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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호재 아니었나요?”… 현대백화점·OCI, 인적분할 결정에 주가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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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인적분할 결정을 발표한 OCI 주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3일 10만4000원이었던 주가는 28일 9만5000원을 밑돌고 있다. 앞서 OCI는 회사의 주력인 화학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설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존속하는 OCI홀딩스는 지주회사로써 자회사의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신설 회사 OCI는 화학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분할 결정을 발표한 가운데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분할 이후 재상장을 신청한 상장사(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는 9곳으로, 지난해 2곳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사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이뤄져야 할 지분 인수 등의 비용이 낮아지자 기업들이 분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올해 9개 기업 기업분할 결정… 모두 인적분할 방식

일반적으로 기업분할은 호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그동안 한 회사에 혼재됐던 사업들이 분할을 통해 각각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되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를 “분할에 따라 기업의 숨은 가치가 재평가받는다”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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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 있는 OCI 연구소 연구원들이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공개한 모습./조선일보 DB



특히 올해 분할을 결정한 이들은 모두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떼낼 때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하면서 주주들이 거세게 저항했던 사례 이후 기업들은 인적분할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이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DB하이텍과 풍산 등은 주주 반발에 부딪혀 이미 발표한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를 둘로 나눈 뒤 기존 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과 달리 상장사들이 선택한 인적분할 방식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의 주식을 일정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분할을 통해 새로 설립되는 회사와 존속하는 회사가 수평적인 관계가 되기 때문에 분할 결정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크지 않다.

하지만 OCI뿐 아니라 지난 24일 인적분할을 발표한 대한제강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AJ네트웍스의 경우 지난달 18일 인적분할 발표 당일에는 주가가 큰 폭 올랐지만, 바로 다음 거래일부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 9월 인적분할 결정을 발표한 현대백화점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분할 결정을 발표한 이후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9월 분할 결정이 발표된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10월 12일에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5만2400원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분할 결정이 발표되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적분할 결정이 주가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 대주주 이익 위한 기업 분할은 주가에 오히려 악재

전문가들은 기업 분할의 이유와 목적, 분할 이후 성장 전망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대주주가 알짜 기업의 이익을 독점하거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할을 결정한 것이라면 주가에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OCI의 기업 분할 결정은 사업 구조개편 외에도 오너 일가인 이우현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해석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OCI홀딩스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신설회사 OCI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OCI 기명식 보통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중 공개매수 응모한 주주로부터 해당 주식을 현물출자받고 OCI홀딩스 주식을 신주로 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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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쇼핑이 운영하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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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OCI홀딩스 보유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OCI 지분을 현물출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온전히 사업 구조개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분할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주가 변동폭이 커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의 분할 결정 사례도 비슷하다. 현대백화점의 분할 결정에서 투자자들은 ‘알짜 회사’인 한무쇼핑에 주목했다.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의 합작법인인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킨텍스점·충청점·목동점·남양주아울렛·김포아울렛 등을 운영하며 연간 2000억원 규모의 현금창출력을 가진 법인이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홀딩스(신설회사)와 현대백화점(존속회사)으로 기업을 쪼개기로 하면서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이번 인적분할이 진행되더라도 백화점 사업부는 여전히 분리된 상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분할의 진짜 목적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한무쇼핑을 활용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할의 근본적인 목적이 주력 사업 외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전체 기업 가치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이 한무쇼핑을 사업회사인 현대백화점이 아니라 지주회사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자회사로 두기로 한 것은 아쉽다”며 “이는 현대백화점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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