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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프랑스 총리 "입 가린 독일 축구선수들 퍼포먼스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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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트 보른, 취임 후 첫 獨 방문

숄츠 총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험악했던 양국관계 풀리는 계기 되나

최근 ‘특수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이가 서먹해진 독일, 그리고 프랑스가 축구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매개로 모처럼 의기투합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나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대란에도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세계일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와 나란히 독일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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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가 이날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총리와 회담했다. 의원내각제 국가로 총리가 전권을 갖는 독일과 달리 대통령제 국가인 프랑스에서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한된 권한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독일은 숄츠 총리가 직접 공관 밖으로 나가 승용차에서 내리는 보른 총리를 영접한 데 이어 의장대 사열까지 시행하는 등 국가원수에 준하는 의전을 베풀었다.

올해 5월 취임한 보른 총리가 독일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숄츠 총리가 그의 체면을 확실히 세워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월26일 파리에서 열린 숄츠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행을 빚으며 양국 관계가 험악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두 사람은 3시간이나 대화를 나누고도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회담 후 예정돼 있었던 공동 기자회견 역시 엘리제궁의 거부로 전격 취소됐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숄츠 총리에게 모욕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두 나라 간 에너지 정책의 충돌,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이견 노출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방문,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숄츠 총리에게 마크롱 대통령이 ‘EU의 단결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중국에 가자’고 제안했으나 숄츠 총리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독일을 달래려는 듯 보른 총리는 이날 양국 총리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이 취한 행동을 높이 평가했다. 독일 선수들은 일본과의 예선 1차전 경기에 앞선 기념사진 촬영 때 일제히 손으로 입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 의미를 담은 이른바 ‘무지개 완장’ 착용 계획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고로 무산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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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예선 독일 대 일본 경기에 앞선 기념촬영 때 독일 선수들이 FIFA에 항의하는 뜻에서 일제히 손으로 입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앞서 숄츠 총리는 독일 선수들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른 총리 또한 “축구선수들도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독일 손을 들어줬다.

양국은 에너지 협정도 체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겨울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큰 가운데 프랑스는 독일에 천연가스를, 독일은 프랑스에 전기를 각각 공급함으로써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내용이다. 숄츠 총리와 보른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두 나라 모두 우크라이나를 굳게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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