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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서울아파트 분양 85%가 밀렸다…청약대기자 '희망고문'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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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4월 공사가 중단된 채 한산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모습. 이 아파트 분양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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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반전세'로 사는 직장인 박모(43)씨는 당초 올해 안에 청약을 받아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바심이 났다.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 기회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다. 박씨는 "눈여겨봤던 둔촌주공은 고사하고 이문·휘경·장위동에서도 분양이 감감무소식"이라며 "분양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희망 고문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새 아파트 '분양 절벽'이 장기화하고 있다. 애초 분양 예정이던 재건축·재개발 단지 공급이 무더기로 연기된 탓이다. 청약 대기자 사이에선 "내 집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7363가구(총 가구수 기준)로 집계됐다. 당초 4만8589가구가 분양 시장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실제 공급은 15.2%에 불과했다. 예정량의 84.8%는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일반분양분 기준으로도 공급은 바싹 말랐다. 올해 서울에서 나온 물량은 2106가구에 그쳤다. 연말까지 계획된 물량이 6642가구에 이르지만, 실제 분양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추세면 역대 최저 수준이던 지난해 일반분양분(2931가구)과 비슷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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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반분양 물량만 4800가구에 육박하는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분양이 미뤄진 타격이 컸다. 이 단지는 올 5~6월 분양을 예고했지만, 내년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6개월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과 3구역 재개발 단지도 올해 4~5월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동대문구 휘경3구역과 성북구 장위4구역, 은평구 역촌1구역은 다음 달로 일정을 늦췄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휘경3·장위4구역 시공을 맡은 GS건설 관계자는 "11월 분양이 목표지만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선 신반포 15차 재건축이 올해 5월 분양 예정이었는데 내년으로 미뤄졌다.

잇단 분양 연기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은 빈 땅이 거의 없어 분양 물량 대부분을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상한제에 걸려 분양가를 못 높이고, 환수제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조합이 사업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자는 조합이 많다"며 "일부는 현 정부가 상한제를 폐지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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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당분간 서울의 '분양 절벽'은 이어질 전망이다. 분양 물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 건수가 감소세여서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 설립 이후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인허가)를 거쳐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착공 등 절차를 끝내야 분양으로 연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8월 서울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3만105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38가구)보다 38.7% 감소했다. 지난 5년 평균 가구 수와 견줘도 30.9% 줄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은 각종 규제로 3~4년 전부터 인허가가 막혀 있었다"며 "내년에도 분양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는 서둘러 분양가 규제 등을 손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주택 공급을 촉진하려면 상한제와 초과이익 환수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재건축 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재건축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등 환수제 완화책을 내놨지만, 국회 통과 여부가 미지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 침체기라 공급 부족이 당장 매매시장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시장의 부침과 상관없이 주택 공급은 일정하게 유지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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