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임 1주년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제작극장 선언은 필연적 과제, 첫 공연 서울시합창단 매진 기록
국내 예술경영 1세대 대표주자, 국립극장 재임 중 창극으로 전통 재해석 성과
세종시즌 2022 '싱크넥스트22' 젊은층 뜨거운 반응으로 매진
새단장 마친 광화문 광장 개방 맞춰 다양한 야외공연 프로그램 확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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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각각의 소비자가 다른 콘텐츠를 주관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 공연예술의 경쟁자는 넷플릭스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 그리고 극장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연적 과제다.”
취임 1년을 맞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분석과 전망은 냉철하다. 지난 2월 2022 세종시즌 간단회에서 그는 세종문화회관을 예술단 중심 제작극장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는 공연은 물론 콘텐츠 시장의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극장과 공연의 영향력은 현저히 감소한 데 반해 글로벌 콘텐츠 기반 OTT 플랫폼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아진 극장의 수장으로 엄중한 현실을 마주한 그는 산하 예술단의 역량 강화를 통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2'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진을 소개하는 안호상 사장.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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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은 산하 6개 예술단(국악관현악, 무용, 합창, 뮤지컬, 연극, 오페라)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 전체 예산의 42%를 예술단이 차지하지만 안 사장 취임 전 3년간 예술단 공연의 관객 수는 전체 12.3%에 그쳤다. 변화가 필요했다. “올해 봄 시즌 공연의 90%를 예술단에서 소화하면서 우리 공연을 보는 관객을 파악하고 예술단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안 사장은 “유의미한 성과를 확인했고, 이를 더욱 확대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제작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PD나 신입 단원 모집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국립극장장 재임 당시 레퍼토리 시즌제를 도입해 제작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마케팅적 성과를 거뒀다. 현재 국내에 소속 단체를 통해 자체 제작을 내놓을 수 있는 극장은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 정도다. 안 사장 취임 후 세종문화회관의 제작극장 선언은 예견된 변화였다. 그리고 첫 공연이었던 서울시합창단의 ‘봄볕 그리운 그곳’은 이례적으로 매진을 기록하며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 사장은 “예술은 최고만이 선택되고 공연 역시 최고를 보기 위해 관객이 찾는 것”이라 규정한 뒤 “극장은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 의무가 있고, 고유 레퍼토리, 즉 세종만 가능한 공연. 1년에 몇 번 세종이 전국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을 만들어야 여기에 집중하는 관객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레퍼토리와 관객은 한 몸이며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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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최우선 목표를 관객으로 보는 그의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 예술경영 1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는 1984년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 입사하며 공연계와 인연을 맺었다. “예술의전당 출신들이 공연계 전반에 포진하면서 공연계 수장을 독식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사실 예술의전당이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장과 달리 재정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자립 경영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신입 직원은 무대 청소, 티켓 판매 등부터 시작해 공연장을 직접 익혀나갔고, 공연 기획 과정에서는 재원 조달과 수익에 초점을 맞추면서 치열하게 승부했기 때문에 재정자립도에 대한 실력 있는 전문가가 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예술의전당 시절 말러 전곡 연주회, 오페라 축제 등을 기획하며 호평을 받았고, 국립극장장 재임 중에는 창극을 새롭게 선보이며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넥스트22'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의 연극, 무용, 뮤지컬을 비롯해 미디어아트, 오디오 비주얼 등 새로운 무대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안은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이날치, 태싯그룹 등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매진사례와 더불어 젊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세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안 사장은 "동시대 예술에 주목하며 예술과 닿아있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며 "세종문화회관이 장르와 장르의 경계,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경계,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공연을 통해 함께한 무수한 아티스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로 호주 출신 연극연출가 故 로저 린드를 소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
공연과 함께한 38년의 시간 동안 그와 함께한 무수한 아티스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로 안 사장은 호주 출신 연극연출가 故 로저 린드를 소개했다. 예술의전당 입사 후 극장건립부서에서 일했던 그는 10년 차에 공연부로 발령받으며 첫 공연에서 로저 린드를 만났다. 안 사장은 “어린이 영어연극을 하는 그의 공연 주 관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서울 소재 영어학습지 사무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연 홍보에 나섰다”며 “극장만 알았던 내가 첫 공연을 맡아 그를 만났는데 꼭 작품을 성공시키고 싶었고 당시 8회 공연이 전석 매진되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한국에서 남다른 인상을 받은 로저 린드는 이후 국내 영어 연극 전용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에 정착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새롭게 단장을 마친 광화문 광장 개방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의 변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찍부터 도시와 예술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던 안 사장은 “광장을 찾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야외 공연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개장 초기라 정부 주도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아직 전면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야외에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세종문화회관이 다양하게 선보이고자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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