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해외로 간 수상한 1조원은 암호화폐 차익…"'검수원복' 덕분에 밝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효정 기자]
머니투데이

검찰이 공개한 불법 외화송금 사건 관련 범죄 수익. /사진제공=대구지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법 외화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사건 관련자 9명을 기소하고 일본과 중국에 머물고 있는 8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해외 공조수사에 나섰다고 6일 밝혔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국내 은행을 거쳐 국외로 송금된 것으로 파악된 9조원대의 수상한 자금 가운데 1조원어치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검찰은 한·중·일에 머무는 공범들이 결탁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해외 거래소보다 국내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프리미엄'을 불법적으로 이용했다고 봤다. 지난 7월부터 불거진 북한이나 테러단체 관련 혐의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환치기 범행을 검찰이 적발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에 머무는 A씨(39) 등 4명은 일본 공범 3명과 결탁해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일본에서 보내온 34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해 차익을 거둔 뒤 금, 반도체 칩 등을 수입한 것처럼 증빙자료를 꾸며 은행에 제출하고 304회에 걸쳐 4957억원 상당을 해외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일본 공범 3명 중 B씨는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이미 사기 혐의 등으로 지명수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1년여간 270억원 상당의 차익을 얻어 223억원을 일본 공범에게 송금하고 나머지 수익 47억원은 외제차와 명품을 사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범죄 수익으로 사들인 자산을 모두 동결하고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처분해 국고로 환수할 계획이다.

중국계 한국인인 C씨(33) 등 4명은 중국에 머무는 공범 D씨 등 5명과 결탁해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D씨 등은 모두 중국계 한국인이거나 중국인이다. 이들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35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중국에서 넘겨받은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해 차익을 남겼다.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전자부품 등을 수입한 것처럼 은행에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해 281회에 걸쳐 4391억원을 중국으로 보냈다.

머니투데이

불법 해외송금 사건 흐름도. /자료제공=대구지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씨 일당이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수천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데 일조한 시중은행 지점장도 검찰 수사에 적발됐다. C씨 일당이 범행 수익의 대부분을 송금한 우리은행의 지점장이었던 E씨는 이들의 거래가 은행 자체 감시 시스템인 '의심거래 경고'에 걸렸는데도 본점에 보고하지 않고 이런 사실을 D씨 등 중국 공범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E씨가 지점장으로 근무한 지점은 이 사건으로 해외 송금 수수료 등 21억원을 챙겼다. E씨는 별도로 D씨 등으로부터 현금 2400만원과 상품권 100만원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온 가상화폐의 최초 자금원과 국내를 거쳐 해외로 송금된 수천억원의 종착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대규모 자금을 '돈세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금감원 조사 등으로 파악된 총 9조원대의 수상한 해외 송금 자금을 두고 앞서 시장에서는 북한 연루설 등이 제기됐다.

검찰은 일본과 중국 등에 머무는 공범들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범죄인 인도 절차를 거쳐 국내로 데려오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지점장에 대해서는 해당 은행이 법으로 정해진 적절한 주의와 감독을 했는지에 대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치프리미엄'을 노리고 일본·중국 세력과 연계한 이들이 조직적으로 가상화폐를 한국에서 투매하고 이익금을 해외로 빼돌린 범행 구조를 지난 9월 수사개시 범위 시행령 개정 이후 신속하게 수사해 처음으로 적발했다"며 "이들의 범행은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심각한 왜곡이 일으키고 피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중은행을 통해 1년여 동안 수천억원의 외화가 불법송금됐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외화 송금 시스템 운영에 대한 면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