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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낡은 규제'에 발목 잡힌 韓…글로벌 '월척 M&A' 쟁탈전서 존재감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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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글로벌 트렌드 맞는 법·제도 변화 시급"…역외펀드 등록 완화 등 규제 없애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산업 대전환과 경제안보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선도기업들이 대규모 펀딩을 활용한 전략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로 인해 글로벌 트렌드에서 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상의회관에서 '전략산업투자, 글로벌 동향과 제도 개선 과제'를 주제로 공정경쟁포럼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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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전환과 경제안보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선도기업들이 대규모 펀딩을 활용한 전략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로 인해 글로벌 트렌드에서 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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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투자, 산업, 관련법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최근 미래전략산업 분야의 투자는 규모가 커지고 산업-금융간 콜라보가 대세"라며 "우리나라는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관점의 규제가 미래를 위한 투자까지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며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 투자펀드 운영경력이 있는 영주 닐슨 성균관대 교수와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고, 장병익 KDB산업은행 PE실장, 김은집 김·장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구자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부장, 안현실 한국경제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유영국 국회 입법조사관 등이 전문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첫 번째 발표는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가 맡아 '글로벌 전략산업 투자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전략산업투자의 필요성과 글로벌 투자 트렌드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닐슨 교수는 "미래 경쟁력 있는 핵심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직접투자는 최근 이슈되고 있는 산업안보와 기술주권, 더 나아가 국가안위의 관점에서 필수적"이라며 "이 외에도 전략산업투자가 곧 다수의 유니콘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는 점에서 재무적 관점의 필요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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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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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별 유니콘기업 순위는 2019년 5위에서 2022년 11위로 떨어졌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원) 이상이고, 창업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구자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그동안 우리 벤처생태계에서는 스케일업이 용이한 플랫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VC자본이 공급돼 왔다"며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첨단전략기술 기반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주 닐슨 교수는 "최근 글로벌 M&A 동향을 보면 주요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며 투자의 3대 트렌드로 ▲사이즈 측면에서 핵심산업에 대한 투자액 확대 ▲산업-금융의 콜라보레이션 투자 ▲민관 원팀 전략의 정책적 지원을 꼽았다.

특히 대표 사례로 지난 8월 말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의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공동투자를 들었다. 인텔과 브룩필드 에셋 매니지먼트는 51대 49로 출자해 합작사를 설립하고, 합작사가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반도체 생산공장 두 곳을 신설키로 합의했다.

닐슨 교수는 "인텔-브룩필드 공동투자는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따른 대규모 투자계획으로 산업-금융 융합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한 새로운 펀딩모델"이라며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 지원과 제도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패널인 장병익 KDB산업은행 PE실장은 "국내에서도 10여년 전 해외 M&A 활성화 위해 결성했던 코파 펀드(Copa Fund, Corporate Partnership Fund)라는 산업-금융 융합 투자 사례가 있다"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국민연금과 전략적 접근을 희망하는 기업간 입장차로 인해 펀드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기업 주도의 새로운 공동투자 펀드모델' 개발에 참고할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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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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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를 맡은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 폐지·완화 필요성'을 주제로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사 주식 소유 제한 완화 등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했다.

주 교수는 "글로벌 경쟁 현실에 눈 감고 국내 대기업이 오로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으로 무작정 규제하면 결국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스스로 해치는 꼴"이라며 "특히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때문에 미래 성장에 요긴한 해외 첨단기술 인수가 가로막힐 수 있어 해당 조항의 폐지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영국 국회 입법조사관은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는 타인자본을 활용한 과도한 지배력 확대, 금융·산업간 시스템 리스크 전이, 금융자본을 이용한 계열회사 지원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으로서의 고유한 목적이 있다"며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통해 타인자본을 지배력 확장에 이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은집 김·장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는 "코파 펀드 등 산업·금융자본간 공동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제도를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 역외펀드의 국내 등록요건 완화(운용실적 등) ▲ 자문·일임계약 체결시와 펀드 투자시의 규제 차이 ▲ 펀드투자자의 운용관여 금지 완화 등을 예로 들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미래전략산업 기술이 곧 외교이자 안보, 나아가 국력인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기술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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