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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고]가속 붙은 고령화 시계, '노인주택' 준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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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머니투데이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코맥 매카시는 2005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제목이 주는 상징성이 강해서인지 지금까지도 노인복지와 고령화 정책 등을 다룰 때 자주 언급되고 있다. 오는 2025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언제까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한국 경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95%가 넘는 국민과 경제전문가들이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이 1960년대 말~1970년 초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30년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가 붕괴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빈곤은 결국 '우리 사회의 빈곤'이다. 생계, 의료 등 노인 대상 다양한 복지 정책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주거복지'는 노년기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따뜻한 볕이 들고 맑은 실내공기가 보장된 주거환경, 이웃과의 교류와 적절한 커뮤니티 활동이 유지되는 주거 여건이야말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데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등에서 나오는 공공기여분으로 노인을 비롯해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주택을 지속 확보하고,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노인주택'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북부에 위치한 노인주택 '캄풍 애드미럴티'와 유사한 형태의 '서울형 세대 공존형 주택'을 준비 중이다. 이곳은 시 외곽에 위치한 실버타운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도시철도와 직접 연결되고 단지 안에 병원, 식당, 공원, 어린이집까지 마련돼 있다.

자녀 부부가 부모가 사는 아파트 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 후 아이와 함께 노부모의 안부를 챙긴다. 노인은 손자녀를 돌보기도 하고, 커뮤니티시설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활동적인 시간을 보낸다.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자녀 양육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부모, 자녀, 손자녀가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처럼 거주하는 '3대 거주형 주택'도 구상 중이다. 서울시는 가변형 가벽 등으로 세대를 분리해서 노부모와 자녀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생활할 수 있는 특수한 주택평면을 개발 중이다. 이는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하계5단지에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또 서울시의 유휴부지에 의료, 체육, 여가시설을 복합화한 노인주택 건립을 추진 중이며 민간 참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인주택은 고독사, 우울증, 사회적 고립을 막아줄 뿐 아니라 노인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복지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등 기관의 입장에서도 집약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복지국가 덴마크가 이 같은 노인복지주택을 선진적으로 운영해 세계 여러 국가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 인구일 것으로 예상되는 2040년까지 남은 기간은 13년. 지금부터 노인주택 준비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부지를 마련해 건설하는 기간까지 감안하면 결코 넉넉하지 않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대한민국 고령화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서울시가 앞장서 노인 주거정책과 주택을 착실히 마련하여 '노인을 위한 나라'를 준비해 나가겠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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