자는 물론 남양유업 임직원까지 내심 홍 회장 지분 매각을 바라는 눈치다. 남양유업 주가와 실적만 봐도 알 만하다. 지난해 1월 30만원대에서 횡보하던 남양유업 주가는 홍 회장과 한앤코 지분 매각 계약 이후 급등해 7월에는 8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홍 회장이 매각을 철회하고 지지부진한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주가도 급전직하했다. 올해 7월에는 36만1000원까지 고꾸라졌다.

실적도 부진하다. 남양유업은 올해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손실 199억원을 기록하면서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 2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은 약 422억원. 전년 동기(347억원)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남양유업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홍 회장은 남양유업이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상반기 급여로만 8억1100만원을 받았다. 빨리 경영이 정상화되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남양유업 직원들 속내”라고 털어놨다.

▶한앤코 이후 남양유업, 어떻게?

▷기존 사업과 시너지 ‘볼트온’ 전략

한앤코는 홍 회장 항소로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할지 몰라도 결론은 크게 달라질 바 없다고 자신한다. 이번 소송 결과 법원 입장이 명확한 만큼, 경영권 인수 작업을 조속히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한앤코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도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는 없을 것으로 본다. 홍 회장 변심으로 남양유업 기업가치 자체는 물론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가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앤코가 바꿔나갈 새로운 남양유업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소송전이 끝나더라도 한앤코가 풀어나갈 과제는 만만찮다.

먼저 망가진 기업 이미지 회복이 1순위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 외에도 그간 여러 가지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었다. 2013년 본사 직원이 아버지뻘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남양유업 갑질 사태’부터 시작해 홍 회장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2019년 홍 회장 지시였던 것으로 결론 난 ‘경쟁사 비방 댓글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한앤코와 1심 소송 판결 직후인 지난 9월 26일에는 남양유업 전 대리점주 A씨가 남양유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며 또 한 번 이미지를 구기기도 했다.

부진한 실적도 개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즐겨 써오던 ‘볼트온’ 전략을 남양유업에도 적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볼트온’이란 유사 기업을 인수해 함께 가치를 상승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성공한 전례도 많다. 과거 웅진식품 인수 후 동부팜가야와 대영식품 등을 인수한 뒤 퉁이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현재 운영 중인 호텔체인 식음료 사업, 그리고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과 남양유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는 과거 시멘트, 식품 등 유사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볼트온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시너지와 가치 상승 효과를 낼 때까지 인수 후에도 큰 조바심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경영 정상화를 이뤄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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