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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노동계 총공세…'강대강' 치닫는 노정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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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불법과 타협 않을 것" vs 민주노총 "파국으로 가는 결정"

삭발투쟁 이어 철도·지하철 노조도 파업 예고…노동개혁 시험대

연합뉴스

원희룡 장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정부입장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29 kims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에 대응해 2004년 도입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을 사상 처음 발동하면서 노정관계가 '강 대 강' 국면으로 악화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민주노총이 "파국으로 가는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이번주 지하철·철도노조도 파업에 가세하기로 하는 등 노동계 총력 투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는 올 연말까지 주52시간제 유연화를 포함한 '노동개혁' 방안까지 내놓을 계획이어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정부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천500여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그동안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갈 때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거론했지만, 실제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물연대와 양대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업무개시명령을 계엄령에 견주면서 "정부에 반(反)헌법적 명령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탄압 수위가 높아질수록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 16개 지역 거점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잇따라 지도부 삭발 투쟁에도 나섰다.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 즉각 철회를 요구하면서 비상 체제를 가동해 화물연대와 조합원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그릇된 노동관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파국을 가져온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30일 긴급 임시중앙집행위를 연 뒤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동자 겁박을 멈추라"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삭발하며 정부 교섭 촉구하는 화물연대 간부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의 한 간부가 삭발하며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에 대한 교섭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2022.11.29 tomatoyoon@yna.co.kr


윤 정부 출범 후 노정관계 악화는 출범 전부터 예견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연공급제(호봉제)의 직무·성과급제 전환'을 공언해왔는데 모두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후 정부가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 보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정관계에 긴장이 더해졌다.

현 정부 국정과제엔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산업현장에 맞게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한다'라는 내용이 담겼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모호한 부분'을 연내 고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현 정부 첫 노동부 장관으로 한국노총 사무처장까지 지낸 이정식 장관이 발탁되면서 노정관계가 예상보다 수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 적도 있다.

이 장관 발탁은 '깜짝발탁'으로 평가됐다. 당시 한국노총은 "새 정부가 친(親)자본·반(反)노동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까 하는 노동계 우려를 이 후보자(장관)가 불식해주길 바란다"라면서 '기대감'을 담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수월한 노정관계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여름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구분(차등) 적용 관련 연구를 노동부에 권고했고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노동계가 반발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구분 적용이 이뤄지면 노동자의 최저생활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제가 유명무실해지기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노동계 입장이다.

지난 7월 22일간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 땐 노정관계가 '일촉즉발' 상황까지 몰렸다. 당시 정부는 노조의 '선박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이 공권력 행사를 시사하는 등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압박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을 계기로 파업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노동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산업계·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이 역시 노정관계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정부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도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신논현~중앙보훈병원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조(30일)와 전국철도노조(2일)가 이번 주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전날 5차 본교섭을 벌였으나 22분만에 끝내 2016년 이후 6년만 파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노동개혁 방안을 놓고서도 갈등이 예상된다. 윤 정부 노동개혁 정책을 만드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는 다음 달 13일 권고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주52시간제 유연화를 비롯한 노사 노동시간 선택권 확대와 연공급형 임금체계 개편 등을 주장하고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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