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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당신들과 함께"…이란 시위에 유럽 배우·정치인들도 머리카락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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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격화하면서 사상자 증가 추세…유럽 각지서 동조 시위

이란, 배후에 이스라일-美있다 주장…머리카락 자르는 오랜 풍습

뉴스1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왼쪽)가 5일 SNS에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후 의문사한 이란 여성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또다른 프랑스 유명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오른쪽)도 이날 머리카락 자르기 운동에 동참했다. 각각 비노슈·코티야르 인스타그램 캡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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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사 아미니(22)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를 향해 전 세계 각국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선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현지 도덕경찰에 체포된 아미니가 지난달 13일 숨진 사건에 대한 반발 시위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스탄발루치스탄주 남동부 자헤단시에서 지역 경찰 지휘관이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수도 테헤란은 물론 국경 인근 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까지 시위가 격화하면서 진압의 폭력 수위도 높아지고 사상자도 크게 늘고 있다.

실제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시위가 발생한 이후 자헤단시에선 최소 82명이 이란 보안군에 의해 숨진 것으로 집계돼 상황은 심각하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 같은 반정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과 미국 등 외부 세력의 음모라고 비난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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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마흐사 아미니 사망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란의 이슬람 체제를 규탄하고 있다.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달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 도덕경찰에 구속된 뒤 의문사 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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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국에선 이란의 반대 시위를 지지하며 '머리카락 자르기' 등에 동참,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는 전날 SNS에 자신의 머리카락 한 움큼을 직접 잘라내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올렸다. 코티야르는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과 남성을 위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글엔 '자유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의미의 '#hairforfreedom(헤어포프리덤)'이라는 해시태그가 포함됐다.

다른 프랑스 유명 여배우 비노쉬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는 영상을 올리고 '자유를 위해서'라고 외쳤다.

스웨덴 출신 유럽의회 의원인 아비르 알 사라니도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연단에 올라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라니는 "이란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의 분노는 압제자들보다 클 것이다.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는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생명, 자유'를 뜻하는 쿠르드어 단어를 외치면서 뒤로 묶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의미를 담아 머리카락을 자르는 오랜 풍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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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란 도덕 경찰에게 히잡 미착용 혐의로 구금 중 사망한 쿠르드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2022.10.01/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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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로 머리카락 자르기 퍼포먼스를 제안한 프랑스 법률가 리샤르 세디요는 "이건 첫 발걸음으로서 여배우들뿐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36세 남성의 여동생이 눈물을 흘리며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흩뿌린 장면이 알려지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지난 2일까지 이란 전역에서 시위대 13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위에서 체포된 이들의 수는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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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 오토바이 한 대를 불태우고 있다. 아미니는 지난 13일 테헤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현지 도덕경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던 도중 의문사 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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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시위에도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학생 수백명을 캠퍼스에 가두고 최루탄으로 시위를 해산시켰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대학생 300여명이 구금됐고, 사복 경찰이 교수와 직원을 구타하기도 했다고 학생회 측은 전했다.

이 같은 이란 당국을 향해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함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국가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이란의 시위대 탄압을 비판하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학생과 여성 등 이란에서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이 강화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란 여성과 그들의 용기로 세계를 고무시키고 있는 모든 이란 시민들과 함께 서 있다"고 밝혔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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