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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2] 황제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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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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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 이런 가사로 큰 인기를 얻은 1960년대의 ‘회전의자’라는 우리 가요가 있다. 이른바 ‘자리’의 높고 낮음에 따른 세상 행태를 풍자한 노래다.

그래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것이 세상 최고 권력자 자리다. 한자 세계에서는 그 자리 또한 일반적 경우처럼 대개 ‘위(位)’라고 적는다. 그러나 권력자가 마침내 정상에 오를 때의 즉위(卽位), 천위(踐位) 등 표현은 일반인이 감히 쓸 수 없다.

그런 흐름의 단어가 제법 많다. 임금이 자리에 있는 경우는 재위(在位)다. 선대의 그 자리를 새 제왕이 이으면 계위(繼位) 또는 사위(嗣位)라고 한다. 그 반대로 후대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이 선위(禪位), 손위(遜位)다.

권력이 새로 탄생할 때는 세간의 관심이 특히 뜨거워진다. 관련 단어는 그래서 더 많다. 우선 ‘나라의 근간[根基]에 올라서다’라는 뜻의 등기(登基)다. 세상 가장 높은 곳[極]에 오른다고 해서 등극(登極), 어극(御極)으로도 적는다.

임금이 제사 등을 치를 때 서야 하는 섬돌[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우선 즉조(卽阼)가 있다. 혹은 그곳을 밟고 있다고 해서 천조(踐阼) 또는 이조(莅阼)라고도 적었다. 반대로 최고 권력의 자리를 뺏는 일은 찬위(簒位)다.

시진핑(習近平) 현 공산당 총서기가 이달 연임에 성공할 모양이다. 아울러 권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듯하다. 따라서 이달 공산당 대회가 바로 ‘즉위’ ‘등극’ 이벤트에 해당할 분위기다.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처음인 권력의 초강력 집중이다.

그러나 “출발점의 아주 미세한 착오가 나중에는 천 리 넘는 오차로 나타난다(差之毫釐 謬以千里)”는 경구가 있다. 권력이 세질수록 오류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들어도 좋을 말이다. 중국의 변화가 또 큰 굽이를 돌아서고 있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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