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물가 리스크' 바이든 vs '사법 리스크' 트럼프…판세 안갯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 한달 앞으로]

역대 40번 중 3번만 집권여당 이겼는데

이번엔 예상 밖 박빙…상원 50대50 접전

기름값 내리자 바이든 반등…강경 긴축 불만도

공화 하원 우세 속 트럼프 '사법 리스크' 우려

선거 전 북 핵실험 가능성…판세 영향 주목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8 미국 중간선거 판세가 점차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간선거가 전통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무덤’으로 불리는 데다 ‘물가 리스크’까지 겹친 집권여당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돌연 터지며 판세가 박빙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미국 의회 권력을 새로 선출하는 이번 중간선거는 2020년 대선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다. 2년이 지났지만 ‘바이든 대(對) 트럼프’ 박빙 경합 구도는 여전한 분위기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원 ‘공화 우세’…상원 ‘초박빙’

5일(현지시간) 미국 선거 예측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현재 판세상 이번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우세 지역은 208곳, 공화당 우세 지역은 215곳으로 각각 나타났다. 경합 지역은 12곳이다. 538 측은 “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근소하게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하원 다수당이 2년 만에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다른 예측사이트 270투윈(270towin)의 추산 역시 비슷하다. 민주당이 207곳에서, 공화당이 217곳에서 각각 우세하다고 점쳤다. 경합지는 11곳이다. 워싱턴 정가의 한 인사는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이긴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돼 있다”며 “민주당이 얼마나 의석을 덜 잃느냐가 포인트”라고 전했다.

그러나 상원 선거는 약간 다르다. 538의 추산을 보면, 이번에 새로 선출하는 35명(총 상원의원 100명) 중 민주당은 13곳에서, 공화당은 20곳에서 각각 우세하다고 예상했다. 2곳은 경합 지역이다. 나머지 65명과 더하면 양당이 각각 49석씩 가져갈 가능성이 큰 가운데 2곳이 박빙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최대 경합지로 꼽히는 네바다주에서 민주당이 현재 0.3%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538은 전했다. 다른 격전지인 조지아주의 경우 민주당이 2.0%포인트가량 우세하다. 민주당이 상원에서는 한 석을 더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538 측은 상원에서 민주당이 약간 앞서고 있다고 했다.

270투윈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49대49로 팽팽한 가운데 네바다주와 조지아주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양당은 상원에서 각각 50석씩 나눠갖고 있는데, 다소 균열이 일어날 수 있어 보인다.

이같은 판세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역대 40번의 중간선거 중 집권여당이 이긴 것은 1934년(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1998년(빌 클린턴 대통령),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3번에 불과했다. 게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과정에서 대혼란을 겪은 데다 올해 들어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덮치면서 지지율은 지난 7월 한때 30% 초중반대까지 폭락했다. 이번에도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점쳐졌던 이유다. 그러나 근래 휘발유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는 와중에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지지층이 결집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미국 우선주의 법안을 처리하면서 상황은 초박빙 양상으로 달라졌다.

이데일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가 잡힐까…최대 변수는 ‘경제’

핵심 쟁점은 경제다. CNN이 집계하는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올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제 흐름과 유사하게 움직였다. 휘발유 가격이 절정으로 치솟았던 8월 3일 당시 지지율은 36%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58%)보다 무려 22%포인트 낮았다. 중간선거 패배는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이 1갤런(3.785ℓ)당 3달러대로 점차 안정을 찾고 미국 내 생산공장을 유치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다시 40%대로 올라섰다.

남은 한 달의 최대 변수 역시 경제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의 초강경 긴축으로 미국 내 원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들의 전격 감산으로 휘발유 가격이 재차 오를 수 있는 것은 민주당에 악재다.

공화당의 ‘막후 1인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주목할 만하다. 공화당이 예상 밖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모든 자료를 대통령기록법(PRA)에 따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으로 이송해야 했지만, 이를 어겼다. 이에 연방수사국(FBI)은 8월 8일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수색해, 재임 시절 문건과 자료 등 총 20개 상자를 압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야 공세에 나서면서 ‘마가(MAGA) 심판론’을 부각하고 있는 것도 공화당이 사실상 ‘트럼프 당’이 됐다는 약점을 공략하려는 의도다. 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의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다. 이번 중간선거가 2년 전과 같이 바이든 대 트럼프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북한 핵실험 가능성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워싱턴 정가 일부에서는 북한이 중간선거 전 제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핵실험이 현실화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판론에 직면할 수 있다. 워싱턴 정가의 또다른 인사는 “한 달이면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기간”이며 “박빙 구도는 또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사진=AFP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