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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예수가 트랜스젠더?”…英 대학서 불거진 이단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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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네덜란드 화가 장 말루엘의 14세기 말~15세기 작품 '둥근 피에타'. /루브르 컬렉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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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명문 대학에서 예수가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해당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신체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졌다.

26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소속 연구원인 조슈아 히스는 지난 20일 트리니티 칼리지 예배당에서 진행된 저녁 예배에 초청 설교자로 나섰다.

히스는 이날 예수가 트랜스젠더의 신체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덜란드 화가 장 말루엘의 1400년대 작품 ‘피에타’ 등 세 점의 그림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그림에 묘사된 예수의 옆구리 상처가 여성의 질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품들에서 예수의 신체가 남성적인 동시에 여성적으로 묘사되고 있고, 이것이 ‘모든 생명체의 신체’(the body of all bodies)를 의미한다면 예수의 신체를 트랜스젠더의 신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예배당에 있던 신도들은 이 같은 히스의 주장을 듣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들은 교회로부터 배척당한 것처럼 느꼈다고 토로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이교도”라고 외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도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학장인 마이클 배너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서한에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예배를 떠났다”며 “당신은 이후에 나와 얘기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이어 “나는 남성의 신체에 관통될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으면 그가 여성이 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경멸스럽다”며 “특히 그게 우리 주님께 적용될 때 경멸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배너 학장은 히스 연구원의 추측은 타당하다며 하나의 학술적 견해로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배너 학장은 “예수의 여성‧남성적 신체 이미지에 대해 여러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한 생각의 방법을 제공했다”며 “그 해석에 동의하지 않거나, 현대의 성전환에 적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과는 별개로 추측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리니티 칼리지 대변인 또한 “이 설교는 종교 예술의 본질을 탐구했다. 이 설교는 케임브리지의 열린 토론 정신과 학문적 탐구 정신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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