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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팩트체크] 전기요금 올리면 무역적자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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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차관 "전기요금 30원 올리면 무역수지 석달간 25억달러 개선"

과거 전력소비량 동향 보면 요금 인상 때도 소비량은 꾸준히 늘어

전력소비량, 요금보다 경제성장률과 더 높은 상관성 보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30원 올리면 무역수지가 석 달간 25억달러(약 3조5천456억원) 정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단행된 전기요금 인상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한국전력의 적자를 메우는 것에 더해 6개월째 이어진 무역적자 개선을 언급한 것이다. 전기요금을 올려 전력소비량을 줄이면 전기 생산에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액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리가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도 아니고 전기요금 오르는데 무역수지가 개선되냐"며 의문을 표시하는 댓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경제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무역수지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전기요금 내달부터 kWh당 7.4원 인상



산업부에 확인한 결과 '전기요금을 30원 올리면 무역수지가 3개월간 25억달러 개선된다'는 발표는 지난 7월 산업용 전력 수요(발전량)와 평균 판매단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2년 내놓은 연구보고서상의 가격탄력성 예측치를 근거로 한 것이다.

7월 산업용 전력수요는 27.039TWh(테라와트시)였고, 가격탄력성 예측치는 -0.288∼-0.339이다. 7월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29.8원인데 30원을 인상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인상률은 23.1%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30원 인상 시 전력수요 감소분 예측치를 구하는 데 이용한 산식은 '전력 수요(27.039TWh)x탄력성(-0.288∼-0.339)x가격 상승률(23.1%)'인데, 이를 계산하면 1.8TWh∼2.1TWh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LNG 1만t당 71.6GWh(기가와트시)인 평균 발전량과 7월 LNG 현물가격 41.6달러/MMBtu(100만 영국열량단위, 1Btu는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 원/달러 환율 1천307.4원을 적용하면, 전력 감소분에 해당하는 LNG 수입액은 5억4천만달러∼6억4천만달러라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다만 이를 따르더라도 3개월간 기대할 수 있는 무역수지 개선 폭은 16억2천만달러∼19억2천만달러에 그쳐 장 차관이 언급한 금액(25억달러)에는 못 미친다.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을 23%(30원) 올리면 전력수요가 6.7∼7.8%(1.8∼2.1/27TWh) 줄어 그만큼 LNG 수입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 예측으로 정책 효과에 대한 정부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예측에서 핵심은 가격탄력성 예측치(-0.288∼-0.339)인데 연합뉴스는 산출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산업부에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의 공개를 요청했으나 보안사항이란 답변을 받았다.

정부 예측대로 전기요금 인상이 실제 전력수요 감소로 직결될지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요금 인상이 없었다면 전기 사용량이 얼마나 늘었을지 실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1980년대 이후 전기 요금 인상 때 전력 소비량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살펴봤다.

[표] 우리나라 전력소비량 및 전기요금 변동 추이

연도전체산업용주택용경제
성장률
(%)
전력
소비량(TWh)
증감률
(%)
요금
인상
(%)
전력
소비량
(TWh)
증감률
(%)
요금인상(%)전력
소비량(TWh)
증감률
(%)
요금인상(%)
199094.414.8-3.762.812.9-5.017.017.2-3.69.9
1991104.410.64.968.89.41.918.69.812.610.8
1992115.210.46.073.87.46.120.59.96.16.2
1993127.710.880.79.321.96.86.9
1994146.514.790.312.028.731.49.3
1995163.311.44.2100.711.54.930.35.52.69.6
1996182.511.8111.310.532.88.47.9
1997200.810.05.9121.49.15.935.16.95.96.2
1998193.5-3.66.5114.1-6.16.535.40.76.5-5.1
1999214.210.75.3126.110.58.035.1-0.60.011.5
2000239.511.84.0137.49.05.038.18.53.39.1
2001257.77.6142.23.540.35.64.9
2002278.58.0-0.1151.26.40.043.57.9-0.57.7
2003293.65.40.0157.84.42.546.57.0-2.23.1
2004312.16.3-1.5166.25.30.049.56.5-2.85.2
2005332.46.52.8174.95.23.352.05.12.44.3
2006348.74.92.1183.14.64.253.93.60.05.3
2007368.65.70.0194.96.51.055.73.30.05.8
2008385.14.54.5203.54.48.157.93.90.03.0
2009394.52.43.9207.21.86.559.42.70.00.8
2010434.210.13.5232.712.35.863.26.32.06.8
2011455.14.84.9
/4.5
251.58.16.1
/6.5
63.50.52.0
/0.0
3.7
2012466.62.54.9258.12.66.065.53.12.72.4
2013474.81.84.0
/5.4
265.42.84.4
/6.4
65.80.52.0
/2.7
3.2
2014477.60.6272.62.764.5-2.13.2
2015483.71.3273.50.465.61.82.8
2016497.02.8278.81.968.13.72.9
2017507.72.2-1.7286.02.60.068.50.7-11.63.2
2018526.13.6293.02.572.96.32.9
2019520.5-1.1-0.5289.2-1.30.072.6-0.4-3.72.2
2020509.3-2.2278.7-3.776.35.0-0.7
2021533.44.7291.34.579.94.74.1
2022
1~7월
320.74.2*4.6174.33.1*4.846.02.6*1.52.6
(예측)

