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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터뷰]"열심히는 의미없어" 이승엽의 야구는 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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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은퇴 후에도 KBO 홍보대사·해설위원·야구 예능 출연 등으로 활발한 활동

"어차피 하면 최선 다해야하는 것"…손목 치료까지 받으며 야구 훈련

"경기 흐름 바꿀 홈런 타자 필요…KBO리그 흥행 위해 '홈런'하면 떠오를 정도의 선수 있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승엽 SBS 해설위원이 서울 서초구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06. xconfi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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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보 겸 홍보대사, SBS 해설위원,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최강 몬스터즈' 감독. 다양함과 간결함이 공존하는 이승엽(46)의 직함이다. 물론 공통점은 '야구'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떠난지 5년이 지났지만 야구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뉴시스 창사 21주년을 맞아 여전히 "야구가 재미있다"는 이 위원을 지난달 28일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

"전성기보다는 재미있게, 바쁘게 지내려고 한다. 은퇴한 지 5년째인데 계속 무기력하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재미있는 일,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일 중에 내가 원하는 것과 맞는 일을 하려고 하는데 딱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

-SNS에 최근 주사 치료를 받는 사진이 있더라.

"한 번씩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훈련을 하는데 아프더라.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구나 싶었다. 엊그제 촬영이 있었는데 아파서 연습도 하나도 못했다. 짜증이 확 났다."

-여전히 야구에 진심인 것 같다.

"어차피 하면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나. 프로 23년 동안 손목이 아파본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아팠다. 무리했나보다. 얼마전 MLB 홈런더비X에서 무리한 것 같다. 원래 강하게 치는 스타일이 아닌데 홈런을 쳐보려고 세게 하다보니 내 근력에 비해 오버스윙을 한 것 같다. 안 아팠으면 우승했을거다."

-출연 중인 JTBC '최강 야구' 인기가 워낙 뜨겁다. 선수 시절과는 또 다른 인기를 체감할 텐데.

"젊은 친구들이나 야구를 모르는 친구들도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보면 '최강 야구, 최강 야구'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진짜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주변에서도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느낀다. 예능을 떠나서 '야구'라는 콘텐츠가 많은 분들에게 울림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야구적으로 봤을 때는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실 야구가 침체기에 있지 않나. 야구를 모르시는 분들도 관심을 많이 보여주시더라. 특히 요즘 40대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는데 이걸 보면서 감동을 받고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런 걸 봤을 때 최강 몬스터즈라는 팀이 잘하고 있구나 싶다."

-예능인데도 팀에 대한 애정과 팀원들의 끈끈함이 프로 못지 않은 것 같다.

"맞다. 우리가 은퇴한 선수들이라 더 그렇다. 머리로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못한다. 할 수가 없다. 몸이 안 된다. 작전을 낼 수도 없고, 도루도 할 수 없고, 원 히트 투런도 안 된다. 기량 면에서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관록이나 경험으로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워낙 부상 선수들이 많다. 정말 '부상 병동'이다. 선수들이 전부 주사 맞고, 치료 받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도 한 게임을 위해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한다. 그래서 그런 진정 어린 경기를 한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시지 않나 싶다."

-'모든 선수들이 아프다'고 고민하는 모습이 프로팀 감독 같다.

"아, 근데 정말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없다.(웃음) 진짜로 아픈 선수들이 많고, 수적인 부분에서도 여유가 없다. 그래서 나도 대주자, 대수비도 나가지 않나. 진짜 큰일 났다. 21승9패 이상을 해야하는데 장담을 못한다.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해아 한다. 열심히 보다, 이겨야 한다."

-진짜 프로같은 자세다.

"열심히는 우리에게 의미 없다.(웃음)"

-감독으로 보는 야구는 또 다를 것 같은데.

"다르다. 선수를 뺄 때 어떻게 이 선수가 수긍하고, 마음을 안 다치게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많이 배운다. 여러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프로구단의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부드럽게, 여유있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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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승엽 SBS 해설위원이 서울 서초구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06. xconfi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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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야구 침체기라는 말도 했는데, 아마추어 선수들을 직접 상대해보니 한국 야구의 미래는 어떤 것 같나.

"사실 아마추어 야구를 경험하지 못했을 때는 우리나라 아마추어 야구가 경쟁력이 떨졌고, 그리 밝지 않다는 생각을 조금 했었는데 요즘 붙어보니 열심히 한다고 느꼈다. 우리나라 야구가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드웨어도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 주력과 어깨가 좋은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세세한 플레이를 보면 이종범 선배의 센스, 양준혁 선배의 타격 같은 기술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고등학생들은 평균 140㎞를 던지고, 150㎞대도 있다. 우리 고등학교 때는 135㎞만 던져도 빠른 투수라고 했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보자면 기교적인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한국 야구의 미래가 될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줘야 된단 생각도 할 텐데.

