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미국에 이어 유럽도 반도체지원법...셈 법 복잡해진 韓 업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조금 지원을 둘러싼 주요국 간 무역분쟁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평택캠퍼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평화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430억유로(약 60조원)를 쏟아붓는 반도체지원법안에 합의해 실행 추진력을 갖추면서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두지 않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미 메모리반도체 강점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이제 막 산업을 키우려는 유럽의 유인책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이 역내 반도체 생산량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경우 시장 일부를 빼앗길 수 있는 리스크를 안게된다.

29일 반도체업계에서는 EU가 미국처럼 유럽 역내에 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구축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더라도 한국 반도체기업이 유럽 내 인프라를 확대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데다 국내 투자를 유인하는 ‘K-칩스법(국가첨단전략산업 개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이 느린 속도로나마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 내 새 반도체 생산공장을 구축하더라도 현지 밸류체인이 약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가 어렵고, 비싼 인건비도 한국 기업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강점을 지닌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유럽의 반도체지원법안으로 플러스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각국이 반도체지원법을 염두에 두고 한국 기업에 투자 유치를 어필하고 있지만 결정을 하기엔 매력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유럽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급 능력은 절반 수준인 10%대로 대외 의존이 높다. 반도체 기술, 제조 장비 및 일부 원자재 수급은 강점이 있으나 생산 역량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의 반도체 육성 분위기를 한국 반도체산업의 약점을 보완 또는 협력 강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만약 국내 기업이 유럽에서 생산을 현지화한다면 국내 부품이나 소재사가 함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면서도 "현지 인건비가 높은 데다 생산하는 데 여러 비용도 발생할 수 있기에 많은 계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와 EU가 최근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반도체, 초고성능 컴퓨팅(HPC), 양자 기술, 사이버 보안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도 대표적인 협력 모색 사례가 될 수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유럽은 자동차산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고도화로 인한 첨단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크게 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라며 "이미 유럽에 기술력을 갖춘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이 많아 협력을 통한 우리 기업의 약점 보완은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는 우리 기업들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를 팔려면 해당 지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자칫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강요 받거나 시장을 빼앗기는 장애물을 안게될 수 있어서다.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반도체 지원을 강화함에 따라 향후 보조금 지원을 둘러싼 주요국간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유럽이 반도체 지원을 더할수록 국내 산업계 입장에선 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부담스러운 면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