* 2022년 4월 기준

<한국전력 '계약종별 전력 소비량' '전기요금 개정 추이' 취합>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도별 '계약종별 전력 소비량'(1961∼2021년)과 '전기요금 개정 추이'(1982∼2022년)를 비교·분석해 보면, 과거 6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간 전력소비량이 감소한 경우는 외환위기(1998년)와 코로나19 사태 때(2019년·2020년)로 불과 2차례, 햇수로는 3년뿐이란 걸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60년 동안 2차 오일쇼크(1980년)를 포함해 3차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격한 경기 침체를 겪었던 시기와 고스란히 겹친다.

하지만 나머지 기간을 보면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전력소비량도 꾸준히 늘어났다.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 기준)가 1961년 3천17억원에서 2021년 2천71조7천억원으로 연평균(CAGR) 16%씩 커지는 동안 연간 전력 소비량은 1.189TWh(1961년)에서 533.431TWh(2021년)로 매년 11%씩 증가한 셈이다.

중간중간 물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을 인상한 해에도 전력소비량 증가세는 계속됐다. 전기요금 인상이 전력소비량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역할을 했을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이 얼마나 됐을지는 파악하기 힘들고, 오히려 반대 사례도 많았다.

1992년엔 전기요금이 6.0% 올랐으나 전력소비량은 전년(10.6%)과 비슷하게 10.4% 늘었고,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듬해에도 10.8% 증가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과 2000년은 전기요금이 각각 5.3%, 4.0% 인상됐으나 전력소비량은 10.7%, 11.8%나 늘었다.

산업용 전력으로 국한해 보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전기요금을 전년(8.1%)에 이어 6.5% 인상하자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1.8%로 전년(4.4%)보다 둔화되는 듯했으나, 그 이듬해인 2010년엔 전기요금을 다시 5.8% 인상했는데도 전력소비량은 무려 12.3% 급증했다.

2011년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각각 6.1%, 6.5% 한해 두 차례나 올렸지만 전력소비량은 8.1%나 늘었고, 이듬해 또 6.0% 인상하자 증가율이 2.6%로 둔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엔 고유가로 전기요금을 4.4%, 6.4% 두 차례 인상했음에도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2.8%로 다시 상승했다.

정리해 보면 과거 전력통계로 봤을 때 전기요금과 전력소비량의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력소비량은 전기요금 인상보다는 외려 경제성장률과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경제성장 폭이 커질 때는 전력소비량이 가파르게 늘다가 경제성장이 둔화될 때는 전력 소비도 둔화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그래픽] 전기요금 얼마나 오르나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23% 올리면 전력수요가 6.7∼7.8%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과거 60년 동안 산업용 전력수요가 연간 기준으로 이와 비슷한 폭으로 감소한 경우는 1998년 외환위기 때가 유일했다.

당시 전체 전력소비량은 3.6%, 산업용은 6.1% 감소했는데 경제성장률은 -5.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은 전체 전력소비량이 2.2%, 산업용은 3.7% 줄었는데 경제성장률이 -0.7%였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에너지는 필수재로 수요가 비탄력적이어서 가격을 올린다고 수요가 크게 줄진 않는다"며 "에너지 사용량은 가격보다 경기 변동과 상관관계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요금을 높였을 때 (그 결과로) 생산이 위축되면서 경기침체가 오는 채널이 있고, 전기요금을 생산물가에 전가해 물가를 상승시키는 채널이 있다"며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 전기를 절약하는 쪽으로 간다면 다행이지만 생산을 줄이거나 물가 전가로 간다면 요금을 올려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것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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