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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국방부 '보안 강화' 예산, 대통령실 주변 '조경공사'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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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국방부 사업 일부 변경
'초소 설치' 업체에 조경·출입구 설치까지 맡겨
野 "대통령실, 국방부 예산 점유 비정상적" 지적
한국일보

4월 3일 촬영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의 모습.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5월 10일부터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해서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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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조경공사와 출입문, 펜스 설치 등 대통령실 예산으로 집행돼야 할 사업에 국방부에 책정된 '보안 강화'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지 약 5개월이 됐지만, 주변 부지의 관리 권한이 여전히 국방부에 있는 탓에 '깜깜이' 예산 집행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예산은 정부가 '용산청사 주변환경 정리' 용도로 국방부에서 전용했다고 밝힌 29억5,000만 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집무실 이전에도 청사만 권한 있는 대통령실

한국일보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조감도를 제시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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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3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는 지난 7월 국방부로부터 청사 건물의 관리권한을 이관받았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해 국방부 청사에 대한 용도 변경 절차를 밟았는데, 건물 부지와 외곽 부지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대통령 관저로 결정된 외교부 장관 공관이 건물과 주변 부지가 동시에 용도 변경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재부는 이에 "통상 국유재산의 용도를 변경할 때 관리의 수월성을 위해 건물과 토지가 같이 이동한다"라면서도 "국방부 토지는 필지가 쪼개져 있어 분할 측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외교부와 다르게 건물만 이관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청사 보안 예산, 대통령실 조경공사에 투입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방부 청사 보안을 위한 예산이 집무실 주변 부지 정비를 위한 조경·토목공사에 전용됐다는 점이다. 국방위 소속 설훈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2년 전부터 총 64억여 원을 투입해 '시설경계보강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방부 청사 경계를 따라 외부 침입을 즉각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된 장력감지울타리와 폐쇄회로(CC)TV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올해 4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12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부 사업의 계획이 변경됐다. 국방부와 장력감지울타리 및 CCTV 설치사업을 계약한 A업체는 CCTV만 설치하는 것으로 재계약이 이뤄졌다. 울타리 철거와 경계초소 설치를 맡은 B업체는 집무실 주변 펜스와 출입구, 조경공사를 포함한 돌관공사(장비와 인원을 집중 투입해 단기간에 끝내는 공사)를 의뢰받았다. 이에 A업체의 계약금은 23억2,000만 원에서 11억4,000만 원으로 삭감됐지만, 대통령실 주변 조경사업까지 맡게 된 B업체의 계약금은 9억2,000만 원에서 33억9,000만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설훈·양기대 의원 "대통령실이 국방예산 점유한 셈"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의 사업 계획 변경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9억5,000만 원(40억 원→49억5,000만 원)이 증액된 것을 두고도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사업 추진 도중 불가피한 예산이 증액될 경우 국회 승인 없이 집행 잔액을 사용해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이에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워낙 크다 보니 이를 숨기려 한 것이 드러난 셈으로 국민 기만 행위"라고 꼬집었다. 양 의원은 "대한민국의 상징인 대통령실의 부지 관리 권한이 국방부에 있는 것은 국격에 맞지 않다"며 "국방부 예산을 대통령실이 점유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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