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고령화 직격탄... 대목 앞두고 폐업·휴업 잇따르는 스키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어스타운 휴장 결정에 상권 '아우성'
올 겨울 13곳만 개장… 4곳 휴·폐장
스키장 이용객도 10년 새 44% 감소
인구 감소에 온난화 겹쳐 수지 악화
"산간지역 경제 버팀목, 정부 대책 절실"
한국일보

강원도의 한 리조트 스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생 스키장 때문에 먹고 살았는데 막막하네요.”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 리조트 근처 스키대여점 대표

11일 경기 포천시 내촌면 베어스타운 스키 리조트 앞에서 만난 스키대여점 대표 유모씨는 스키 부츠를 자루에 담으며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경기 북부의 유명 스키장인 베어스타운이 올해 겨울 운영을 중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겨울 특수를 기대했던 주변 상인들이 울상이다.

10개의 슬로프를 보유해 수도권에서도 최대 규모인 베어스타운 휴장 소식에 주변 20여 곳의 스키 대여점들이 대부분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베어스타운은 최근 "지난 겨울 리프트 역주행 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보강공사가 다 끝나지 않아 휴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985년 12월 개장한 베어스타운이 휴장을 결정한 건 37년 만에 처음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설물 안전보강공사라고 하지만 수익성 악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한국일보

수도권 최대 규모의 경기 포천시 내촌면 베어스타운 스키 리조트가 휴장에 들어간 11일 길게 늘어선 스키 대여점 상가들이 입구에 잡풀이 무성한 채 한산한 모습이다. 이종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키 인구 10년 만에 44% 급감


13일 한국스키장경영자협회에 따르면 올겨울 시즌 개장 예정인 전국 스키장은 13곳이다. 이마저 1곳은 개장이 불투명하다. 2010년 초반 17곳에 비하면 4곳이나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2020년 용인 양지 파인리조트에 이어 지난해 남양주 스타힐리조트(구 천마산 스키장)가 문을 닫고 베어스타운마저 휴업하면서 경기도에서는 올해 단 2곳의 스키장만 정상 운영된다.

스키장 운영중단의 가장 큰 원인은 이용객 감소가 꼽힌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보통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스키장 이용객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스키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베어스타운의 한 관계자도 "전체 이용객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초중고교나 대학의 단체 고객이 줄어든 게 매출 감소의 결정타"라며 "자녀들을 데리고 오던 가족 단위 이용객들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스키장 이용객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1~2012년 겨울 시즌 전국 스키장 이용객은 686만3,112명이었으나 지난해와 올해 겨울 시즌 이용객은 절반 정도 감소한 382만5,697명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지난해 겨울 시즌에는 145만6,408명으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 이런 현상은 비단 경기 지역 스키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강원 지역 스키장들도 경영악화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 지역 스키장 입장객은 2011년 연간 450만 명에서 지난 시즌 100만 명 넘게 줄어들었다. 한 스키장 관계자는 "스키장 이용 주고객층인 청소년과 젊은 층 인구가 줄면서 스키장 절반이 문을 닫은 일본을 닮아 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경기 포천시 내촌면 베어스타운 스키 리조트가 올 시즌 휴장을 결정하면서 한 스키 대여점 대표가 고개를 숙인 채 쓸모가 없어진 스키 용품 등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겨울철 기온 상승도 스키장 운영에 악영향


겨울철 기온 상승도 스키장 운영에 어려움을 더한다. 실제 강원도 지역에 위치한 한 스키장은 지난해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예년에 비해 2주가량 늦은 1월 초에 중급자 코스를 열었다. 겨울철 3~4개월간 운영 실적을 내야 하는 스키장 운영업체 측면에서 2주라는 시간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스키장은 90%를 인공 눈에 의존하는데, 영하 3도 이하로 내려가야 제설기로 인공 눈을 만들 수 있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개장 시기가 조금씩 늦어져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문을 닫은 경기 남양주의 스타힐 스키장은 폐업을 공지하면서 "스키 인구 감소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겨울철 영업일수 감소로 더 이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라고 밝혔다.

자구책 마련에 분주해진 스키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 관계자는 "기온 상승으로 제설비용은 늘고, 운영기간은 감소하면서 손익구조 악화의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전력피크제 등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스키는 위험한 스포츠라는 등의 이유로 스키캠프를 사실상 금지한 정부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키장은 산간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스키장 보호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