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버팀목’ 경상수지 넉달만에 적자로…성장구조 흔들 [4분기 리스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짙어만가는 韓경제 그림자

수출 41억달러 늘때 수입 146억달러 늘어

상품수지 44.5억달러 적자 ‘사상최대’

킹달러·인플레이션도 성장 발목 잡아

한은 “9월 경상수지 흑자 가능성 커”

헤럴드경제

8월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보다 수입이 큰 폭으로 늘면서 상품수지가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9월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수출이 밀어올리던 한국 경제의 성장이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경상수지 적자는 외화 수급에도 영향을 미쳐 원/달러 환율 상승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에게 배당 지급이 집중된 올 4월 8000만달러 적자 이후 넉 달 만에 적자 전환이다. 적자폭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4월 40억2000만달러 적자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까닭은 상품수지(수출-수입)가 4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는 7월 10년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8월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韓경제, ‘킹달러’와 ‘인플레’에 발목잡히나=상품수지는 1년 전보다 104억8000만달러나 줄었다. 8월 수출이 572억8000만달러로 41억달러가 늘었으나 수입이 617억3000만달러로 145억8000만달러가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은 22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대중국 수출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반면 수입은 원자재뿐 아니라 자본재, 소비자 등으로 확대되면서 두 달 연속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환율 상승도 상품수지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마저 떨어지면 수입은 수출 대비 큰 폭으로 늘며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기업에도 부정적 요소다. 중간재 등 수입이 늘면서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이 이어진 뒤 1400원대로 올랐다. 당국이 달러 매도에 나서며 외환시장 변동성 축소에 나섰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경상수지 악화가 달러 수급에도 불균형을 일으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게 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또 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경상수지 적자→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최상목 경제수석 역시 지난 8월 브리핑에서 경상수지가 외화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물가도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정점을 지났다고는 하지만 근원인플레이션은 올라가고 있다”며 “근원 인플레이션과 환율을 고려하면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도 전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보면 원화 약세 리스크도 여전히 크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한은 “9월엔 경상수지 흑자 가능성”=한은은 8월 경상수지가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94억9000만달러) 영향을 받아 적자를 기록했으나 9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37억7000만달러로 축소되면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연간 흑자 기조도 유지될 것으로 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전했다.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은 이날 ‘최근 경상수지 상황 및 향후 흐름’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상수지는 최근 변동폭이 크게 확대된 무역수지 흐름에 주로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1~9월 중 무역수지 변동폭(월간 최대-월간 최소)은 103억2000만달러로, 2021년 40억2000만달러의 두 배 이상 확대된 상황이다.

특히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시장 움직임에 경상수지가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수입비율은 10.4%로, 이탈리아(5.2%)나 일본(5.1%) 독일(3.4%) 등 주요국에 비해 높다.

조사국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및 우크라이나 사태 향방,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추이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높은 수준의 에너지 수입이 이어지고 있어 경상수지 개선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너지 가격은 사실상 상승을 예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 협의체는 지난 5일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11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2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감산 규모는 2020년 이후 최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동절기로 갈수록 원유 수요라든지,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위험은 더 커진다”면서 “중국 경제침체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연간 경상수지 목표치를 올해 초 500억달러 흑자에서 370억달러 흑자로 하향조정했다. 올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28억4000만달러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