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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대법, ‘명예살인 위협’ 받은 파키스탄 부부 난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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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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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본국 가족들에게 위협을 당한 파키스탄인 유학생 부부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B씨 부부와 이들 자녀 C씨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서울의 한 대학 유학생이었던 A씨는 2016년 3월 파키스탄에 잠시 머무를 때 지금 아내인 B씨를 만났고 곧 혼인신고도 했다. 그러나 B씨 가족은 신분이 다르다며 결혼을 반대했고 ‘A씨를 해치겠다’는 위협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B씨 가족들은 B씨를 집으로 불러들인 뒤, ‘더러운 여자’라며 욕설을 하며 폭행을 가했다. B씨의 삼촌은 A씨에게 “가족을 끝까지 찾아내 복수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B씨 가족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B씨 가족이 경찰에게 뇌물을 준 뒤여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들 부부는 2016년 8월 A씨가 유학하던 한국으로 다시 입국했고 이후 파키스탄에 돌아가지 않았다.

1심은 A씨 가족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판단이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혼인 등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상황은 난민협약이 규정한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일방 또는 쌍방 가족 의사에 반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종족과 사회계급(카스트)이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넘어 생명, 신체, 성적 자기결정권 및 결혼의 자유 위협 등 차별이 발생한다면 이는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A씨, B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면서 “자녀도 명예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인도적 필요에 따라 이들의 자녀인 C씨의 난민 지위도 함께 인정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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