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강원도 공무원들 주말 아침 집합한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말 아침, 춥지만 기분은 상쾌하네요."

주말 아침 9시20분, 들뜬 얼굴을 한 사람들이 하나둘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학교 인근 골목으로 집합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쌀쌀한 날씨 속 손을 비비면서 삼삼오오 모여든 이들은 바로 ‘강원도청 가족봉사단(가족봉사단)’. 연일 추워지는 날씨에 난방비 걱정이 큰 지역 취약계층을 찾아 십시일반 구매한 연탄을 전달하기 위해 최영주 봉사단장(교육법무과 대학협력팀장)을 필두로 80여명이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정일섭 도 행정국장도 일일 봉사단으로 참여, 따뜻한 온정을 전하는 자리에 힘을 보탰다.

◆"자, 사랑의 연탄이 지금 출발합니다."

지게에 연탄을 가득 싣고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니 금세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100m 가까이 되는 언덕을 올랐지만, 봉사단원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일일 봉사단으로 참여한 이진기 자치행정과 행정팀장은 "50대 중반을 넘은 나이지만 아직 봉사활동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내 주변 시민을 위해 이렇게 작은 힘이라도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6일 아빠(석부균 감사위원회 일상감사팀 주무관)와 함께 연탄봉사에 나선 석연우 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26일 연탄배달 봉사에 함께한 천정은(가운데) 도로관리사업소 운영지원과장 가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살 아들과 함께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 지금까지 10년째 출석 도장을 찍고 있는 이명란 대변인실 주무관은 봉사활동 시작 20여분 전부터 현장에 나와 준비 품목을 살뜰히 챙겼다. 이 주무관은 "처음에 아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봉사의 기쁨에 빠져 매달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봉사단원인 엄마·아빠를 따라 봉사활동에 나선 아이들도 많았다. 주말이면 늦잠도 자고 친구들과 아침 일찍 놀이터로 달려간다는 석연우(춘천 부안초등학교 4학년) 양도 이날은 고사리손을 보탰다. 아빠(석부균 감사위원회 일상감사팀 주무관)와 함께 연탄봉사에 나선 석양은 연탄 하나하나를 나르며 어른 한 명 몫을 충분히 해냈다. 석양은 "아빠가 항상 ‘세상은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오늘도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 함께 했다"고 웃어 보였다.

엄마(천정은 도로관리사업소 운영지원과장)를 따라 봉사활동에 나선 이화영(퇴계초등학교 4학년)·이하은(남춘천여자중학교 3학년) 자매도 어른들 틈에 껴 바쁘게 연탄을 날랐다. 이들 자매는 "매달 빠지지 않고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해왔다"며 "주말 아침 늦잠을 잘 수도 있지만 내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힘을 보태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6일 지게에 연탄을 짊어지고 언덕을 오르고 있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26일 일일봉사단으로 함께 이진기 자치행정과 행정팀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사 아저씨, 이 연탄도 빨리 날라주세요."

국비 확보에 연일 강행군을 펼치는 김 지사도 이날 직원들과 봉사활동을 끝까지 함께했다. 전날 늦은 밤 발생한 강릉 산불로 이날 아침까지 대책 회의를 주관했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날만큼은 봉사활동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도지사 아저씨’로 불린 김 지사는 연신 쏟아지는 연탄배달(?) 주문에 높은 언덕을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언덕 꼭대기 집에 연탄을 내려놓은 김 지사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땀을 닦아냈다.

세계일보

26일 연탄배달을 마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지사는 "요새 연탄 가격이 한 장당 800원에서 900원이라는데 이게 배달비용이 더 비싸다"며 "이렇게 우리가 힘을 보태면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도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와 함께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재근 정무비서관은 "주말 아침 일찍 나오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니 오히려 몸과 마음은 개운해졌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이날 연탄배달은 한명의 중간 열외자도 없이 모두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땀과 연탄가루로 범벅이 됐지만 힘든 기색은 없었다.

연탄배달을 받은 주민 김춘화(82)씨는 "마음도 몸도 추워지는 겨울에 이렇게 도움을 주니 정말 감사하다"며 "올해 겨울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봉사활동을 마무리한 최영주 봉사단장(교육법무과 대학협력팀장)은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봉사와 나눔의 실천은 공직자의 책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나눔에 강원도청 가족봉사단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춘천=박명원 기자 03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