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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짓다 만 아파트 어쩌나…" 中 부동산기업은 '탕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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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웨이러우' 공사 재개 "쉽지 않네"

부동산 부양책 줄줄이···효과는 '글쎄'

아주경제

중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부동산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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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란웨이러우(爛尾樓, 짓다 만 아파트)’ 위기가 여전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아파트 공사를 완공해 ‘입주를 보장하라’는 이른바 ‘바오자오러우(保交樓)’를 외쳤지만 대다수 아파트 건설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사회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중국 지도부는 부동산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란웨이러우' 공사 재개 "쉽지 않네"

올 여름 중국 100여개 도시에선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아파트 공사를 잇달아 중단하면서 란웨이러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란웨이러우 입주 예정자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을 거부하는 시위를 벌여 부실대출 리스크는 물론 사회 불안정을 초래했다.

란웨이러우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허난성 정저우. 지난달 6일 “30일 내 대대적으로 행동을 벌여 시내 전체 중단된 아파트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이달 6일까지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100여개 중 약 40%에선 공사 재개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홍콩 명보는 비단 정저우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란웨이러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는 것.

'보여주기식' 공사 재개하거나 '탕핑'하거나

지난 7월 중국 공산당 수뇌부는 당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대책을 논의하면서 ‘바오자오러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방정부가 이를 적극 해결해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바오자오러우'가 언급된 건 처음이다.

이에 각 지방정부는 실무팀을 꾸려 아파트 공사 재개를 독촉하는 한편, 구제기금을 투입하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묵혀놓은 토지를 되사들이는 등 자금도 지원했다.

정저우시 정부도 이미 란웨이러우 공사 재개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를 파악하고 지방정부 차원의 구제기금과 전국 특별대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방정부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투입한 자금 규모도 제한적이라 모든 아파트 공사를 재개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은 자금난이 발생해 공사를 중단한 개발업자들이 아파트 완공을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를 7000억~8000억 위안(약 159조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중앙정부가 아파트 공사 재개를 위해 배정한 특별대출자금은 고작 2000억 위안이다.

게다가 가까스로 재개된 아파트 공사가 얼마나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대다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현재 아파트 공사를 재개하라는 지방정부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하는 정도다. 몇몇 인부만 고용해 '보여주기식' 공사를 재개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일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 공사를 재개해 완공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아파트가 팔리지도 않을 테니 그냥 공사를 중단하는 등 '탕핑(躺平)'하는 추세라고 명보는 꼬집었다. 탕핑은 평평하게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젊은 청년들이 힘든 사회 현실에 좌절해 의욕을 잃고 포기해 드러눕는다는 걸 표현한 신조어인데, 이를 부동산 기업의 무기력한 현실에 빗댄 것이다.

中부동산 부양책 줄줄이···효과는 '글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20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부동산 살리기에 안간힘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경제 회복 동력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절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신축 상업용 또는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전월 대비 및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도시의 경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적용하는 대출금리 하한선을 낮추거나 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30일엔 재정부와 세무총국이 2023년 12월 31일까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1년 내에 새 주택을 구입했을 경우 기존 주택 처분으로 발생한 개인소득세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인민은행도 이달부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주택공적금 대출금리를 0.15%포인트(p) 내렸다. 이런 금리 인하는 7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부동산 수요를 살릴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중국 부동산 정보업체 CRIC에 따르면 9월 중국 100대 부동산기업 월 주택 판매액은 전월 대비 10%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45.4% 낙폭을 보였다.

지난 9월 중국 주요 70대 도시 신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3%에 달했다고 국가통계국도 발표했다. 신규 아파트 가격은 지난 5월 -0.1%, 6월 -0.5%, 7월 -0.9%로 점차 낙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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