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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美·中 무역 규모 커졌는데…각종 제재로 상호 의존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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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 4년, 美·中 무역 탈동조화 가속

미국 제재에도 중국은 여전히 유망한 공급처

“美·中 무역, 규모보다 질적 변화 클 전망"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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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2018년 이후 본격화한 미중 무역 전쟁으로 다양한 무역 제재가 이어지면서 미중 무역 규모가 늘어난 것과 달리 상호 무역 비중은 줄어든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양국이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점 역시 이같은 현상을 심화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원천 차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향후 미중 무역이 규모보단 질적 변화를 동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맞춘 국내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양국 무역비중 및 탈동조화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美中 무역 규모 사상 최대 실적인데…비중은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무역 규모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지만 상호 무역 비중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간 무역은 2018년 6823억달러를 기록한 후 감소하다가 2021년 6915억달러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6.2% 늘어난 3647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 비중은 반대다. 미국 무역에서 중국 비중은 2017년 16.6%로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세다. 미국의 대중 무역 비중은 2019년(13.7%), 2020년(15.1%), 2021년(14.7%)으로 갈수록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3.5%를 기록했다. 중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도 2017년 14.3%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2.5%로 꾸준히 줄었다.

보고서는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양국 간 무역 전쟁을 짚었다. 2018년부터 무역 전쟁이 심화하면서 나타난 다양한 무역 제재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네 차례에 거쳐 3600억달러 규모의 대중 수입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화웨이를 수출 통제 리스트에 등재하는 등 제한을 뒀다. 반도체, 반도체 장비뿐 아니라 통신 장비, 전력 장비도 제재했다.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도 발표했다.

이에 맞서듯 중국은 13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수입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 리스트와 유사한 블랙 리스트를 내놨다. 수출통제법과 외국법의 부당 역외 적용 방지법, 반외국 제재법 등의 제도도 도입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수출입을 통제한 미국과 달리 중국의 제재 효과는 미미했다. 불매 운동이나 비관세 장벽 등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의 거래 제한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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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무역 비중 감소에 '영향'

보고서는 미중 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양국 무역 제재 조치와 함께 상호 무역 비중을 감소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더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으로 자국 내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규모 세제 지원을 약속하면서 중국 투자를 제한했다.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논의도 구체화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으로는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북미 지역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협상을 주도하고 핵심광물안보파트너쉽(MSP)도 선보였다.

중국은 자국 공급망의 수직 계열화를 위해 2020년 쌍순환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은 해당 전략을 통해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강조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경제 정책의 방점이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보고서 분석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서는 핵심 부품과 소재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선 아프리카, 남미에서 핵심 자원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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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원천 배제는 불가…"韓 대응 전략 모색해야"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지속하겠지만 미국 이외의 국가나 글로벌 기업에 미치는 중국의 위상이 급격하게 축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땐 무역 적자 해소에 무게를 뒀다면, 조 바이든 미 정부에 들어서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으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글로벌 기업의 주요 생산 거점인 데다 시장 규모와 성장성 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인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거점으로 거듭난 것이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인 만큼 인위적인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 평가다. 리쇼어링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니어쇼어링은 리쇼어링이 어려울 때 본국과 가까운 인접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는 미중 간 무역 탈동조화가 지속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단 중국의 기술 발전과 성장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상헌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경제 안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같은 개념이 새로운 통상 질서로 부상하면서 미중 상호 무역 비중의 감소 현상은 앞으로 심화할 수 있다”며 "향후 미중 무역은 규모 변화보다 거래 분야와 질적인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에 한국의 대응 전략 모색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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