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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건설 불황인데 최대 실적 …'친환경 3종세트' 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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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주택 수요는 급감하고 미분양 물량은 확대되는 추세다.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보이며 이 시기에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 건설사 중 일부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꾸준히 내실을 다지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기업은 최근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이에스동서가 건설업 침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던 비결은 일찍이 이 기업이 건설업에서 제조·환경 사업으로 눈을 돌려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아이에스동서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2.3% 상승한 1조755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7년 매출액(1조832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에스동서가 다른 건설사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며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엔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다. 권 회장은 "건설업만으로는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부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이에스동서의 사업 다각화는 전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콘크리트 파일과 도기 등을 생산하는 건자재업체 동서산업을 인수해 제조업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0년에는 비데 회사 삼홍테크, 2011년엔 건설 장비와 컴퓨터 기기 렌탈 사업을 하는 한국렌탈, 2014년엔 콘크리트와 레미콘 제조 기업인 영풍파일과 중앙레미콘을 각각 인수하며 제조업체로의 기반을 다졌다. 권 회장은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해 '환경'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두고, 관련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5년 증기 공급 업체 케이알에너지에 직접 투자하며 환경 사업을 시작했고, 2019년엔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환경 종합 서비스 기업 인선이엔티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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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에스동서가 발 빠르게 진출해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2차전지 금속 폐기물 처리업체 TMC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 1월 원재료 추출과 관련해 북미 최고 기술을 보유한 배터리 리사이클 업체 리시온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아이에스동서의 손자회사 인선모터스와 함께 '폐배터리 회수-파쇄-리사이클'로 이어지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규제하겠다고 예고해 폐배터리 재활용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에스동서의 손자회사인 인선모터스는 국내 폐자동차 재활용 분야에서 40%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사용이 확대되며 아이에스동서가 기존에 선점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폐배터리 사업의 확고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에스동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건설업에서도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1987년 회사를 설립해 주택건설 분양으로 성공을 일궈온 권 회장의 안목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주택 브랜드 '에일린의 뜰' 'W(더블유)' 등으로 전국에 4만여 가구의 공급 실적을 갖고 있다. 2022년 기준 시공능력 평가 순위 37위를 기록했다. 부산 '용호동 W'는 지하 6층~지상 69층, 4개 동으로 건물 높이만 246.4m에 달한다. 해운대 마린시티와 함께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또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는 대구 '수성범어 W'는 야간 경관 조명으로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되는 지역 최초 공동주택이다. 이는 대구 최중심부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이 될 전망이다. 권 회장은 "좋은 아파트는 조합과 시공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에스동서는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ESG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권 회장은 "기업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경영 가치에 사회적 책임과 동반성장, 공유가치로 이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ESG경영 실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권혁운 회장은… 1950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1987년 회사를 설립하고 아파트 분양을 줄줄이 성공시키며 기업 성장을 일궈냈다. 2008년 건축자재 제조회사인 동서산업을 인수·합병(M&A)하며 아이에스동서를 탄생시켰다. 이후 여러 건의 M&A를 통해 기업 외연을 넓혔고, 최근엔 환경·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장학재단인 문암장학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권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으로 '2021년 주택건설의 날'에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단독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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