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뜨렸다. 지난 2017년 9월 15일 홋카이도(北海道)를 통과한 화성-12형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3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한 IRBM이 동쪽으로 날아가 일본 영공을 지나갔다. 일본 방위성은 이 미사일이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아오모리(靑森)현 위를 날아가 오전 7시 44분쯤 일본 동쪽 3200㎞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태평양으로 떨어졌다.

2017년 12월 14일 북한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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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RBM의 비행거리는 4500여㎞, 고도는 970여㎞다. 속도는 약 마하 17로 탐지됐다. 세부 제원은 한ㆍ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IRBM은 사거리가 3000~5500㎞인 탄도미사일이다. 5500㎞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부른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를 보면 북한이 2017년 처음 발사한 IRBM인 화성-12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월 30일에도 4일과 똑같은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화성-12형을 발사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IRBM은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중 가장 먼 거리를 날아갔다. 이는 화성-12형이 유사시 일본 본토ㆍ오키나와(沖縄)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나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무기라는 사실을 대놓고 알리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실제로 평양에서 괌까지의 거리는 3400㎞ 정도다.

지난달부터 네 차례의 연이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보다 도발 수위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날 발사는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를 검증하며, 정상 궤도로 쏜 뒤 재진입체가 고온ㆍ고압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사전에 (발사를) 준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발사 직후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IRBM 발사를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한ㆍ미는 이날 오후 공군의 F-15K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를 동원해 서해 직도 사격장의 가상 표적에 공대지 합동 직격탄(JDAM) 2발을 발사하는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합참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으로 도발 원점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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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IRBM 요격할 수 있을까

화성-12형과 같은 IRBM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일본이나 괌을 노린 무기다. 그러나 유사시 한국을 향해 쏠 수도 있다. IRBM급 미사일을 정상각도 아닌 90도에 가깝게 높여 쏘는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탐지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미사일과 섞어 쏘면 더 어려워진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의 고각발사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배치한 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한ㆍ미연합사령관은 2014년 6월 “(북한이) 발사 고각을 높여 사거리를 줄이는 새로운 전술은 노동미사일로 한국을 타격하려는 의도”라며 “본국에 사드 요격 체계의 한국 배치를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의 사드 미사일 발사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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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고도 40~150㎞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됐다. IRBM 방어에 특화한 요격 체계다. 올 1월 아랍에미리트(UAE)가 사드로 예멘의 후티 반군의 IRBM 1발을 맞추면서 실전 검증을 거쳤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이번 IRBM의 최고 속도(마하 17)는 정점고도 근처에서 나온 것이며, 나중에 떨어지면서 공기와의 마찰로 속도가 확 줄어들었다”며 “사드는 고각발사한 북한의 IRBM을 막을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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