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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세상이 다 아는데 군만 ‘쉬쉬’…강릉 사고 ‘무소식’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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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강릉 사고’도 쉬쉬하다 늑장공개

북 잇따르는 안보 위협에 국민들은 ‘깜깜이’


한겨레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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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현무 미사일 ‘발사 사고’를 쉬쉬한 군의 대응에 대해 혹독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위기가 발생하면, 일본처럼 정부가 신속히 나서서 정확한 소식을 전하는 쪽으로 ‘정보공개’ 시스템을 ‘대수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엄중한 안보 위기가 발생해도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직접 전하지 않는다. 우선 국방부 출입기자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1차 정보를 전달하면 언론들이 이를 속보로 국민들에게 알린다. 이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따로 보도자료를 내거나 국방부 기자단을 상대로 공개·비공개 브리핑에 임한다.

북한이 4일 오전 7시23분 자강도 무평리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았을 때도 합참은 관행대로 출입기자단에 오전 7시28분에 1보, 8시에 2보, 9시33분에 3보를 뿌렸다. 이런 폐쇄적인 정보공개 관행은 심각한 문제를 낳기도 한다. 현무 미사일이 4일 밤 추락해 강릉 일대가 엉망이 됐는데도 신속·정확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합참이 강릉 사고를 국방부 기자단에 전한 것은 5일 오전 7시7분이었고, 사고 소식을 쏙 뺀 미사일 발사 보도자료가 기자단에만 전달된 것은 그보다 3분 앞선 7시4분이었다. 해군 출신인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를 보고, 미사일 발사는 “실패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고도 아침에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뿌렸다는 것”이라며 한탄했다.

한겨레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5일 오전 전날 밤 강릉에서 발생한 현무 미사일 발사 사고를 쏙 빼놓은 채 기자단에게 공개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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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응은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북한이 4일 오전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한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8시22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향후 대응책을 공개했다. 그로부터 22분 뒤인 8시44분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됐다.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열린 것은 그보다 16분 늦은 오전 9시였다. 오전 8시49분에 출근한 윤 대통령은 그나마 도중에 참석했다.

일본 방위성 누리집을 방문하면, 북한의 미사일이 언제,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발사돼, 얼마나 높이 치솟아, 어디에 떨어졌는지 자세히 적은 보도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6일 오전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두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 방위성은 누리집에 1차로 “북한이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 정보가 들어오는대로 알리겠다”는 짧은 알림문을 실었다. 이후 속보를 통해해 이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자세히 분석한 자료를 올렸다. 북한의 미사일이 자국 방향인 동해 쪽으로 날라오거나 상공을 통과하다 보니, 한국보다는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북의 미사일이 자신들 쪽으로 날아오니, 일본의 대응이 한국보다 몇배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북의 미사일이 한국 영공을 통과했다면, 군의 정보 대응 역시 지금과 크게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히 전하려는 자세 자체가 다름을 부인하기 힘들다. 일본이 신속히 전한 것은 미사일 궤적만이 아니었다. 방위성은 미사일 발사 이후 기시다 총리가 △정보수집·분석에 만전을 기하고 신속·적확하게 정보를 전하라 △항공기 선박 등 안전확인을 철저히 하라 △예상치 못한 상태에 대비해 만전의 태세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후속조처까지 ‘깨알같이’ 적어 공개했다.

한겨레

일본 방위성이 누리집에서 공개한 보도자료. 북한이 6일 오전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궤적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시사항 등을 일목 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본 방위성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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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합막료감부의 누리집에는 주일미군과 항공자위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맞서 4일 오후 규슈 서쪽 해상에 각각 F-35B와 F-15 등을 띄워 훈련을 했음을 알리는 보도자료도 찾을 수 있다. 합참 누리집에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강릉 사고에 대한 정보를 일절 찾을 수 없다. 이곳에 올라온 최신 정보는 지난 1일이 “제74주년 국군의 날”이라는 홍보 자료였다.

길윤형 신형철 김미나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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