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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내년까지 빌딩 거래 얼어붙을 듯…매매가 하락 단정하긴 아직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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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까지 4.25~4.5% 수준으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 올해 1월까지 제로금리(0~0.2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3월을 기점으로 5번의 FOMC를 거치며 불과 반년 만에 3.0%포인트 상승했다(9월 26일 기준 3~3.25%). 당장 실업률이 악화되거나 물가지표의 유의미한 개선 없이는 곧 있을 11월 FOMC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도 예상 가능하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고스란히 국내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야기했다. 주택 시장의 거래 실종과 함께 호가 조정이 우선 나타났는데, 남은 하반기에는 꼬마빌딩으로 대표되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 역시 침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러한 위축 국면은 거래 감소로 나타난다. 지난 8월 서울지역 일반건물 거래는 총 138건, 약 1조5561억원으로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124건, 1조3018억원 감소했다. 매수자 선호도가 높은 서울 강남구 빌딩마저 거래량이 7월 3907억원(18건), 8월 4978억원(19건)으로 상반기의 64~83%(금액 기준)에 그쳤다.

불과 작년 7월까지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을 이용한 매매계약이 주를 이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7%만 고정금리를 사용하는데, 나머지는 금리 변동 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그렇지만 기존 소유주는 매각이 급하지 않다. 처분 시 내는 양도세를 감안하면 추가 자금 없이 보유 수준의 부동산을 다시 살 수 없다. 또 불과 작년 말까지 상승했던 거래 사례와 다른 매물의 호가 수준이 오른 가격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신규 투자자에게 대출 비용과 필요한 자기자금 상승은 이중 부담이 된다. 낮은 임차수익과 함께 가격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있다. 대개 매매계약으로부터 2~3개월 후에 있는 잔금 시점에 소유권 이전과 대출을 실행한다. 만약 남은 하반기에 매수하면 대출 실행은 연말 내지 내년 초가 된다. 연준이 점도표로 예고한 기준금리 최고점 기간과 맞물린다. 결국 내년까지 매수자는 늘어난 부담을 이유로 양호한 물건을 기다리며 시장을 관망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준 시설자금대출 평균 금리는 4.17%로, 당시 한은 기준금리(2.25%)와 1.92%포인트 차이가 난다. 연준 예고대로 연말 기준금리 상단이 4.5%라면 7월(2.5%) 대비 2%포인트 오른 것이다. 단순 가정으로 7월 한국 기준금리에 적용해보면 연말에 빌딩을 구입할 경우 평균 대출금리는 6.17%가 된다. 6%가 넘는 신규 대출금리를 감안해 투자를 결정하려면 자기자금이 대부분이거나 투자 물건의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다만 수익형 부동산의 거래량 감소가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단정하기 어렵다. 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물가 상승은 임차료 인상과 함께 화폐가치 하락을 야기한다. 지난 2분기 임대가격지수를 보면 작년 말 대비 오피스는 0.11%, 소규모 상가는 0.17% 상승했다. 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실물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면서 화폐가치 하락을 동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의 경우 음식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식당 임차료도 오른다.

둘째, 주요 상권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로 관광객의 입국 제한이 해제될 수 있다. 상권 경기가 되살아나고 임차인의 매출이 오른다면 임차료를 인상하는 것도 보다 쉬워진다. 결국 매매시장 거래량 감소는 있겠지만, 소유주가 매각자금이 급하지 않다면 당장 가격을 낮춰 팔기보다는 보유를 택하면서 경기 회복을 기다릴 수 있다.

[김성연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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