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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간호법 제정 결사 반대" 국회 앞 6만 명 모였다···보건의료계 집회로는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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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등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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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안 통과되면 의료체계 붕괴된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보건의료직역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 6만 여 명이 27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 대로를 가득 메웠다.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보건의료직역 대부분이 참여한 만큼 관련 분야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참석자들은 '간호사가 의사행세, 국민건강 위협한다', '다른직역 면허침해, 간호법안 철회하라', '간호협회 사리사욕, 보건의료 붕괴된다' 등의 구호를 제창하며 야당과 간호협회를 비판했다.

이번 궐기대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제정안이 가진 문제점을 알리고 철회시키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보건복지의료연대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 참여 중이다. 당초 8개 단체로 시작해 13개 단체로 늘었다. 이들 단체의 회원 수를 모두 합하면 400만 명에 이른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범위, 체계 등에 관한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며 급물살을 탔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 간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보건의료직역들의 반발이 심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견해가 많다.

하지만 최근 여야가 ‘대선공통공약 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난 대선 당시 공통으로 약속한 정책 및 법안의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간호법 제정은 여야 공통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된다. 간호계를 의료법에서 간호사 등과 관련된 법을 분리해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 간협 주도로 열린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간호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역대급 집회로 이어진 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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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체는 간호단독법이 제정될 경우 의사,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업무범위를 침해하는 요소가 많다고 보고 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단독으로 병원을 여는 일까지 가능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계가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라는 이유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의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모든 보건의료직역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 직역의 이익과 욕심보다는 모든 보건복지의료 직역이 같이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국민 생명에 역행하는 간호법을 끝까지 결사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지연 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는 간호법 당사자이지만 오히려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다"며 "간호조무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간호법이 이대로 제정되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을 지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반국민적이고 반의료적인 법 제정에 소위 ‘민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야당이 나서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는 정치의 영역이 아닌 데도 민주당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한 의료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전체 보건의료계를 위한 새로운 법안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간호사 직군 하나만을 위한 간호법, 간호정책, 간호제도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의료체계’를 대비하거나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국민보건과 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다른 직종과의 협의를 거부하는 독선적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연대하고 통합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소통과 협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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