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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대만 지방선거서 차이잉원 ‘반중 카드’ 실패… 민심은 ‘민생’에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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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민진당 참패…차이잉원 2기 중간평가 ‘낙제점’

잇단 실정에 또 ‘반중’ 전략…“실망한 젊은층 등 돌려”

탄력 받은 국민당, 2024년 총통 선거 승리 가능성↑

26일(현지시간) 진행된 대만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참패하고 제1야당인 국민당이 승리했다. 민진당은 ’반중친미’ 노선을 강화하며 안보 이슈에 집중했지만, 최근엔 안보에도 실패한 데다 민생을 최우선에 둔 표심을 읽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잉원 총통의 집권 2기 중간평가 성격이었던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차이 총통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민진당의 2024년 정권 재창출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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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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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전략 실패…젊은층 지지 잃어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단체장을 뽑은 21개 현·시 가운데 국민당이 13곳을 가져갔고, 민진당은 5곳에 그쳤다. 민중당 후보가 1곳, 무소속 후보가 2곳에서 이겼다.

이날 민진당이 참패한 것은 이들이 전면에 내세운 ‘반중 안보’ 카드가 여러 민생 이슈에 묻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27일 “민진당의 참패는 대만 유권자들의 집권당에 대한 견제 심리뿐만 아니라 집권당이 내세운 ‘반중 안보 카드’의 실패 탓”이라며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민진당을 등진 것이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방역, 동남아 취업 사기 및 납치 사건에 대한 미흡한 대응, 지난 8월 중국 미사일의 대만 영공 통과 은폐 등에 대해 다수의 중년 유권자가 분노했고, 전통적으로 민진당 지지층이었던 즒은 층도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에 대한 실망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차이 총통은 2014년 홍콩 우산 혁명 이후 반중 정서가 확산하던 2016년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취임했다. 하지만 잇단 실정 끝에 2018년 총선에서 민진당이 대패하는 결과를 낳았고, 차이 총통 역시 재선 실패가 점쳐졌다. 그런데 시진핑이 패권주의를 강화하며 대만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자 안보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차이 총통이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차이 총통은 ‘친미반중’ 노선을 노골화 해왔다. 이번 선거 전 막판 유세에서 차이 총통은 “전 세계가 중국의 군사훈련과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에 진행되는 이번 대만 선거를 보고 있다”며 “투표를 통해 대만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 결심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엔 효력이 없었다. 명보는 “타오위안 시장 후보의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차이 총통이 그를계속 지지한 것이 지지자들을 실망하게 했다”면서 “지지율이 부진하자 ‘중국에 저항하는 것이 대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낡은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으나 민생 문제와 출마자들의 역량에 집중한 유권자들에게 먹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이번 대만 지방선거 결과를 꼬집었다. 27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주펑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이번 결과는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대만내 주류 민의가 반영됐다”면서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밝은 미래를 함께 창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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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6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집권 민진당 주석직 사임을 발표한 후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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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지방선거 참패에 ‘레임덕’ 위기

이번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는 6개 직할시 중 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4곳에서 승리했다. 또 지룽시, 신주현, 장화현, 난터우현, 윈린현, 이란현, 화롄현, 타이둥현, 롄장현 등에서 승리했다.

반면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은 직할시 중 타이난과 가오슝, 그외 지역 중 자이현, 펑후현, 핑둥현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자이시 시장 선거는 후보의 유고 상황으로 인해 내달 18일 별도로 치러진다.

대만 연합보는 “민진당이 1986년 9월 창당 이래로 지방선거 사상 최대의 참패를했다”고 보도했다.

민중당은 신주시장을 차지했고, 무소속 후보가 먀오리현·진먼현 2곳에서 이겼다.

집권 민진당은 2018년 11월 열린 직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는데 그 때와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은 것이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당은 22개 현·시장 자리 중 3분의 2에 달하는 15곳을 차지했고 민진당은 6곳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2024년 차이 총통의 후임자 후보를 내세워 총통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진당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반대로 지난 두 차례 총통 선거에서 연패했던 국민당은 정권탈환을 위한 동력을 얻게 됐다.

특히 수도권 격인 북부의 타이베이와 신베이 시장을 차지한 것은 국민당으로선 차기 총통 선거 전망 면에서 호재일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오후 9시를 조금 넘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만인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민진당 주석직 사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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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당의 장완안(43) 타이베이 시장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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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관심을 모은 타이베이시 시장 선거에서는 장제스 대만 초대 총통의 증손자인 국민당 장완안 후보가 코로나19 대응으로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던 보건복리부 부장(장관) 출신 민진당 천스중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올해 만 43세인 그는 역대 최연소 타이베이 시장 기록을 세우게 됐다.

대만 동해대 창춘하오 교수는 “국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겨 2024년 총통 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다만 홍콩 명보는 차이 총통이 2018년 선거 참패에도 2020년 재선에 성공한 것을 들며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토대로 2024년 총통 선거 결과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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