"처음에 우리 선수들과 모였을 때 '고등학생들에게 창피한 경기 하지 말자'고 했다. 열심히 뛰고, 열심히 백업가고 최선을 다하자고. 그런데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몸이 안 된다.(웃음)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실수가 나온다. 사람들이 볼 때는 잡을 수 있는 타구가 빠지는데 근력이 떨어져 그렇다. 그래도 다들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어서 누구를 나무라거나 질책할 수 없다.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고,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 이승엽과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런가.(웃음) 야구가 재미있지 않나."

-아직도 야구가 재미있나.

"당연하다. 지금도 야구 자주 보고, 매일 확인한다. 재미있다. 그래서 11월 지나고 12월부터 2월까진 심심하다. 매일 결과도 알고 싶고, 오늘은 어떤 일이 있나 생각도 나고."

-이제는 좀 야구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도 안 됐나.

"사실 은퇴하면 야구장은 쳐다보기도 싫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또 아니더라. 내가 방출됐거나, 부상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면 진절머리가 났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23년 동안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봤다고 생각하기에 후회는 없다. 그냥 좋다. 보는 건 가끔 지루할 때도 있다. 하는게 더 좋다.(웃음)"

-이승엽이 보는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각본이 없다는 것. 드라마나 영화는 시나리오가 정해져있지만 야구는 예상은 할 수 있어도 빗나가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더 열광하고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경기 후반에 역전을 해서 승리하면 그 짜릿함은 정말 대단하다. 나도 경기 후반에 한 번씩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기 홈런이나 끝내기 안타를 치면 정말 소름 돋는다. 매력 이상의 감정이다. 보시는 분들도 기분이 좋으실텐데 당사자는 말로 표현 못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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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승엽 SBS 해설위원이 서울 서초구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0.06. xconfi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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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학재단도 꾸준히 운영중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고 있다. 10월1일부턴 대구에서 리틀야구대회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던 걸 100%는 이행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야구단에 안 들어오냐, 왜 밖에서 노냐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홈런 기록으로 떠들썩했다. 그에 비해 KBO리그에선 거포가 사라졌다.

"타격이라는 건 자기 몸에 맞아야 한다. 투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서 이 볼을 어떻게 날려보낼지,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많은 타격폼이 있어야 한다. 공에 따라 공략하는 방법이 다 달라야 하는데 그런 게 조금은 약한 것 같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더라. 아마추어들에게 물어보면 유튜브를 보고 연습을 많이 한다더라. 사실 보는 건 간접적인 거다. 직접 대화하고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상적인 면만 보는 것 같다. 훈련할 때 경기에서 쓸 수 있는 타격 방법을 찾아야지, 훈련 때 잘 치는 타격 훈련은 필요가 없다. 독립리그, 대학생, 고등학생 연습하는 걸 보면 '저런 건 아쉽다' 느낄 때가 있다. 고등학생들과 경기를 하면 한 번씩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다."

-여전히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오래 기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그때는 133경기를 할 때였다. 144경기 체제가 되면서 깨질 수도 있다고 봤다. 박병호가 2년 연속 50홈런을 치지 않았나. 그러면 감이 온다. 특출난 선수가, 무시무시한 타자가 나오면 칠 수 있다. 홈런은 하나 치긴 어렵지만 한 번 흐름을 타면 몰아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투수가 정면 승부를 해주면 가능하다."

-56호 홈런 기록 언제쯤 깨질 수 있을까.

"힘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정도의 선수가 나와야 한다. 사실 아직 확 떠오르는 선수는 없다.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홈런 타자가 필요하다. 그런 선수가 있다면 정말 흥행이 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홈런'하면 누구 딱 나올 정도의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홈런은 없다. 0-10에서 1-10이 되는 홈런도 다음 경기를 위해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 홈런, 선수들의 안타 하나를 조금 더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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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SBS 해설위원이 뉴시스의 창간 21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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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볼 수 있냐는 질문 많이 받을텐데.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런데 지금은 밖에 있는 상태고, 다들 감독, 스태프가 있지 않나. 지금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데 지금은 말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고 있긴 한데 야구를 좋아하고, 좋은 기회가 온다면 가능하지 않겠나.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하고자 하는 야구와 내가 생각하는 야구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억지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항상 야구를 생각하고 있고,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모두 응원하고 있다. 10개 구단이 다 잘돼서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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