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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치동 낡은 상가주택, 155억 학원빌딩으로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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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상가주택 리모델링 전 모습


최근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재테크 목적의 건축물 리모델링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1970~1980년대 고도성장과 1980~1990년대 강남 개발, 주택 200만가구 건설 등 여파로 전국적으로 다가구주택, 상가주택, 근린생활시설 건물 등 '꼬마빌딩'들이 우후죽순 지어졌다. 문제는 1980~1990년대 준공돼 25년 이상 경과된 노후 건축물들이 현존하는 꼬마빌딩 전체의 60%를 넘어 이를 싹 허물고 신축하느냐, 아니면 골조만 남기고 내·외관을 대수선해 30년을 더 사용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는 신축의 대안으로 노후 건축물을 건물주가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요구에 맞춰 미관과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임대료 상승으로 부를 재창출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서울시내 낡은 꼬마빌딩들을 입지와 상권에 최적화해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한 사례를 소개한다.

"대한민국 최고 학원가가 어디냐"고 물으면 누구든 주저 없이 대치동이라고 답할 것이다. 둘째가 목동이고, 셋째가 중계동이란 것은 서울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자식의 명문대 진학 꿈을 이루기 위해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대치동으로 몰려온다. 사회악으로 치부되는 학벌주의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현실 앞에 방과 후 이 지역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대치동 이면 지역의 건물주들은 보유 중인 낡은 상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수요가 충만한 학원 건물로 특화해 리모델링하려는 기류가 강한데 이번 사례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이 건물의 외벽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붉은 벽돌로 마감돼 있다. 1층만 상가이고 2층부터 5층까지는 다가구주택이다. 용도지역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이고 1997년에 준공된 대지 307㎡(93평), 연면적 929㎡(281평)의 지하층이 딸린 지상 5층 상가주택이다.

꼬마빌딩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차제에 용도지역에 대해서도 상식 차원으로 알아두는 게 좋겠다. 용도지역이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우리나라 모든 토지에 대하여 그 입지에 이상적인 용도에 맞춰 '○○지역'이라 정한 것으로서 도시의 경우 지하철역이 있는 대로변은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일반상업지역 내지 준주거지역으로 지정했고, 지하철역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면 지역 일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정해 5~6층 정도 건물을 짓거나 아파트의 경우 15층 이상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대치동 학원가가 밀집돼 있는 이면 지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다. 이 지역은 건물 층수가 4~5층 규모로 낮고 상가주택, 다가구주택, 빌라, 상가건물 등이 혼재돼 있다. 이면 지역의 도로 폭은 자동차가 서행으로 교행해야 할 정도로 넓지 않으며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차 한 대가 통과하기에도 좁은 경우가 많아 과연 이 동네가 대한민국 최고의 학원가가 맞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건물은 1980~1990년대에 지어진 전형적인 상가주택이다. 건축 당시에 대지 북측에 접한 건축물에 일조권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지붕이 기울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도로사선제한이라 하여 건물이 접한 도로 폭의 1.5배만큼만 건물을 수직으로 올리고 그 이상 층은 비스듬하게 처리해야 하는 제한에 맞춰 축조함으로써 건물 꼭대기 층은 전면도 비스듬하게 처리됐다. 이런 사례는 도시 어디를 가든지 쉽게 눈에 띄는데, 문제는 꼭대기 층의 기울기 때문에 그 층의 내부는 활용도가 낮고 불편해 임대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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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상가주택 리모델링 후 모습


이번 리모델링의 특징은 지금은 도로사선제한이 풀린 만큼 기울어진 꼭대기 층도 똑바로 올라가도록 하여 5층도 정상적인 수직 모양으로 편 것이다. 건물주가 이 건물 전체를 지역 특성에 맞게 학원으로 임대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12인이 탑승할 수 있는 장애인 승강기도 신설했다. 장애인 승강기를 설치하면 용적률과 건폐율에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요즘 리모델링 시 촉망받는다.

건물이 골목길에 입지해 우중충한 느낌에서 벗어나도록 밝은 톤의 화강석으로 외장을 마감했다. 건물 전면은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유리로 외벽을 마감하는 기법인 커튼월을 설치해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주택으로 사용되던 2층부터 5층까지 내부는 구조보강공사를 거쳐 모든 칸막이를 제거하고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하에는 1층으로 직통할 수 있는 내부 계단을 신설했다. 1층 내부에 있던 주차장은 외부로 이동 배치하는 대신 그 자리를 실내 공간으로 전환해 1층의 사용 가능 공간을 넓혔다. 공사 대상 연면적이 929㎡(281평)로 꼬마빌딩치고 작지 않아서 2020년에 공사비가 7억1700만원이라는 비교적 큰 금액이 투입됐지만 따지고 보면 3.3㎡당 공사비가 255만원으로 이 규모로 재건축하는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

대치동은 브랜드 가치 때문에 이면 지역이라도 임대료가 높은 편이다. 현대식 빌딩으로 재탄생한 이 건물 임대료는 현재 시세대로 세를 놓는다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8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연간 임대 수입을 기준으로 대치동 지역의 신축급 건물로서 현재 빌딩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임대수익률 기준으로 가치를 역산하면 155억원 선에 달한다. 이 건물은 준공 25년 차 건물로서 리모델링하지 않고 꼬마빌딩 시장에서 거래할 경우 건물값은 쳐주지 않고 토지값만으로 거래되므로, 토지 가격만으로 가치를 평가한다면 3.3㎡당 1억3000만원으로 추정할 경우 121억원 정도이다. 리모델링 공사비 7억1700만원을 투입한 결과 건물 가치가 155억원이 돼 약 27억원의 자본이득을 거둔 셈이다. 여기에 매월 얻는 임대 수입은 덤이다. 5개월간의 공사 끝에 이 건물은 현대식 학원 용도에 부합하는 빌딩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리모델링을 시행한 건물주는 내로라하는 빌딩주의 꿈을 이루게 됐고, 준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주의 바람대로 학원으로 임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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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권 DK빌딩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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