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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디야, 일부 커피값 인상 '가닥'…아메리카노 경쟁력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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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품 가격 인상에 소비자 저항감… 아메리카노 사이즈업으로 상쇄하려는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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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가 최근 잠정 보류했던 음료 사이즈 상향 조정과 가격 조정 시행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이 이디야 커피 매장 앞에 서 있다./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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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원조 토종 커피체인인 이디야커피가 아메리카노 커피 사이즈를 키우고 가격을 올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일부 직영점에서 아메리카노 사이즈업 관련 매장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연내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저가 커피의 '빅사이즈' 커피 트렌드를 적용하는 것이라 밝혔지만 우유가 들어간 제품 등의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감을 아메리카노 사이즈업을 통해 상쇄하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지난 23일부터 일부 직영점에서 샷을 추가하고 사이즈를 키운 아메리카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이즈는 기존 13oz(온스)에서 18oz로 늘어나고 샷 하나를 추가한다. 가격은 3200원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이디야커피가 최근 전국 3000여 곳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아메리카노 사이즈업 등 조정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65.1%로 집계됐다. 이디야커피는 약 10일간의 테스트를 거쳐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후 전 매장으로 아메리카노 사이즈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연내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최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아메리카노 사이즈업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으며 관련 매장 테스트를 하고 있다"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 시기는 미정이지만 가급적 연내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달 음료 90종 중 57종의 가격을 200원부터 700원까지 올리기로 했다가 가맹점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인상안을 철회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아메리카노의 사이즈업으로 원두의 재료비 부담이 두 배가량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또 상권에 따라 큰 사이즈를 선호하지 않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사이즈업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점주들 사이에서 설문조사 기간이 이틀밖에 되지 않는 점과 설문조사 관련 안내가 문자메시지로 발송돼 스팸메시지로 오인할 수 있어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염려와 달리 가맹점주의 투표 참여율이 86.5%를 기록하면서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참고해 매장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이디야커피 측은 이번 아메리카노 사이즈업 결정은 최근 저가 커피의 '빅사이즈' 커피 트렌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1회 음용량이 늘어나는 등 최근 변화하는 고객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정책"이라면서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단순히 음료의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닌 새로운 블랜딩을 통해 더욱 깊은 맛의 아메리카노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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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는 지난 9월 2000호점인 원주건강보험공단점을 오픈했다. /메가커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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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 성장세…'벤티' 사이즈 의식 했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은 2001년 중앙대 1호점으로 시작한 이디야커피가 개척한 뒤 빽다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으로 시장이 확장됐다. 이들은 스타벅스 등 고급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2000년대 초 아메리카노 한 잔에 4000원을 책정했을 때 아메리카노 한잔에 1500~3000원 등 낮은 가격을 책정해 가격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디야커피는 현재 35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했으며 메가커피는 2000개, 컴포즈커피 1700개, 빽다방 1000개, 더리터 400개 등의 매장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현재 메가커피는 아메리카노(HOT) 24oz를 15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컴포즈 커피 역시 아메리카노 20oz를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두 회사의 기본 사이즈는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에서 가장 큰 사이즈인 '벤티'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국내 저가 커피의 원조'로 평가받는 이디야커피가 1000원대 초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고품질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에서 가격 포지셔닝이 모호해지자 아메리카노 사이즈를 키우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디야커피의 가격 인상 대열 합류가 연말 밀크플레이션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7일부터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동원F&B 등이 생산하는 우유 값이 일제히 올랐다. 서울우유의 대표 제품인 흰 우유 1L 가격은 6.6% 인상돼 대형마트 기준 2710원이었던 소비자가격은 2800원 후반대로 올랐다.

메가커피는 지난 6월 일부 커피 메뉴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으며 컴포즈커피는 지난 5월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카페라떼 등 일부 음료 가격을 200~300원씩 올렸다. 빽다방도 지난 4월 일부 음료와 디저트 가격을 200~500원 인상했다. 매머드커피는 지난 2월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커피 제품 가격을 200~300원씩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디야커피가 우유가 들어간 제품 등의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감을 아메리카노 사이즈업을 통해 상쇄하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기에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쉬운 커피라는 영역에서 가격 인상이 다가왔을 때 물가 상승기라는 것을 체감한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최근 우윳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우유가 들어간 제품들의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감을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아메리카노의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상쇄해보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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