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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골프장 페어웨이에 떨어진 현무 미사일, 軍 유감 표명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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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정치부 김형준 기자


[앵커]
네, 앞서 들으셨듯이 이 사고로 강릉 시내가 그야말로 뒤집어졌습니다. 군 당국 안내가 없었다가 오늘 기자들을 만나고서야 유감 표명이 나왔는데요.

국방부 출입하는 김형준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어젯밤에 쏜 현무 미사일이 떨어졌다,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오늘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기자들과 만나 직접 설명을 했는데, 사고가 일어난 건 어젯밤 11시쯤이었습니다.

어제 아침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 IRBM을 발사해 일본 아오모리현 상공을 넘겨 태평양에 떨어뜨렸는데, 여기에 대응하는 무력시위를 하기 위해 우리 군이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 사격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위치가 강릉에 있는 공군 18전투비행단 사격장이었는데,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에 거꾸로 방향을 틀었어요.

그러니까,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겨냥해서 쐈는데 오히려 서쪽으로 1km 정도를 가서 기지 안에 있는 골프장 페어웨이에 떨어진 겁니다.

노컷뉴스

'현무-2' 발사 후 비정상 낙탄 발생.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무-2C는 500kg짜리 탄두를 탑재하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폭발하지는 않았다고 하고요.

[앵커]
폭발했으면 어떻게 되는 거였죠?

[기자]
군 당국은 폭발 위험반경이 300m라고 설명했는데요, 반지름 300m 되는 원 안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거죠.

골프장이 넓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사고가 난 뒤에 그 범위 밖으로 장병들이 대피했다고 하니까 어느 정도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 같고요.

다행히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미사일에 탑재된 추진제, 그러니까 고체연료가 1분 정도 타서 골프장 한복판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바람에 강릉 시내에서 보일 만큼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합참 관계자가 오늘 기자들과 만나 밤새 시민들이 많이 놀라셨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인명피해는 없다고 설명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이 떨어진 곳이 민가에서 700m 정도 떨어진 곳인 만큼 자칫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앵커]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는 이제 이해가 됐어요. 그런데 왜 군이 몇 시간 동안 침묵을 지킨 거죠?

[기자]
군 당국이 어제 오후 출입기자단에 요청한 엠바고, 즉 보도 유예 요청이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어제 오후 4시쯤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미리 설명을 들었는데요, 북한이 IRBM 도발을 했으니 우리도 맞대응을 해야 한다, 저녁에 우리 공군 F-15K와 미 공군 F-16 전투기를 동원해 서해에 JDAM이라고 하는, 공대지 합동 직격탄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밤중에 우리 군의 현무와 미군의 ATACMS 미사일로 동해상에 있는 표적에 사격을 할 예정이라고 미리 공지를 받았습니다. 다만, 오늘 아침 7시쯤에 군 당국이 공식 발표를 하기 전까지 보도를 몇 시간만 미뤄달라는 협조 요청이었거든요. 기자단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요.

그런데 한밤중에 사격을 하다가 예상치 못했던 사고가 일어났고, 큰 불꽃과 소리가 나고 SNS에 사진과 영상이 퍼지니까 강릉 시민들이 관공서와 소방서, 언론사에 전화를 하는 소동이 일어났는데 군에서 사고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은 거고요.

지역 소방당국에서도 신고를 받고 출동하기는 했는데 군에서 훈련 중이고, 보안상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해 그대로 철수했다고 합니다. 원래 군 부대에는 자체 소방대가 있거든요.

오늘 이 부분에 대해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는데 군 당국은 군부대 근처 마을회관, 어촌계 같은 곳에 미리 합동홍보팀을 보내는 게 절차로 정해져 있대요. 미리 인원을 보내서 안내를 했다고 해명했고요.

다만 사고가 난 시간이 늦은 밤중이었고, 추진제가 이미 다 탔는데다 추가적으로 불이 나거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 시간에 이 사실을 공개하는 브리핑을 하거나 하면 혼란이 더 크게 일어나거나 주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물론 미사일이 군 부대 안에만 떨어졌고, 골프장이었으니 인명피해가 없었던 점은 천만다행입니다만 국민 안전과 관련돼 있고,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일인데도 군이 지나치게 경직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은 가능해 보입니다.

군은 여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러면 현무 미사일을 발사하다가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5년 전이었던 2017년 9월 15일의 일인데요. 북한이 어제도 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2형 IRBM을 태평양에다가 쏜 적이 있었어요.

우리 군이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발사가 포착된 지 6분 만에 현무 미사일로 대응사격에 나섰습니다.

이 때 2발을 같이 쐈는데, 한 발은 동해상에 있는 표적으로 제대로 날아갔는데 한 발이 날아가다가 문제가 생겨 바다에 떨어졌어요.

당시 발사했던 미사일은 현무-2 시리즈 중에서도 사거리 300km로, 가장 짧은 현무-2A였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미사일은 현무-2C로, 현무-2A와 탄두 중량은 같은데 더 멀리, 800km를 날아갑니다.

올해 3월과 5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쐈을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무력시위를 위해 현무-2C 미사일이 쓰였었는데, 이 때는 별 문제가 없이 정상적으로 발사됐고요.

현무-2 시리즈 미사일들은 북한이 ICBM을 쏘기 시작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응 사격, 즉 무력시위에 투입됐었는데요, 제가 이 때부터 발사된 횟수랑 실패한 횟수를 세 보니 10번 중 2번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앵커]
운용을 중단할 지 여부는 결정이 안 된 건가요?

[기자]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군이 국방과학연구소와 미사일 제조사, 즉 한화와 함께 원인을 분석할 예정입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이번에 쏜 현무-2C가 그렇게 오래 된 미사일이 아니라면서 설계보다는 관리상의 문제일 것 같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군은 현무-2C 미사일 운용을 일시 중단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러면서 현무 미사일 외에도 다양한 타격 수단이 있어 유사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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