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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엔안보리 "중·러 北보호", "미국 탓" 설전…소득 없이 산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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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해 전체회의 소집…美 등 서방 주요국 北 규탄

한·일도 참석해 "안보리 행동해야" 강조…중·러는 '미국 탓'하며 北 두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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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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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김예슬 기자 김현 특파원 = 북한의 최근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5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주요 동맹들과 중국 및 러시아간 날선 설전이 벌어졌다.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논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별다른 소득 없이 산회했다.

미국과 서방 주요 이사국들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신규 대북 제재 추진 등을 반대하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중국 및 러시아는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문제삼으면서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맞섰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올해에 이전 기록인 25발을 넘어선 39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7차 핵실험을 위한 핵실험장을 복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5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중국 및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은 두 이사국의 전면적인 보호를 즐기고 있다"면서 "그 두 이사국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을 정당화하고 제재를 업데이트하려는 모든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애써 왔다"고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요컨대 안보리의 두 상임이사국은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적대적인 정책과 행동의 결과라는 그들의 근거없는 믿음을 반복하는 김정은의 행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2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을 때 미국과 동맹국들은 아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이후 도발을 지속했다며 "북한의 불법 무기에 대한 적대적 추구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방어적 행동을 이러한 위협의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비난하는 어떤 국가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관여 부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대화와 외교에 전념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과 동맹, 전 세계를 직접 위협하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과거 북한의 도발에 만장일치로 대응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안보리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응하기 위한 결의안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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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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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후 발언에 나선 프랑스와 영국, 노르웨이, 아일랜드, 알바니아, 인도, 브라질 등 대부분 이사국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북한이 전례없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고 영변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대사도 "안보리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이 북한을 대담하게 만든 것"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뒤 "모든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해야 한다"며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했다.

이해당사국으로 안보리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황준국 한국대사는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지난 5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일각에선 안보리가 북한을 더 자극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오히려 북한은 안보리의 침묵에 보다 빈번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법률 선포로 반응했다"면서 "게다가 북한은 현재 국제 비확산 체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7차 핵실험 직전에 있다"고 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며 "안보리는 북한의 긴장고조 행동을 끝내야 한다는 통일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도 최근 일본 상공을 지나간 일본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가리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침묵은 선택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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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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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탓'을 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우리는 북한의 최근 발사들을 주목하는 동시에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그 지역에서 여러 차례 실시한 연합군사훈련에도 주목한다"며 "북한의 발사 행동은 그러한 군사훈련 이전 또는 이후에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겅 부대사는 이어 "한반도에서의 시간을 감안할 때 모든 당사국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전체적으로 중요한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긴장 고조와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지만 미국이 북한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고 불신이 더욱 고착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핵 문제에 대한 군사적 대결 위험을 높이고 있다"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겅 부대사는 안보리를 향해 "강한 레토릭이나 압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안보리에서 논의와 숙의는 긴장고조를 부채질하기보단 억제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안보리 이사국들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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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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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지역 동맹들이 지난 8월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했고, 9월말에는 핵·미사일 항공모함을 동원해 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들 국가(한미일) 지도자들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억지 수단을 한반도와 그 지역에 배치하는 것에 관해 무책임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북한을 둘러싸고 벌이는 근시안적이고 대립적인 군사활동의 결과"라면서 "그것은 미국의 역내 파트너들과 동북아 전체의 정세를 해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 패러다임이 동북아 지역의 안보를 담보할 수 없고, 미사일과 핵 확산 문제 해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분명해졌다"면서 "대북 추가제재 도입은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것일 뿐"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과 함께 제출한 결의안을 언급,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며 "우리의 과제는 (북미간) 초기 합의와 이행된 약속의 틀 안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리는 각국 대표들의 공개 발언 후 비공개회의로 전환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논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이사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한미일 외에 영국과 프랑스, 인도, 알바니아, 브라질,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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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년 만에 일본 영공을 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가운데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린다 토마스 미국 유엔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 옆에는 황준국 한국 유엔 대사(오른쪽)와 요시카와 모토히데 일본 유엔 대사가 나란히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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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가 대표로 낭독한 성명에서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9월 25일 이후 7발의 다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복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 위협을 가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을 포함해 여기 합류한 나라들은 외교에 계속 전념하면서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국제사회 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이사국들에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규탄하고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데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또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할 것도 촉구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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