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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하고 증거 제출 안 한 검사, 6개월 옥살이 뒤 무죄... 법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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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로 구속기소돼... 증거는 '수첩'
법원 "필적 감정, 수첩 원본 제출해"... 검찰 거부
무죄 받고 옥살이 끝... 국과수까지 "필적 다르다"
손배소송 제기... 법원 "증거 제출 안 한 건 위법"
한국일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신청한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청 로고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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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명에게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가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국가 배상까지 받게 됐다.

울산지검은 2014년 전남 순천에서 136명에게 보이스피싱을 통해 3억2,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내세운 결정적 증거는 수첩이었다. A씨 사무실에서 발견된 수첩에 적힌 범죄 일시와 금액이 피해자들 신고 내용과 일치했다는 것이다. "수첩 내용은 A씨가 적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검의 필적 감정 결과도 기소 근거가 됐다.

1심 법원은 검찰에 수첩 원본 제출을 명령했다. "수첩 내용은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A씨 주장을 확인하려면 필적 감정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그러나 "원본을 공개하면 사건관계인의 명예 등이 현저히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변호인도 검찰에 원본 제출을 요청했지만 "관련 규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법원은 그러면서 수첩 사본에 대한 검찰의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대검찰청의 필적 감정 결과가 있다"며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원의 필적 감정은 유·무죄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증거"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검의 필적 감정 결과와 수첩 사본의 증거 능력도 "A씨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무죄 선고로, A씨는 179일간의 옥살이를 끝낼 수 있었다. 수첩 원본에 대한 필적 감정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론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항소심도 무죄였다. 검찰이 뒤늦게 수첩 원본을 제출했지만 "수첩의 필적 대부분과 A씨의 필적은 상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공범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수첩 내용은 대부분 내가 썼다"고 밝힌 사실 등을 근거로 "A씨는 수첩 작성자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A씨는 형사보상금 2,600여만 원을 받았다. 형사보상은 국가가 형사사법권을 잘못 행사해 부당하게 구금 당한 피해자에게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다.

A씨는 2020년 국가를 상대로 4,8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①검사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구속기소했고 ②법원의 증거 제출 요청까지 거부했으니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1심 법원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사의 구속기소는 대검찰청 문서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건 위법이란 취지였다. 재판부는 "구금 동안 A씨의 인격적 가치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금은 A씨가 구금되지 않았으면 벌었을 소득과 위자료를 더한 금액에서 형사보상금을 빼 880여만 원으로 책정됐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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