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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푸틴의 굴욕…우크라 루한스크 진입, 병합선언 4개주 다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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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리만 인근을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인들이 군 장갑차 위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설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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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부 전선에서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주에 진입했다고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주(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모두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에 뚫리게 됐다.



지역 군정청장 “탈환 작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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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스크주 흐레키우카 마을로 진군한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마을 도로 표지판 주변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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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 군정청장은 국영TV에 출연해 “루한스크주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작전이 시작됐다”며 “이미 루한스크주 다수의 정착촌이 러시아 점령군으로부터 해방됐다”고 말했다. 하이다이 군정청장은 그러면서 “이미 여러 시설이 해방됐고 우크라이나 부대가 벌써 국기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다수 사진을 근거로 “우크라이나군이 인근 도네츠크주에서 건너와 루한스크 지역에 있는 마을 최소 1곳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루한스크에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한 것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실제 SNS 사진에는 흐레키우카 마을로 진군한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도로 표지판 주변에서 촬영한 모습이 등장했다. 흐레키우카는 루한스크주 전략 요충지 리시찬스크에서 50㎞, 도네츠크주의 관문 도시 리만에서 30㎞ 거리에 있다.



푸틴 합병 선언 4개주 다 뚫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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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우크라이나 동부 이지움과 리만 사이 도로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장갑차 위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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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스크주에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하면서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자국에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주 가운데 한 곳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게 됐다. 헤르손·자포리자·도네츠크 등 3개 주는 병합선언 시점에 러시아에 완전히 점령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루한스크는 달랐다. 이 지역은 전쟁 전에도 우크라이나가 아닌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일부 장악한데다, 7월 초 러시아에 의해 완전히 점령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점령지 병합 선언 하루 만인 지난 1일 리만을 탈환한 뒤, 루한스크주 탈환 작전 개시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루한스크주로 곧장 진격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남부 헤르손주에서 공세를 강화, 수십개의 정착촌을 탈환하며 러시아군을 남부와 동부 전선 양측에서 압박하는 상황이다.

러시아군이 합병지역에서 후퇴하는 상황은 러시아 정부도 인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후퇴하는 가운데 점령 지역을 합병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는 지적에 “합병과 후퇴는 모순될 일이 없는 별개의 것”이라며 “해당 4개 지역 중 일부 지역은 조만간 러시아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서도 전쟁 명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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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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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우크라이나군 진군을 막을 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親)정부 성향의 러시아 언론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의 알렉산드르 코츠 기자는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을 통해 “루한스크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막아내기엔 충분한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러시아가 겪고 있는 대규모 손실과 직결된 것으로, 현재 최전방은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군의 후퇴가 계속됨에 따라 사실상 점령 지역 병합도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의 명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 국유화 카드 꺼낸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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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비병이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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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푸틴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국유화 카드로 반격을 꾀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 연방 자산으로 국유화하고, 기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이 갖고 있던 원전 운영권을 접수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유럽 최대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은 올해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됐지만, 그간 운영은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이 맡아 왔다. 푸틴의 국유화 조치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인해 점령 4개주의 강제 병합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못하자 주요 기반시설의 서류상 소유권을 빼앗아 점령지 편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강력 반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가 ‘법률을 이용한 기습 공격’을 시도했다며 러시아 국영 전력 회사 로사톰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자포리자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은 자사의 자포리자 원전 운영권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페트로 코틴 에네르고아톰 대표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달 우크라이나군과의 내통 혐의로 구금되었다가 3일 석방된 이호르 무라쇼우 원전 소장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원전 직원들에게 러시아 점령군의 어떤 문서에도 서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SNS를 통해 “향후 원전 운영에 대한 모든 결정은 에네르고아톰 본사에서 직접 내릴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법 하에서, 우크라이나 에너지망 내에서, 에네르고아톰 안에서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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