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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150만원이 빚 25만원 된다…그릴수록 '홧병'나는 작가들[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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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공장 2022 ②]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의 그림 작가 장성락 씨가 37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을 두고 웹툰 업계의 고강도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밀실]팀은 K웹툰의 창작 현실을 점검하고 웹툰 당사자 간 문제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웹툰공장 2022’를 싣는다.



[웹툰공장 2022 ②]



“작가를 그림 그리는 기계로 보는 계약서라고 하더라고요.”



신인 웹툰 작가 A씨는 “자문한 변호사가 한 말”이라며 지난해 7월 한 웹툰제작사가 내민 계약서를 보여줬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연재를 의뢰하면서 원작료와 판권 비용까지 작가 부담으로 돌려놓은 계약서였다. A씨는 “계산해보니 수익 1000만원이 발생해도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은 7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정식 계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업체측은 계약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일거리가 급했던 A씨는 구체적 조건을 모른 채 꼬박 5개월 동안 1화당 90컷이 넘는 웹툰 5화 분량을 그려 넘긴 끝에야 문제의 계약서를 받았다. A씨는 “하루 3시간 남짓 자면서 일해 받은 돈은 1화당 5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며 “계약서를 보고나니 도저히 사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주변만 봐도 데뷔 후 사라지는 신인 작가들이 정말 많다. 버틸 수 없어 도망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며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스타 작가 신화가 확산됐다. 이들 신화는 한 젊은 작가의 죽음에 “돈을 벌기 위한 본인 선택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는 현실을 빚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세훈 웹툰협회장은 “1년에 수억원을 버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저 임금 수준도 벌지 못하는 작가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과연 웹툰 작가 다수는 대기업 플랫폼이나 제작사와 ‘자유롭게 계약하는’ 프리랜서라고 볼 수 있을까.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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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하니 마이너스…‘후차감 MG’의 마법



업계 일반이 돼 있는 계약의 구조 속에서 확인되는 웹툰작가들의 존재는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해 데뷔작을 준비하며 한 제작사와 계약을 맺은 B작가는 “1화당 100만원 넘는 MG를 받는다. 남들이 보면 많다고 하겠지만 플랫폼과 제작사의 수수료를 떼면 전체 매출에서 10% 받을까 말까한 정도”라며 “재료비와 작업 보조 인건비도 작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손해도 리스크도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무슨 뜻일까.

‘MG(Minimum Guarantee)’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작가의 ‘최소수익’이다. 그러나 업계 주종인 ‘후차감 MG’의 뜻은 영 다른 의미다. 예를 들어 월 4회, 1화당 100만원 MG를 받고 플랫폼과 5:5로 수익을 분배하는 약정을 맺는다면 1화당 150만원이 수익이 날 때 작가의 몫은 75만원. 여기서 MG 100만원을 차감한다. 결과는 ‘-25만원’. 작가가 원고를 넘긴 뒤에도 돈을 버는 건 매출이 200만원이 넘어야 가능한 구조다.

월마다 초기화되는 ‘월MG’에선 그나마 업체 측이 ‘-’로 남은 액수를 청구하진 않지만 ‘누적 MG’방식에선 작가는 실제로 다음 화의 수익으로 그만큼을 메꿔야 한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과 직계약 하는 작가는 원고료를 받고 추가 수익을 분배받기도 하지만 제작사(에이전시나 스튜디오)를 통해야 플랫폼에 닿을 수 있는 다수 작가는 울며 겨자먹기로 MG방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웹툰작가 12명 중 다수(9명)도 플랫폼·제작사와 계약 과정에서 불공정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현행 수익배분 구조와 정산 구조 비공개 관행, 저작권 전면 양도 계약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6명)은 창작자의 ‘몫’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10년차 웹툰작가는 “정산서를 보면 화병이 생긴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정확하게 분배가 됐는지도 알 수 없지만 계약 거부를 불사할 정도의 협상력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웹툰작가는 “독소 조항이 많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이를 용인하는 것 같아 속상했지만, 또 언제 데뷔 기회가 올지 몰라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불공정 웹툰 계약서 20개 분석



중앙일보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학생기획 프로보노 웹툰팀(프로보노팀)의 ‘웹툰회사와 웹툰 작가 간 불공정계약 분석 보고서’를 입수했다. 프로보노팀은 최근 7년간(2016년~2022년) 웹툰 작가가 플랫폼(5곳)이나 제작사(15곳)와 실제로 체결한 20개의 계약서를 수집해 그 내용을 연재조건 9개 조항, 저작권 양도·귀속 관련 3개 조항, 2차 저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관련 4개 조항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측이 유통 채널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이 18개 계약서에서 발견됐고, 작가에게 과도한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도 14개였다. 또 ▶연재기간을 업체 측이 자의적으로 연장·단축할 여지를 두는 조항을 포함시킨 경우(12개)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연재계약 시에 일괄적으로 넘긴다는 내용이 담긴 경우(10개) ▶저작권을 회사에 포괄적으로 전면 양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5개)도 많았다.

프로보노팀이 발견한 문제점 중 일부는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26개의 웹툰 서비스 사업자의 웹툰 연재 계약서를 점검해 지적한(시정 요구) 불공정 약관 10개 유형에 포함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불공정 계약은 여전히 통용되고 있었다. 보고서 지도를 맡은 범유경 변호사는 “회사에 대해선 권리만 명시하고 의무가 규정되지 않는 등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서가 일반적”이라며 “작가와 회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복잡해지는 저작권 분쟁, 갈등의 씨앗 ‘불공정 계약’



불공정 계약이 다반사인 현실과 웹툰 제작 과정의 기업화·분업화 경향이 맞물리면서 작가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공동창업자 한희성씨는 작가 피토의 작품 ‘나의보람’에 ‘글작가’로 이름을 올려 수익의 30%를 가져갔다가 저작권 침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한씨는 자신이 “장르와 주제, 캐릭터 설정, 전체적인 스토리를 창작한 공동저작자”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심 법원은 “공동저작권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그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다툼이 진행 중이다.

저작재산권 중 ‘전송권’(플랫폼 등에 게시할 권리)과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도 분쟁의 소지가 큰 영역이다. 5년 차의 한 웹툰작가는 “연재계약을 맺지 않았던 플랫폼에 내 작품이 제멋대로 들어가 있었다”며 “계약했던 플랫폼에서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고 작품을 풀어버린 건데, 돈은 한 푼도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태원 클래스’나 ‘유미의 세포들’처럼 웹툰이 드라마나 게임으로 거듭나는 등 연재계약 당시 당사자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상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나치게 포괄적인 계약 관행은 2차 저작물을 둘러싼 분쟁을 조장할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성주(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창작 행위가 분업화되면서 작가 개인의 저작권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가 갈수록 어려운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며 “분업하는 형태의 계약에 회사가 저작재산권을 포괄적으로 양도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창작자의 권리 행사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웹툰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웹툰을 활용한 2차 저작물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불공정 계약 관행이 유지된다면 법적 분쟁이 빈발해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함민정·위문희·이병준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영상=황은지, 강민지·김민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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