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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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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와 이데올로기' 넷플릭스가 이 영화를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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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0일 개봉하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작년 애플TV에서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파친코' 시리즈와 같은 주제인 '재일조선인'의 삶을 다뤘다. 하지만 결이 다르다.

훨씬 더 디테일한 자이니치(재일교포)의 애환과 가슴 속 깊게 베인 상처를 러닝타임 118분 동안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기타노 다케시가 주연을 맡았던 사이 요이치(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2004)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조총련과 북송선에 대한 근본 원인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다름아닌 제주 4.3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기 때문. 1948년 당시 제주도민 3만명을 학살했던 비극과 그 뒤의 역사를 담아냈다.

가령, 왜? 남한 출신의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조총련 활동을 했으며, 왜? 북송선에 태워 가족들을 북으로 보냈을까. 이것이 제주4.3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런 궁금증들이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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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와 이데올로기' 보도스틸 컷(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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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관계자들이 주목해야할 다큐 '수프와 이데올로기'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는 모든 면에서 새로운 이야기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나라 잃은 이들의 일본 이주', '20세기 초 한국여성이 겪어야만 했던 처참한 현실은 나름의 호소력이 있다.

하지만 주연배우의 한국 혐오, 극우성향 배우와의 교분 등 시리즈 내용까지 의심할 정도로 크고 작은 스캔들이 터져 다소 의뭉스럽다. 안그래도 '파친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나친 상상력을 표출하고 있다.

첫째, 한수(이민호)와 선자(김민하)가 처음 만났던 장면과 스토리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과 닮아있다. 심지어 부둣가 배경도 영화 '연인'과 유사하다.

둘째, 연출과 각본의 시선이 오리엔탈리즘(서구가 아시아를 바라보는 일방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원작자 이민진 작가도 일본에서 남편 직장 때문에 잠시 살았을 뿐, 한국어 구사가 어려운 재미교포다. 다만 한국과 일본도 아닌 미국에서 그것도 각국 시청자들이 보는 OTT서비스에서 먼저 자이니치의 이야기를 화두로 꺼낸 점이 나름이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10월 20일 개봉하는 '수프와 이데올로기'(양영희 감독)은 논픽션 영화이다 보니, 실제 제주에서 오사카로 이주해 60년 가까이 살았던 재일조선인 1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이 작품은 자이니치들의 미소 속에 감춰진 진짜 얼굴(내면)이 나온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어머니 강정희 여사가 팔순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기 전까지 증언했던 내용이 '파친코' 보다 더 생생하다.

영화에 소개된 강정희 여사의 증언과 지난 다큐 편집본, 그리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장면 일부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제주 어느 작은 마을 새벽녘, 총소리가 들려 일어나 보니, 밭과 길가에 동네 아이들과 사람들이 죽어있었다. 심지어 먼 발치에서 사살되는 장면도 목격한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

주검을 본 적도 없는 18살 소녀에게 이 상황은 혼란이었고, 때마침 일본 오사카에 사는 부모님은 이 사단을 미리 파악해 도움을 주었다. 다름아닌 밀항. 세 남매와 해안가 산책을 다니는 척하다 바로 밀항선에 승선했다.

그 뒤로 그 소녀는 60년이 넘도록 두번 다시 제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재일민단 대신 조총련 활동을 하면서 1970년대부터 가족과 부모를 북으로 보내며 북송사업에 적극 동참했다. 오사카에서 조총련 활동을 하며 벌어들인 돈은 집안 살림에 보탤 것만 빼고, 전액 북으로 송금하는 등 가지고 있는 모든걸 북한에 걸고 살았다.

위 짧은 에피소드는 다큐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만든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 강정희 여사의 어릴 적 이야기다. 강정희 여사는 제주4.3사건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날의 참상은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만 했다.

자이니치 애환 그린 애플TV시리즈 '파친코' 보다 더 생생한 다큐멘터리

오는 20일 개봉하는 다큐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감독인 양영희의 노모 강정희 할머니의 한 많은 삶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는 극중 애니메이션(스톱모션 포함)으로 강정희 할머니의 과거를 되짚으며, 뒤늦게 막내 양영희가 사위라며 데려온 프리랜서 기자 아라이 카오루에게 삼계탕을 푹 고아 내놓는다. 한국의 오랜 전통대로 처가집이 '100년 손님' 사위를 맞을 때, 귀하디 귀한 씨암탉을 잡아 선사하듯이.

1948년 4월 3일에 터진 '제주4.3사건'은 그해 11월 17일 게엄령 선포와 함께 제주 서귀포를 중심으로 중심으로 초토화작전에 들어갔다.

해당 지역 주민 3만여 명이 1954년까지 학살됐고, 그들의 거주지는 당시 제주 경찰과 서북청년단에 의해 모두 불타버렸다.

그뒤 반세기가 지나 노무현 정부에 의해 '제주4.3사건'의 역사 바로잡기가 시작되면서 12년에 걸쳐 재조사됐고 당시 학살만행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가 겨우 복원됐다.

그 전까지 학살 희생자들은 언론과 교과서에 의해 제주도에 은닉하던 공산주의 반정부 폭도, 간첩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그들은 임산부, 의사, 농사꾼, 어부, 교사, 아이들이었으며 제주도에서 벌어진 참극의 대표적인 희생자였다.

이것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는걸 폭로하고 증명한 세월을 정부와 언론계가 알아주기 시작한 건, 불과 십 수년전 이야기이다.

한편 2018년 알츠하이머로 거동조차 힘들던 강정희 여사는 그해 4월 3일 제주4.3사건 70주년을 기념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초청을 받아 팔순의 나이에 감독이자 막내딸 양영희, 그녀 남편 아라이 카오루 기자, 故 양공선 영정과 함께 자신들의 고향인 한국을 방문해 무사히 추념식을 마쳤다.

영화 제목은 '수프와 이데올로기'였지만 정작 내용은 일본인을 그렇게 싫어했던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 강정희 여사가 씨암탉 잡아 100년 손님 사위에게 대접하듯 닭백숙을 정성스레 고아서 일본인 사위가 방문할 때 마다 대접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데올로기(이념)을 다룰 줄로만 생각했는데, 18살 전후로 아픔 가득한 트라우마를 앓고 사는 어머니의 속내를 드러낸다.

제작은 PLACE TO BE, 나비온에어가 맡았고, 영화사 엣나인필름이 배급하는 다큐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오는 10월 20일 국내 극장가에서 12세 관람가로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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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와 이데올로기' 메인포스터(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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